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 변호사 "판례 법리로 발전해 온 인과관계 등 증명 완화 법리, '환경오염피해구제법' 등에 법률적 근거 마련돼"

김지수 변호사 jskim@jipy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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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일보] 집 주변에 위치한 공장에서 배출한 매연 때문에 건강이 나빠진 것 같습니다(사례1). 농장 주변에 위치한 폐기물처리시설에서 흘러나온 폐수 때문에 농사를 망친 것 같습니다(사례2).

사례 1, 2와 같이 생활 속에서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될 경우, 소송을 통해 이를 배상받으려면 무엇을, 어떻게 증명해야 할까요?

소송을 통해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를 다툴 때 가장 기본적, 우선적인 해법은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의 성립을 주장·증명하는 것입니다.  즉 사업자가 ①고의 또는 과실로(귀책사유) ②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과정에서 유해성이나 배출량 등에 관하여 수인한도를 넘어(위법성) ③생명, 신체 및 재산에 피해를 발생시켰음을(손해발생, 인과관계) 주장·증명해야 합니다.

그런데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사례 중 상당수는 사업자의 과실 및 인과관계를 증명하기 곤란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피해자로서는 사업자가 배출하는 오염물질의 구체적 구성 성분 등을 알기 어렵고, 그 유해성에 대한 자료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또 사업자가 배출한 오염물질이 일단 대기, 하천 등 환경으로 먼저 배출된 후에야 피해자의 생명, 신체 및 재산에 닿게 되므로, 피해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여러 가능성 중 사업자가 배출한 오염물질이 원인이라는 점을 증명하기도 어렵습니다.  게다가 공해문제에 관하여는 현재의 과학수준으로도 해명할 수 없는 분야가 있어 가해행위와 손해 발생 간 인과관계를 구성하는 하나하나의 고리를 자연과학적으로 증명한다는 것은 극히 곤란하거나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대법원 1997. 6. 27. 선고 95다2692 판결 참조). 

이에 법원은 일찍이 환경소송에 있어 과실 및 인과관계의 증명 정도를 완화하는 여러 법리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먼저 사업자의 과실에 관하여는, 일정한 환경침해 방지설비를 갖췄더라면 손해 발생을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갖추지 않아 손해가 발생했다면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이른바 '방지의무위반설', 위 대법원 1997. 6. 27. 선고 95다2692 판결 등 참조).  또 환경소송에 있어 가해행위와 손해 발생 간 인과관계는 '당해 행위가 없었더라면 결과가 발생하지 아니했으리라는 정도의 개연성', 즉 '인과관계가 존재할 상당 정도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하면 족하다고 판단하기도 했습니다(이른바 '개연성설', 대법원 1974. 12. 10. 선고 72다1774 판결 등 참조). 

나아가 지난 2016년 1월 1일부터는 일정한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에 관하여는 사업자의 과실을 요하지 않고(무과실책임) 사업자의 배출시설이 환경오염피해 발생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볼 만한 상당한 개연성이 증명되면 인과관계의 존재가 법률상 추정되도록 정한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이하 환경오염피해구제법)이 시행돼 환경오염 피해자들의 입증부담을 경감하고 있습니다[제6조(사업자의 환경오염피해에 대한 무과실책임), 제9조(인과관계의 추정)].  

특기할 것은 환경오염피해구제법의 적용을 받는 '환경오염피해'란 대기오염물질·폐수·가축분뇨·소음·진동 등 배출시설, 폐기물처리시설 등 일정한 시설의 설치·운영으로 인해 발생되는 대기오염, 수질오염, 토양오염, 소음·진동 등을 원인으로 발생하는 생명·신체·재산상의 피해로 한정된다는 점입니다(제2조 제1호, 제2호, 제3조 각호).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이 사업자의 가해행위에 법적 비난을 가하는 '행위책임'이라면, 환경오염피해구제법상 사업자의 무과실책임은 환경오염 위험성이 높은 시설을 사실상 지배하는 사업자로 하여금 '오염원인자 부담원칙'에 따라 해당 시설의 설치·운영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오염 피해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도록 정한 '시설책임'의 성격을 띠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전까지 환경소송에서의 인과관계 등 증명 완화는 법률에 명시적 근거 없이 오로지 판례 법리에 의해 인정돼 왔습니다. 환경오염피해구제법의 제정, 시행으로 환경오염피해자의 증명책임 완화에 법률적 근거가 마련됨에 따라 소송을 통한 피해 배상이 더욱 용이하고 활발해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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