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유한) 지평 변호사 한재상

환경일보와 법무법인 지평 그리고 (사)두루는 기후변화 대응, 지속가능발전, 자원순환 등 환경 분야 제반 이슈에 관한 법‧정책적 대응과 환경 목표 구현을 위해 ‘지평·두루의 환경이야기’ 연재를 시작한다. 변호사로 구성된 필진은 환경에 관한 법률을 좀 더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분쟁사례, 판례, 법·정책 등 다양한 이슈를 이야기 형식으로 구성해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편집자 주>

한재상 변호사 jshan@jipyong.com
한재상 변호사 jshan@jipyong.com

[환경일보] 철강은 가용성, 제조비용, 기능의 다양성, 생산 중 환경부담 및 재활용의 가능성 등의 측면에 있어 우수하다. 이 때문에 철강은 우리의 생활을 구성하는 주재료로서 기능한다. 도로, 철도, 건물, 자동차 및 가전제품 제조에 철강이 사용된다. 

초기에는 천연자원인 철광석을 환원시켜 철강재를 생산하나, 철강재는 다른 물질들에서는 찾을 수 없는 우수한 재활용 특성[폐회로 재활용(Closed-Loop Recycling)]을 갖고 있다. 환원된 철강재의 대부분이 스크랩으로 회수되어 새로운 철강제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자동차가 대표적인 예이다. 일단 천연자원에서 생산된 철강재는 다양한 제품으로 그 모양이 바뀌면서 사회에 축적된다. 

그러나 이처럼 유용한 철강을 제조함에 있어서는 많은 양의 탄소가 배출된다. 세계 각국의 철강업계도 이러한 점을 인식하고 있고, 이에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궁극적으로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와 처한 상황이 유사한 일본 철강업계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노력을 살펴보고자 한다. 

일본의 경우 철강업계가 직면한 현실 측면에 있어 우리나라와 공통점이 많다. 양국 모두 주로 석탄을 이용한 고로 기반 공정이 주된 철강생산방식인 점, 그동안의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대규모의 설비투자로 효율이 매우 우수하여 전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추가적인 개선의 여지가 크지 않은 점 등이 그것이다.  

그 때문인지 모색하고 있는 대안 측면에 있어서도 공통점이 큰데, 양국 모두 현재의 고로 기반을 그 전제로, 부분적인 수소 환원을 통해 탄소배출량의 감소를 도모하고 있다. 유럽 철강사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풍부한 재생에너지전력을 이용한 수소 제조 및 활용을 장기전략으로 채택한 반면,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우 지정학적 한계와 이미 경쟁력을 갖춘 고로 기반 공정이 확보되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유럽 철강사들이 채택한 것과 같은 방식은 어렵다고 판단, 부생가스 중 수소를 고로에 활용한 부분 수소 환원 전략을 우선 채택한 것이다.

일본철강협회는 2014년 11월 ‘저탄소사회에 대한 약속 II 단계’를 발표했는데, 이는 2030년을 그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계획은 파리 협정에 기초한 일본의 NDC(2030년 목표)를 반영하고 있다. 또한 일본철강협회는 2030년과 그 이후를 위한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장기 비전’을 공식화하기로 결정했는데, 이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제철의 실현을 그 목표로 한다. 

나아가 일본철강협회는 탄소배출량 감소와 관련하여 정부에 다음과 같은 정책들의 시행을 요구하였다. ① 중·장기 기술 개발을 위한 강력하고 지속적인 국가 차원의 지원 및 탄소중립을 위한 국가 차원의 전략 수립, ② Green Innovation Fund를 운영함에 있어 기업들의 도전 정신을 고취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고 실행할 것, ③ 기술 개발의 결과를 실제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재정적 지원, ④ 탄소 배출 없는 제철(Zero-Carbon steel)을 위한 비용을 사회 전체가 부담하여야 하는 점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이해, ⑤ 일본 기업들이 국제적인 경쟁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할 것, ⑥ 탄소세나 배출권거래제 같은 추가적인 탄소 가격 수단의 도입은 기술 개발과 투자를 위한 자원을 빼앗음으로써, 기술적 혁신과 탄소 배출 없는 제철의 실현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 도입에 신중을 기할 것 등이다.

일본철강업계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현재 개발 중인 기술은 크게 2가지로, COURSE 50과 Ferro Coke가 바로 그것이다. 

COURSE 50은 2030년까지 고로가스(BFG)로부터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고로로부터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줄임으로써,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약 30% 줄이는 기술을 개발·확립하며, 2050년까지 개발된 기술을 산업화하고 이전하는 것을 그 목표로 한다. 

탄소배출량 감소 방법은 이를 두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는 조달된 대체 환원제를 사용하는 것이고, 둘째는 철강 생산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줄이는 것이다. 이 이니셔티브의 첫 번째 단계 프로젝트인 Phase 1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진행되었는데, Phase 1에서는 수소를 활용한 철광석 환원과 고로 가스에서 CO₂를 분리·회수할 수 있는 요소 기술 개발을 실시하였다. 

Phase 2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진행되었으며, 시험 고로(일본제철 키미츠지구 내 위치)를 활용해 수소환원제철 관련 기술과 고로 가스에서 CO₂를 분리·회수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실시하였다. Phase 3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진행될 예정이며, Phase 2에서 개발한 수소환원제철 관련 기술을 보다 고도화시키는 것과 함께 페로 코크스를 활용한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NEDO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았다. 예산은 약 100억 엔으로, 5개의 종합철강회사 및 1개의 엔지니어링회사가 참여하였다. 고베제강, JFE스틸, 일본제철, 스미토모금속공업, 닛신제강 및 일본철강엔지니어링이 해당 회사들이다. 

Ferro Coke는 고로에 투입되는 철의 감소율을 향상시킴으로써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키는 기술이다. Ferro Coke는 고로에 관한 혁신적인 물질이다. Ferro Coke는 코크스(석탄으로 만든 연료)와 철의 복합체로서, 고로에서 석탄과 철광석이 부서지고 섞이며 형성되고 열이 가해지는 과정에서 생성된다. 낮은 등급의 석탄 또는 철광석이 Ferro Coke를 위한 원료로 사용될 수 있다. 

Ferro Coke는 정기적으로 사용되는 코크스를 고로 물질로 전환시킨다. 이산화탄소는 고로에서 철광석의 일산화탄소 환원 반응으로 생성된다. 철은 이산화탄소 및 탄소의 결합에 따른 일산화탄소 생성 반응의 촉매로서 기능하는데(CO₂ + C = 2CO), 이는 고로에서의 환원 반응 비율을 가속화하고, 해당 요소들을 덜 감소시키면서 산화철의 환원을 가능하게 한다. 이로써 에너지를 절약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킨다. 

JFE스틸의 동일본제철소 케이힌 지역 시설의 파일럿 플랜트를 사용한 장기 생산 테스트와 치바지역 시설의 6번 고로를 사용한 실증 테스트를 통해 공정이 실제로 환원제와 코크스의 비율을 낮추는 것이 확인되었다. 

JFE스틸, 고베제강, 일본제철, 스미토모금속공업, 도쿄대학 및 규슈대학은 공동으로 NEDO(New Energy and Industrial Technology Development Organization) 프로젝트 ‘환경적으로 조화된 공정기술 개발(페로 코크스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2017년 6월부터 6년 동안 JFE스틸의 West Japan Works(Fukuyama 지구)에 1일당 300톤의 Ferro Coke를 생산할 수 있는 중형 공장을 건설하여 Ferro Coke 생산 및 사용 기술을 확립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 주도하에 COOLSTAR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COOLSTAR 프로젝트의 경우 함수소 부생가스의 고로 취입 부분은 일본의 COURSE 50과 유사하나, 수소를 함유한 환원가스로 유동 환원로를 이용하여 저환원율광석(LRI: Low Reduced Iron)을 제조하고, 이를 고로에 사용하는 부분이 일본의 COURSE 50과 다르다. 

우리나라, 일본 그리고 세계 각국의 철강업계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철강제조업 분야에서의 탄소중립이 실현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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