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훈 변호사 “법령과 기존 사례를 면밀히 살펴 환경영향평가 대상인지 등을 사전에 검토해야”

환경일보와 법무법인 지평 그리고 (사)두루는 기후변화 대응, 지속가능발전, 자원순환 등 환경 분야 제반 이슈에 관한 법‧정책적 대응과 환경 목표 구현을 위해 ‘지평·두루의 환경이야기’ 연재를 마련했다. 변호사로 구성된 필진은 환경에 관한 법률을 좀 더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분쟁사례, 판례, 법·정책 등 다양한 이슈를 이야기 형식으로 구성해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편집자 주>

송경훈 변호사 khsong@jipyong.com
송경훈 변호사 khsong@jipyong.com

[환경일보] 환경영향평가 대상인지 아닌지 또는 환경영향평가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때 실시하였는지 여부가 문제되는 사례가 환경영향평가를 둘러싼 분쟁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 중 대법원이 선고한 두 판결을 소개한다.

첫 번째는 환경영향평가 대상인지 여부가 문제된 사례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1789 판결, 이른바 공주 야적장 사건). 원고는 골재생산공장설립 승인 신청을 하였는데 이미 두 차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적용대상이 되는 규모로 신청하였다가 환경영향평가와 관련된 행정청의 보완을 요청받자 앞선 신청을 취하한 후 세 번째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에서 제외되는 규모로 부지 면적을 축소하여 승인 신청을 하였다.

문제는 원고가 제조시설 규모는 전과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제조시설에 부수된 야적장의 면적만을 대폭 축소하면서 발생했다. 피고 행정청은 원고의 세 번째 신청이 환경영향평가법을 면탈하기 위하여 면적을 축소한 부적합한 것이라는 등의 사유로 승인을 거부하였다. 

원심은, 설령 원고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기 위하여 면적을 축소하여 승인을 신청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행위가 처분 당시 법령에 저촉되지 않는 이상 그와 같은 주관적인 사정만으로는 승인 신청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즉, 환경영향평가 회피 목적의 면적 축소는 적법한 거부처분사유가 될 수 없고, 나아가 거부처분을 정당화할 만한 재량판단 사유로도 볼 수 없다고 하여 승인 거부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반면 대법원은, 축소된 야적장(100㎡)에 1일 제품생산량(500㎥)을 야적할 수 있다는 원고 계획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매우 이례적이라는 점을 특별히 지적하면서, 환경오염 발생 우려를 이유로 한 거부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원심과 다른 판단을 하였다.

행정의 예측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환경영향평가법을 면탈하고자 하는 의도의 존부를 독립적인 처분사유로 삼을 수는 없으나, 공장설립의 승인(여기서는 개발행위허가)이 재량행위인 이상 이러한 의도를 재량판단의 고려요소로 삼을 수는 있기 때문에 대법원의 판단이 일응 타당해 보인다.

두 번째는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제때 요청한 것인지가 문제된 사례다(대법원 2018. 2. 28. 선고 2017두30979 판결, 이른바 나주 재활용비료 사건). 문제된 업체는 가축분뇨 재활용시설을 이용한 비료제조업을 하기 위하여 사업계획 승인을 신청하였고, 피고 행정청은 이를 승인하였다. 그런데 인근 주민인 원고는 사업계획 승인 전에 환경영향평가가 먼저 시행되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시하지 아니한 채 승인이 이루어진 것은 위법하다며 승인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원심은, 환경영향평가법 시행령에서 재활용시설의 실제 가동을 위한 재활용 신고 전에만 환경영향평가가 이루어지면 되는 것으로 정하고 있는 이상, 설치에 관한 승인을 받기 전에 환경영향평가를 거치지 않았더라도 승인처분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반면 대법원은, 쟁점이 된 환경영향평가법 시행령 규정은 아직 재활용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활용 신고를 하는 경우 등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새겨야 한다면서, 이와 달리 재활용 신고에 앞서 재활용시설의 설치를 위한 사업계획의 승인을 신청한 경우에는 그 승인 이전에 환경영향평가를 거쳐야 한다고 원심과 다른 판단을 하였다.

신고–설치–가동의 순서를 전제로 신고 전에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거치도록 한 환경영향평가법 시행령 규정이 설치–신고–가동의 순서로 진행되는 경우까지 예상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미리 어떤 사업이 환경에 미칠 영향을 평가·검토하도록 함으로써 쾌적하고 안전한 국민생활을 도모하는 것이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근본 취지이기도 하므로, 위 사건에서 대법원은 원심과 다른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