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 변호사 “생태계 일원인 동물의 보호와 복지 증진 위해 꾸준한 관심 가져야”

환경일보와 법무법인 지평 그리고 (사)두루는 기후변화 대응, 지속가능발전, 자원순환 등 환경 분야 제반 이슈에 관한 법‧정책적 대응과 환경 목표 구현을 위해 ‘지평·두루의 환경이야기’ 연재를 마련했다. 변호사로 구성된 필진은 환경에 관한 법률을 좀 더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분쟁사례, 판례, 법·정책 등 다양한 이슈를 이야기 형식으로 구성해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편집자 주>

이지혜 변호사 leejh@jipyong.com
이지혜 변호사 leejh@jipyong.com

[환경일보]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인구는 약 1500만명이라고 한다. 그만큼 사람과 동물의 관계가 더욱 친밀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동물이 민법상 ‘유체물’로서 ‘물건’으로 취급되는 것이 국민의 의식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인식 및 동물을 생명체로 보호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됨에 따라 민법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신설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와 같이 동물을 보호하고 생태계의 구성원으로 존중하고자 하는 인식이 높아지는 가운데, 그 이면에는 여전히 다양한 문제가 병존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2020년 기준으로 유기·유실동물의 수가 13만 마리를 넘게 됐고, 지난 10년 사이 동물학대 발생건수가 10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점차 동물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동물의 생명과 안전 보호, 동물 복지 증진에 관한 기본법적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는 동물보호법의 내용을 살펴보는 것은 시의 적절할 것이다.

동물보호법은 우리나라에서 동물보호를 주된 입법 목적으로 하는 최초의 단행 법률로 1991년 5월 31일 제정됐다. 하지만 제정 동물보호법의 내용은 상당히 부실해 실효성 없는 명목상 법률에 불과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제정 후 15년 동안이나 개정되지 않았던 동물보호법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차례 개정의 역사를 거치며 현행법으로 자리하게 됐고, 현행 동물보호법은 동물의 생명보호, 안전 보장 및 복지 증진, 건전하고 책임 있는 사육 문화의 조성, 동물의 생명 존중, 인간과 동물의 조화로운 공존을 목적으로 하며, 상당 부분 유의미하게 발전했다.  

동물보호법은 크게 ▷동물보호법의 적용 범위 ▷동물의 적정한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내용으로서 학대의 금지, 동물 등록, 동물의 운송 등에 관한 규제 ▷동물실험에 관한 규제 ▷동물과 관련된 영업의 인허가 및 각종 기관의 거버넌스에 관한 규제를 담고 있다.  

최근에 동물보호법과 관련해 제기되는 몇 가지 논의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동물의 정의(定義)에 관한 것을 들 수 있다. 동물보호법에서 동물은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로서 포유류, 조류, 파충류·양서류·어류 중 일정한 동물을 의미한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무척추동물을 제외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논의가 제기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해외에서 더 주목받고 있는 논의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최근 영국 정부는 문어와 게, 바닷가재 등을 동물복지법(Animal Welfare Sentience Bill)상 보호 대상으로 포함시키겠다고 한 바 있다. 

한편, 사람이 맹견에 의해 피해를 입는 사례가 여러 차례 언론에 보도되며 맹견을 적절히 관리해야 한다는 데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고, 이에 따라 동물보호법이 개정되기도 했다. 즉, 2020년에 동물보호법이 개정돼 맹견의 소유자는 맹견으로 인한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나 재산상의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고,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경우 과태료 부과 대상에 해당하게 됐다. 

최근에는 동물학대 및 유기에 대한 문제의식이 높아지며, 그에 대한 처벌 강화 논의가 잇따르고 있다.  2020년에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학대행위자에 대한 처벌과 동물 유기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동물보호법이 한 차례 개정됐으나, 여전히 현실 속에서 수사나 처벌이 효과적으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동물보호법은 동물학대의 행위 유형을 열거하고 개별 행위 유형에 따라 벌칙 조항을 따로 두고 있는데, 그 대신 동물학대의 범위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그 안에 포함될 수 있는 행위 유형을 예시적으로 규정해 규제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나아가 동물보호법 이외에 동물과 관련된 다른 법률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예를 들어,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등) 동물보호법은 동물보호 및 복지에 관한 일반법의 지위에서 동물 복지를 위해 더 적극적인 기능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특히, 동물보호법이 반려동물을 위주로 규율한다는 점으로부터, 이외에도 실험동물이나 농장동물 등에 대한 규율을 보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동물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인간과 동물의 관계, 동물을 보호하고 동물의 복지를 증진하는 데 있어 인간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해 이를 제도에 반영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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