송경훈 변호사 “수질오염 방지라는 공공목적 달성하려면 분쇄기에 관한 충분한 연구 선행돼야”

환경일보와 법무법인 지평 그리고 (사)두루는 기후변화 대응, 지속가능발전, 자원순환 등 환경 분야 제반 이슈에 관한 법‧정책적 대응과 환경 목표 구현을 위해 ‘지평·두루의 환경이야기’ 연재를 시작한다. 변호사로 구성된 필진은 환경에 관한 법률을 좀 더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분쟁사례, 판례, 법·정책 등 다양한 이슈를 이야기 형식으로 구성해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편집자 주>

송경훈 변호사 khsong@jipyong.com
송경훈 변호사 khsong@jipyong.com

[환경일보] 주방용 오물분쇄기 사용이 하수처리시설에 오염부하량을 증가시키는 등 수질오염을 가중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1994년 발표되자 국내에서는 이듬해부터 환경부 고시 등으로 주방용 오물분쇄기를 금지해 왔다.

처음에는 전면적으로 금지했으나, 지금은 배출한국상하수도협회(한국물기술인증원) 등으로부터 인증·안전 인증을 받은 제품만 판매·사용을 허용하고 있다(「주방용 오물분쇄기의 판매·사용금지」, 환경부 고시 제2017-13호).

인증의 주요한 기준은 음식물 찌꺼기의 20% 미만만 하수도로 배출하고, 남은 음식물 찌꺼기의 80% 이상을 회수통으로 회수하는지다. 만약 인증받지 않은 제품을 판매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사용하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담하게 된다(「하수도법」 제76조, 제80조, 제33조). 한국물기술인증원에서는 웹사이트를 통해 관련 정보와 함께 인증제품과 판매금지제품의 목록을 제공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위 환경부 고시가 직업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지가 문제 된 헌법소원 사건이 있어 소개한다(헌법재판소 2018. 6. 28. 선고 2016헌마1151 전원재판부 결정). 헌법재판소는 대부분의 기본권 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절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표지로 하는 과잉금지원칙이라는 법적 도구를 이용하는데, 위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위 환경부 고시가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나지는 않는다고 봤다. 즉 환경부 고시가 주방용 오물분쇄기 판매(예정)자의 직업의 자유와 사용(예정)자의 일반적 행동자 유권을 모두 침해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직접 언급한 주요한 판단 근거는 다음과 같다. ① 우리나라는 오염물질이 관로 내에 퇴적하기 쉬운 합류식하수관로 설치지역이 많고, 분류식하수관로가 설치되더라도 하수처리시설에 가까워지면서 합류식하수관로와 합쳐지는 경우가 대다수여서, 분쇄된 음식물 찌꺼기 등이 바로 유입되는 경우 공공하수처리시설까지 제대로 이송되지 못하고 하수관로 내에 퇴적할 우려가 크다. ② 주방용 오물분쇄기는 사적인 공간인 집안에 설치되고 분쇄된 음식물 찌꺼기 등은 하수관로로 직접 배출되므로 개인 하수처리시설의 설치 및 지속적인 활용 여부를 확인하고 감독하는 것은 사실상 매우 어렵다. ③ 환경부는 현행 규제에 대하여 개선 등의 조치를 하기 위해 주방용 오물분쇄기 금지 정책의 타당성 검토를 계속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상황에서 주방용 오물분쇄기의 판매와 사용이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과도한 규제라고 보기 어렵다.

위 결정과 국내 하수관로의 현실 등을 충분히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주방용 오물분쇄기를 사실상 금지하는 지금의 태도를 계속해서 유지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1994년에 발표된 연구 결과 외에 국내에서 충분한 연구와 검토가 이루어졌는지도 의문이다(결정문 기재상 시범사업은 진행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수의 수질 악화를 막아 궁극적으로 하천, 바다 등 공공수역의 수질오염을 방지하겠다는 공공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와 관련한 체계적인 연구와 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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