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중위 시나리오는 기후위기 못 막아··· 2030년 60% 이상 감축해야

[환경일보]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가 발표한 탄소중립 시나리오 3개 안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204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기후중립 시나리오가 청년단체 중심으로 제안됐다.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10개 청년 단체들은 1일 대통령직속 탄소중립위원회에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최소 60%의 온실가스 감축, 2040년까지 이산화탄소를 넘어 모든 인위적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2040 기후중립 시나리오’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금부터 2040 기후중립 시나리오 채택을 위한 시민사회 대상 연명 작업을 이어나갈 것이며, 정부와 탄소중립위원회에 정식 시나리오 채택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년 제안 ‘2040 기후중립 시나리오’는 파리협정의 1.5℃ 목표를 지키기 위해 한국에 허용된 탄소예산을 바탕으로 도출됐다.

기후중립은 파리협정의 1.5℃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산화탄소뿐만 아니라 모든 인위적 온실가스의 순 배출 제로를 달성하고, 그 과정에서의 기후변화 적응, 생태계의 보전 및 회복탄력성의 증진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청년단체들은 “기후변화에 관한 국가간 패널(IPCC)이 제시한 탄소예산을 한국의 역사적 책임과 역량을 고려해 나누면, 2030년에는 2018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에서 61%를 감축한 2억 8700만톤 이하로 배출해야 하며, 2040년에는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2040 기후중립시나리오 /자료제공=기후변화청년모임 BigWave
2040 기후중립시나리오 /자료제공=기후변화청년모임 BigWave

탄소중립위원회에서 제안한 3가지 시나리오 모두 한국의 탄소예산을 2배 이상 초과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노건우 1.5℃클럽 활동가는 “만약 모든 나라들이 평등하게 탄소예산을 나누게 되면 한국의 탄소예산은 4년 내 고갈될 것”이라며 “다음 세대에 짐을 떠넘기지 않으려면, 한국은 ‘2040 기후중립 시나리오’보다도 더 급진적으로 지금 당장 온실가스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2040 기후중립 시나리오’는 2030년 탈석탄 및 2035년 전환부문의 탄소중립, 2040년 산업부문 98% 감축 등 고탄소 배출원들의 종결시점을 못 박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5월 발간한 ‘2050년 넷제로 로드맵’에서 선진국의 2030년 탈석탄이 이뤄져야 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추가적으로 청년 단체들은 “2030년까지 석탄발전을 대체하는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50%로 확대, 산업부문의 공정 전환과 재생에너지 및 그린 수소로의 연료 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청년단체들은 “탄소 집약적인 배출원의 종결 시점 논의가 지지부진함에 따라 탄소중립위원회의 2030년 감축목표 논의도 지연되고 있다”며 “여전히 건설되고 있는 신규석탄화력발전 6기의 건설 중단과 함께 현재 운영되고 있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과정에서의 정의로운 전환 방안 논의를 더 늦기 전에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탄소중립위원회가 1~3안에서 주요 흡수원으로 최대 9500만톤까지 산정한 탄소포집·활용·저장(CCUS)기술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미래기술에 대한 과도한 의존, CCUS를 활용한 석탄화력발전 및 가스발전의 종결 시점 연장 가능성, 경제성 미확보, 에너지 소비량의 증가 등 여러 비판 지점이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탄소포집 기술은 미국이나 EU 등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때 기술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 분야다.

청년단체들은 “탄소중립위원회의 시나리오는 에너지 소비량 감축이 최대 2.9%에 그쳐 수요 관리에 매우 소극적”이라며 “이렇듯 경로 의존적인 수요 전망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과도한 CCUS 감축분이 제시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후위기 대응의 시급성을 고려하면 CCUS 도입보다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의 조기 퇴출과 적극적인 수요 관리가 우선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2040 기후중립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한 청년들은 빠른 온실가스 감축과 사회 전환을 통해 지금보다 희망적인 미래를 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당장의 기후위기 대응은 많은 사회적인 비용을 수반할 수밖에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회복력 있는 사회 시스템 속에서 개인이 자신의 삶을 지켜나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강은빈 청년기후긴급행동 공동대표는 “기후위기가 가져올 피해와 비용은 결국 ‘내일의 나’가 감당할 수밖에 없다”며 “누구도 소외되는 사람이 없는 사회 전환을 통해 우리가 보다 나은 내일을 꿈꿀 수 있게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청년단체들은 이미 제출한 ‘2040 기후중립 시나리오’에 대한 지지 연명을 9월 중으로 시민사회 단체 및 개인들을 대상으로 받아 시민사회가 제안하는 대안 시나리오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미 14개 단체와 120여 명의 시민들이 ‘2040 기후중립 시나리오’에 연명했다. 연명은 구글 설문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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