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현영 변호사 “천연가스와 원자력의 녹색경제활동 분류에 있어 충족요건 및 배제요건 잘 살펴야” 

환경일보와 법무법인 지평 그리고 (사)두루는 기후변화 대응, 지속가능발전, 자원순환 등 환경 분야 제반 이슈에 관한 법‧정책적 대응과 환경 목표 구현을 위해 ‘지평·두루의 환경이야기’ 연재를 마련했다. 변호사로 구성된 필진은 환경에 관한 법률을 좀 더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분쟁사례, 판례, 법·정책 등 다양한 이슈를 이야기 형식으로 구성해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편집자 주>

지현영 변호사 hyjee@jipyong.com
지현영 변호사 hyjee@jipyong.com

[환경일보] 지난해 말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이하 ‘K-택소노미’)’가 발표된 이후 이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국내에서는 K-택소노미가 발표되기 전에는 천연가스, 발표된 후에는 원전에 대한 논쟁이 선두에 있다. 유럽 또한 지난 2월 2일 EU 택소노미의 최종안이 발표되어 EU의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회원국들의 소송이 제기되고, 국내 기준으로 수용하지 않겠다는 반발이 나오는 등 원자력, 바이오에너지 등에 대한 분란이 계속되고 있다. 

유럽연합의 기준이 전 세계로 통용되거나 강제력을 갖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 녹색인가에 대하여 지역별, 기관별로 많은 택소노미(분류체계)가 생겨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린뉴딜을 필두로 탄소중립에 대한 글로벌 논의를 이끌어 가고 있는 유럽의 택소노미가 갖는 영향력은 크다. 

얼핏 보면, 유럽연합과 우리가 같은 의제에 대해 유사한 논쟁이 있는 상황 같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천연가스와 원자력에 대한 유럽연합의 기준이 상당히 까다롭다는 것이다. 유럽이 수립한 기준에 따라 택소노미는 통상 경제활동을 녹색으로 분류함에 있어 충족요건과 배제요건을 두고 있다. 

유럽의 경우 천연가스의 경우 충족요건 자체가 매우 엄격하고, 원자력의 경우 배제요건이 까다롭다. 즉, 원자력의 경우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한다 하더라도 폐기물 문제가 남아 다른 환경목표를 저해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2050년까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확보 및 운영 세부계획 제출과 심의조건, ‘사고저항성 핵연료 사용’ 조건’ 등으로 배제되지 않기 위한 요건을 상당히 높게 둔 것이다. 이는 2040년까지 이루어저야 하는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을 위한 투자의 경우에도 갖춰야 하는 요건이다.

이뿐만 아니라 신규 원전 건설과 운영을 위한 투자가 녹색으로 분류되려면 2045년 이전까지 건설허가를 받아 유럽연합 회원국 안에 건설되어야 한다. 또한 방사성페기물 관리와 원전 해체를 위한 기금도 확보돼 있어야 한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경우 유럽에서도 핀란드와 스웨덴만 수십년의 기간을 거쳐 확보하게 된 상황이라, 2045년까지 다른 국가들이 그 요건을 갖춰 건설허가를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국내의 여건상 유럽연합의 요건을 그대로 적용 시 이를 통과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유럽원자력산업협회(FORATOM)도 엄격한 EU 택소노미의 요건에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유럽도 녹색으로 분류한 원전을 우리는 왜 녹색으로 분류하지 않느냐는 반론은 다소 부정확하고 위험한 주장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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