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비영리단체 통감, ‘그린스쿨: 그린워싱’ 간담회 개최
‘똑똑한 친환경 소비 생활 실천’ 위한 소비자 고민 진단

소비자, 친환경 소비·가치 정립
제품 겉면 라벨에 현혹되지 말고
시험성적서 등 내용 꼼꼼히 살펴야

기업, 허위·과장성 표시광고 탈피
자발적인 환경성 개선 노력 중요
소비자들의 지속적 감시·요구 필요

친환경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그린워싱에 대한 올바른 대처 및 통찰이 요구된다.
친환경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그린워싱에 대한 올바른 대처 및 통찰이 요구된다.

[환경일보] 최용구 기자 =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2016년과 2017년 수행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소비자의 91% 이상은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친환경 제품을 쓰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중 다수는 일반제품 보다 10~20% 돈을 더 쓸 수 있다고 답했다. 환경부담금 지불의사에 관한 통계청 ‘소비자 친환경 태도 지수’도 2010년부터 꾸준히 상승 중이다. 소비자들의 선택이 친환경에 민감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다. 시장도 그에 맞춰 빠르게 변하고 친환경을 표방한 제품과 서비스들이 수요를 자극한다. 

송유진 충북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겉 보이는 제품의 큰 라벨에 현혹되지 말고 안에 있는 시험성적서 등의 내용을 꼼꼼히 볼 필요가 있다”며 “그러려면 본인 스스로도 배경지식은 물론 제품을 잘 골라내려는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진정한 친환경 소비 생활을 하기 위해선 이 같은 실천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아직은 우리 스스로가 허위·과장성 표시광고 등 시장의 ‘그린워싱(Greenwashing)’을 걸러낼 수 있는 눈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에서 정의하는 친환경 제품은 ‘에너지·자원의 투입과 온실가스 및 오염물질의 발생을 최소화하는 제품’이다. 오염물질을 전혀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상대적으로 적다는 말이기에 소비자들의 이해과 관심은 그만큼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의 환경적이고 윤리적인 소비 욕구와는 다르게 시장의 진열품들은 우리를 현혹시킨다. 실제 송유진 교수 연구팀이 환경성 표시광고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을 연구(2018년)한 내용에서도 제대로 구별짓지 못한 사례는 다수 확인됐다. 친환경 실천 속 우리는 과연 친환경 제품을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을까. 

청년 비영리단체 ‘통감’이 지난 8월13일 주최한 ‘그린스쿨: 그린워싱 간담회’에서는 이 문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소비자들의 다양한 궁금증에 송유진 충북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이하 송 교수), 양지안 한국 녹색구매네트워크 처장(이하 양 처장) 등 관련 전문가들이 답변했다. 

구별하기 힘든 그린워싱 사례, 어떤 게 있나요

송 교수  다양합니다. 흔히 시중에는 친환경제품 라벨이 들어간 주방이나 세택용 세재가 많은데 엄밀히 따지면 친환경제품이라고 많이 써도 된다거나 공해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니죠. 쉽게 소비자들이 오해할 수 있습니다. 유리병인데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지 않았다’라는 광고 문구도 있어요. 환경호르몬은 대게 플라스틱 재질이 뜨거운 것을 만났을 때 유발됩니다. 유리병 자체에서는 검출될 확률이 거의 없죠. 당연히 나오지 않는 것을 나오지 않는다고 얘기한 사례입니다.  

청년 비영리단체 통감이 주최한 '그린스쿨: 그린워싱 간담회'가 8월13일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사진제공=통감
청년 비영리단체 통감이 주최한 '그린스쿨: 그린워싱 간담회'가 8월13일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사진제공=통감

제품의 시험성적서를 꼼꼼히 살피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VOC(휘발성유기화합물)라는 인체 유해물질을 예로 들면, 이 VOC만 미검출 된다고 ‘친환경 무독성’ 제품으로 달아놓은 경우가 있어요.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없다고 그 자체를 친환경으로 포장한 경우죠. 또 시험성적서상에 특정물질이 법적 기준치 이내로 검출됐다고 한 경우도 무조건 친환경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물질이 아예 없는 건 아니기 때문이죠.

환경마크를 확인하고 물건을 구매했는 데 정부가 인증한 것이 아닌, 기업에서 자율적으로 만든 마크였어요. 믿을 수 있을까요

양 처장  기업도 자발적으로 자사 제품의 환경성 발전과 개발을 위한 나름의 기준이 있습니다. 자체 기준으로 평가해서 붙이는 건데 이 자체가 잘못된 행위는 아닙니다. 그런데 근거 있는 명확한 기준이어야 하고, 이럴 경우 반드시 자체적인 인증마크라는 것을 명시해야 합니다.  

기업의 자율마크는 강제성이 있는 정부인증과는 어떤 다른 효과가 있는지

양 처장  정부가 인증한 환경마크는 사실 공공기관에 의무적으로 친환경 제품을 구입토록 하는 과정에서 공공기관 납품을 위해 많이 생겨났습니다. 정부 인증마크가 들어간 전체에서 일상생활과 밀착된 제품에 적용된 경우는 적은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기업 스스로 제품의 환경성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이 더욱 절실합니다. 그래야만 소비자들의 선택적 폭이 커질 수 있습니다. 정부가 좀 더 많은 제품에 인증 기준을 세우고 마크를 부착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있지만, 그 과정에서는 적잖은 시간과 비용 소모가 불가피합니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노력을 해야 하는 단계입니다.

한정판이나 시즌별 텀블러들이 지속 출시되면서 그만큼 불필요한 소비를 만든다고 보입니다. 이 역시도 그린워싱에 해당하지 않을까요

송 교수  이건 기업의 그린워싱이라기 보단 소비자들이 제품을 대할 때 친환경 가치를 어디에 두고 있는지의 문제입니다. 그에 따라 행동양상이 달라지기 때문이죠. 친환경 소비에서 가장 높은 단계는 절제와 절약입니다. 올바른 친환경 소비에 대한 캠페인을 통해서 개선해 나가야 하는 문제입니다.

기업 입장에서 살펴보면 기능적으로 차이가 미미해도 해마다 새로운 버전의 가전제품을 출시하듯, 이는 소비자들의 신제품을 원하는 욕구를 자극하는 것일 뿐입니다. 다시 말해 ‘계획적으로 기존 제품을 진부화시키는 행위’인 거죠. 기업의 이러한 의도를 소비자들이 의식을 하고 소신 있게 행동하면 됩니다. 텀블러가 있는데 예뻐서 구매한다면 생각을 제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에코백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직접 구매하거나 나눠주는 일들이 많다 보니 그 활용가치가 떨어지기도 합니다. 많이 소유하고 있으면 그만큼 체감하는 가치가 떨어지는 맥락이죠. 본인이 많이 있다면 주변인들에게 나눠줄 필요도 있습니다. 현재 있는 것을 충분히 소비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친환경 제품이 기성제품보다 비싸서 부담이 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다양한 친환경 제품을 보다 쉽게 접할 순 없을까요

양 처장  수요가 많아지면 생산업체도 늘고 그만큼 업체 간 경쟁을 통해 가격이 자연히 낮아지는 흐름에서 보면, 가격적인 문제는 당장 시간이 필요합니다. 다만 소비자들의 관심과 요구가 보다 더 많아지면 그 속도는 앞당길 수 있어요. 우리가 우리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송 교수  저 역시도 결국 규모의 경제에서 보면 많은 소비자들이 원해야 하고, 이렇게 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금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친환경 제품을 보다 저렴히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은 우선 포인트 적립 제도가 있겠네요. 친환경 제품 구매 시 포인트가 적립되고 이를 다시 활용하는 것부터 이용해 보는 건 어떨까요. 

환경마크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져 오히려 물건을 구매할 때 선택이 어려워지고 있어요

송 교수  소비자인 우리 스스로가 배경지식을 가지고 시험성적서 등의 내용을 꼼꼼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장은 번거로워도 제품을 잘 골라내려는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꼭 환경마크에 연연하지 않더라도 친환경 소비 생활을 실천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많습니다. 제로웨이스트(zero waste)를 추구하는 경우 굳이 전용 숍을 가지 않더라도 ‘용기내서 용기내!’ 캠페인처럼 집에 있는 용기를 활용하는 것이죠. 김밥을 사러 갈 때 용기를 가져가서 담아오는 실천도 그 자체가 제로웨이스트입니다. 

알아서 잘 썩을 거라는 잘못된 판단, ‘생분해 그린워싱’도 걱정됩니다

양 처장  맞습니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100% 생분해 수지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죠. 생분해 100%라도 무조건 환경적인 부담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우선 일반 플라스틱과는 다른 공정으로 재활용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현재는 배출할 때 생분해성을 따로 구별하지 않기 때문에 배출되서 재활용되기까지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어요. 정부가 자원이 제대로 선순환되는 시스템을 하루속히 구축하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물론 우리 각자의 기본 실천도 필요합니다. 일반 플라스틱도 반드시 세척을 해서 배출을 해야 재활용이 가능해진다는 점, 그리고 생분해 제품이라도 다양한 조건이 맞춰져야 썩을 수 있다는 것을 의식해야 합니다. 플라스틱은 사용을 피하되 어쩔 수 없으면 가급적 오래 써야 하는 것입니다. 

송 교수  과장된 표시도 유의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생분해성 친환경 식탁보’의 사례가 있는데 일부만 생분해 소재가 함유됐으나 마치 전체인 것처럼 과장하는 경우입니다.  

통계청이 파악한 소비자의 '친환경 태도 지수'는 매년 높아지는 흐름이다.
통계청이 파악한 소비자의 '친환경 태도 지수'는 매년 높아지는 흐름이다.

이날 간담회를 주최한 통감은 “친환경 소비 트렌드 발생과 ESG 경영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것과 동시에 기업의 그린워싱 사례도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소비자 인식은 미비한 실정이라는 분석에서 본 간담회는 출발했다“며 “청년의 관점에서 깊이 있게 고찰하고 경쾌한 캠페인과 프로젝트를 통해 해결 방안을 마련해 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편 청년 비영리단체 통감은 청년들이 모여 사회 문제에 대해 경쾌한 방식으로 소통하는 ‘청년 소통의 미디어 플랫폼’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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