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훈 변호사 “탄소중립기본법은 기후위기를 직접 언급한 유일한 법”

환경일보와 법무법인 지평 그리고 (사)두루는 기후변화 대응, 지속가능발전, 자원순환 등 환경 분야 제반 이슈에 관한 법‧정책적 대응과 환경 목표 구현을 위해 ‘지평·두루의 환경이야기’ 연재를 시작한다. 변호사로 구성된 필진은 환경에 관한 법률을 좀 더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분쟁사례, 판례, 법·정책 등 다양한 이슈를 이야기 형식으로 구성해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편집자 주>

송경훈 변호사 khsong@jipyong.com
송경훈 변호사 khsong@jipyong.com

[환경일보] 지난 9월24일 제정돼 내년 3월25일 최초 시행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하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18년 배출량 기준 35% 이상으로 정한 것(제8조 제1항)이 국제사회 기준에 한참 못 미친다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의미 있는 진전도 여럿 있었다. 그동안 선언으로만 존재하던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법에 직접 담은 것이다. 기후 위기 적응 시책을 한데 모으고 정의로운 전환을 꾀하려 한 시도도 평가할 가치가 있다. 다만 이 글에서는 ‘기후위기’라는 용어가 전면에 등장한 점을 주목하고자 한다.

앞으로 시행될 예정인 법령을 포함해 ‘기후위기’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법령은 탄소중립기본법이 유일하다. ‘기후위기’ 개념을 도입한 최초의 시도이자 유일한 시도라고 볼 수 있겠다. 법령의 목적과 제정이유 등이 다르기는 하지만, 탄소중립기본법보다 앞서 4월20일 제정된 「기후변화대응 기술개발촉진법」(이하 기후기술법)에서도 ‘기후변화’만을 언급하고 있다(소관 부처 역시 탄소중립기본법은 환경부, 기후기술법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차이가 있다).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르면 ‘기후변화’란 사람의 활동으로 인하여 온실가스의 농도가 변함으로써 상당 기간 관찰되어 온 자연적인 기후변동에 추가로 일어나는 기후체계의 변화를 의미하지만, ‘기후위기’란 기후변화가 극단적인 날씨뿐만 아니라 물 부족, 식량 부족, 해양 산성화, 해수면 상승, 생태계 붕괴 등 인류 문명에 회복할 수 없는 위험을 초래해 획기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한 상태를 의미한다(제2조 제1, 2호). 전자는 가치중립적인 데 비해, 후자는 위기 해결을 위한 대응책 모색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탄소중립기본법의 바탕이 된 여러 의원안 중 ‘기후변화’를 정의 규정에 넣지 않은 안은 몇이 있었지만, ‘기후위기’를 정의 규정에서 빠뜨린 안은 하나도 없었다. 제정이유도 그러했지만 애초에 기후위기 상황을 전제로 여러 안이 마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법은 보통 사회나 인식의 변화보다 뒤처진다. 그런데 기후가 변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위기 상황이 이미 눈앞에 있다는 사실에 대한 일반 인식은 되려 법보다도 늦는 듯하다. 일례로 모 설문조사에 따르면 유럽의 국민이 기후위기를 가장 큰 걱정거리로 꼽았지만, 우리 국민은 COVID-19를 꼽았다고 한다. 어쩌면 탄소중립기본법이 사회와 인식 변화의 중요한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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