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 김성우 변호사

환경일보와 법무법인 지평 그리고 (사)두루는 기후변화 대응, 지속가능발전, 자원순환 등 환경 분야 제반 이슈에 관한 법‧정책적 대응과 환경 목표 구현을 위해 ‘지평·두루의 환경이야기’ 연재를 마련했다. 변호사로 구성된 필진은 환경에 관한 법률을 좀 더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분쟁사례, 판례, 법·정책 등 다양한 이슈를 이야기 형식으로 구성해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편집자 주>

김성우 변호사 kimsw@jipyong.com
김성우 변호사 kimsw@jipyong.com

[환경일보] 지난 3월 2일, ‘자연을 위한 행동 강화를 통한 지속가능개발목표 달성(Strengthening Actions for Nature to Achieve the SDGs)’이라는 주제로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에서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해결과 관련된 아주 중요한 합의가 있었습니다.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시키고 2024년까지 국제법적으로 구속력 있는 협정을 체결’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결의안이 채택된 것입니다. 

이번 결의안은 특히 두 가지 측면에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의 해결에 관해 커다란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먼저 첫 번째는 해당 결의안이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양’ 등으로 한정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해양 플라스틱 문제에 대해서는 유엔환경계획(UNEP) 차원에서다양한 결의안이 도출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채택된 결의안처럼 특정 지역이나 종류에 국한하지 않고 ‘일반적인’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대상으로 한 결의안은 지금껏 없었습니다.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더 이상 특정 지역이나 지정학적 위치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UNEA의 이번 결의안은 대단히 발전적이고 올바른 방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의 해결을 위해 ‘법적 구속력(Legally binding)’이 있는 협정을 개발하기로 했다는 점입니다. 기존까지 UNEP 차원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나 오염 문제에 대해 각 당사국들을 법적으로 구속하는 강력한 형태의 협약 등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법적 구속력을 지닌 국제 환경협약이 비준되면 유엔 회원국은 자국 내에서 협약 내용을 충실하게 이행할 협약상 의무를 지니게 됩니다. 이로써 당사국은 협약에 따른 의무를 국내법적으로 전환하여 관련 법률을 제정하고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번 결의안을 통해 법적 구속력이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 해결을 위한 협약이 비준된다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UN의 당사국들은 플라스틱 쓰레기의 해결을 위한 자국내 법적, 제도적 노력에 만전을 기해야 할 의무가 생기는 것입니다. 이는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하기 위한 아주 강력하고도 실효적인 수단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사람의 인체에 생식능력, 호르몬, 신진 대사 및 신경작용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플라스틱을 생산, 사용 및 폐기하는 데 막대한 양의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기후위기와 관련해서도 주범으로 꼽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매일 마시는 커피, 매일 먹는 배달음식 등으로 플라스틱 쓰레기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조사에 따르면 매년 약 1100만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고 하니, 플라스틱 쓰레기가 인류의 존속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은 결코 과장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러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담론 속에서도 몹시 중요한 논의의 대상이지만, 쓰레기 매립지의 부족 문제나 해양에 대한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 문제, 그리고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인체의 악영향 문제 등 일상 생활에 있어서도 매우 가깝게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인류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오염을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의 생애주기를 생산과 소비, 그리고 배출이라는 세 가지 단계로 추려 보았을 때, 생산 단계에서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등 분해가 가능한 플라스틱을 생산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고, 소비 단계에서는 가급적이면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소비 형태의 확대라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으며, 배출 단계에서는 플라스틱을 통한 자원순환이 가능하도록 분리배출, 세척, 색깔 분류 등의 노력 또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플라스틱의 사용량 자체를 줄이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위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나아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은 이번 UNEA의 결의안을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의 해결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위 결의안에 따라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에 대한 법적 구속력 있는 규제 협정의 영향을 받게 됩니다.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UNCCP)에서 체결된 파리 협정(Paris Agreement)으로 우리나라가 「탄소중립기본법」을 제정하고 온실가스 및 탄소 감축을 위한 이니셔티브를 수립한 것처럼 위 결의안에 따라 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협약이 비준되면 그에 상응하는 움직임이 필요하게 될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에 대해 아주 뾰족하거나 실효적인 법적 수단이나 이니셔티브를 가지고 있지 못한 상황입니다. 가깝게는 쓰레기 매립장 설치의 문제를 두고도 지방자치단체 간 분쟁이 벌어지고 있고 정부는 이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플라스틱의 수거나 재활용 문제에 있어서도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이나 「자원순환기본법」 등 일부 법률이 존재하지만 이것들이 플라스틱 쓰레기의 근본적인 저감과 감축을 위한 명확한 도구로서는 기능하고 있지 못한 실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사회는 이번 제5차 UNEA의 플라스틱 쓰레기와 관련된 결의안 채택을 계기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에 대한 실태조사와 그에 따른 해결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결의안에 따른 협약 초안 작성까지 올해 안에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다고 결코 볼 수 없습니다. 플라스틱 쓰레기 해결을 위한 새로운 물결에서 우리나라 역시 발빠르게 대응해야 할 시점입니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