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RE100 가입 증가했지만, PPA 계약은 달랑 ‘2건’
글로벌 시장서 공급‧수요 모두 경쟁력 바닥‧‧‧ 정책 구멍 메꿔야

[국회=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재생에너지 사회로의 전환과 변화는 고통을 수반한다. 그러나 이를 피해선 안 된다.” 

이재명 의원이 17일 열린 ‘RE100 실행, 재생에너지 직접구매의 난관과 해결방안 모색 토론회’에 참석해 “현 정부가 RE100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고 날카롭게 짚었다.

17일 열린 ‘RE100 실행, 재생에너지 직접구매의 난관과 해결방안 모색 토론회’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는 이재명 의원 /사진=김인성 기자
17일 열린 ‘RE100 실행, 재생에너지 직접구매의 난관과 해결방안 모색 토론회’에 참석한 이재명 의원 /사진=김인성 기자

이 의원은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생산활동이 국제적 스탠더드가 돼 가고 있는데, 우리 정부나 우리 사회가 이를 회피하고 있다. RE100이라고 하는 산업 경제 체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현실을 마주하고 기회 요인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원안보, 전쟁, 기후위기 등 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은 날로 증가하고 있으나, 제도 미흡과 정부의 무관심으로 국내 ‘RE100’ 실행이 지연되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RE100’이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이다. 구글‧애플‧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적극 참여 중이며, 원료 공급부터 부품까지 점차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제품 수입 비중 또한 증가시키고 있다.

즉 수출 위주인 국내 기업들이 ‘RE100’을 원활히 진행하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국가 산업 전체에도 큰 타격을 입게 된다는 의미다.

유럽은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화석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기존 40%에서 45%로 상향하는 ‘RE Power EU’를 발표하고, 재생에너지 보급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재생에너지에 대한 전 세계 투자 규모는 약 440조에 이르며, 53조원에 불과한 원자력의 투자 규모의 8배 이상이다.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량 역시 원자력을 넘어서고 있다.

참석자들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 RE100이 활성화되려면,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김인성 기자
참석자들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 RE100이 활성화되려면,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김인성 기자

이러한 실정에 한국도 재생에너지 거래 시 발전사업자와 전력소비자가 직접 거래할 수 있는 전력 구매계약(PPA) 제도를 작년 말 도입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PPA 계약실적은 국내를 통틀어 직접 PPA 1건, 한전이 중개하는 제3자 PPA 1건으로 총 2건뿐이다. 이마저도 정밀한 조항으로 제대로 체결된 계약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근래에는 현대자동차그룹 4개 사가(현대차, 기아, 모비스, 위아)가 ‘RE100’ 참여를 발표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 SK하이닉스, 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총 19개 사가 RE100 캠페인에 가입해 있다.

하지만 대다수 업계에서는 재생에너지 거래에 대해 아직 회의적인 반응이다. 송배전망 이용요금의 불확실성, 제도적 토대 부족, RPS 상대적 우위 등으로 직접 PPA 제도가 본격화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재생E 수요는 증가하는데 공급여건 열악

서정석 BNZ Partners 본부장은 “녹색 프리미엄 추가성 이슈, PPA 비용 문제,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보완재로서의 경제성 부족 등 K-RE100 이행수단 중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고 현황을 짚었다.

국내 최초로 아모레퍼시픽과 재생에너지 PPA를 맺은 SK E&S의 박영욱 팀장 역시 공급기업의 입장에서 “국내 기업의 RE100 동참 선언이 잇따르며 재생에너지에 대한 국내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공급여건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며 “연료비 및 원자재 상승 등에 따라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의 요구 가격이 상승하고 있고, RPS(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의 상대적 우위로 RE100 공급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고초를 토로했다.

박영욱 SK E&S 팀장 /사진=김인성 기자
박영욱 SK E&S 팀장 /사진=김인성 기자

박 팀장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이 RE100으로 공급하기 위한 여건이 마런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RPS/RE100 분할계약을 허용해 RE100 시장 활성화 ▷주민참여용 인센티브 제공 ▷발전량 예측제도 참여 허용 ▷망 이용요금 이중부과 방지를 위한 PPA용 전기요금 마련 및 부가비용 면제‧감면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사업자의 기능 다양화 등을 제언했다.

“인프라 보급 및 대체 설비 등 가격 경쟁력 갖춰야”

재생에너지 수요기업으로 자리한 LG에너지솔루션 이성용 팀장은 “우리나라는 RE100 전환 시 미국, 폴란드 등과 비교해 원가 상승 부담이 있다”며 가격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전했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폴란드 생산시설은 전환 프리미엄이 1% 내외지만 국내는 일반전력 대비 최소 10%의 프리미엄이 발생하고 있어 글로벌 비즈니스 경쟁력 측면에서 약세인 셈이다.

이 팀장은 ““EU의 배터리 규제, 자동차 고객사 중심의 배터리 저탄소 요구 수준을 넘어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기업의 필수 조건”이라고 덧붙이며, 이를 위해 신재생에너지 공급 및 인프라 보급 확대와 탄소중립을 위한 연료 전환·대체 설비 등을 제시했다.

법무법인 태림의 하정림 변호사는 하위법과 상위법의 공백에 대해 상세히 검토를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법무법인 태림의 하정림 변호사는 하위법과 상위법의 공백에 대해 상세히 검토를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진=김인성 기자

법무법인 태림의 하정림 변호사는 ‘재생에너지 거래 활성화를 위한 법제화 과제’라는 발제를 통해 “전기판매 계약을 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조항이 없고, 표준계약서조차 없어 실무계약을 체결할 때 제도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실무진행이 어려운 법·제도하에 RE100을 실행하라는 것은 공허한 말”이라고 쓴소리를 던졌다.

망 요금 체계의 일관성‧공정성‧합리성 확립 필요

하 변호사는 “예측이 어려워 망 이용료 등의 비용이 높아지고 있다”고 판단하며, “에너지 관련 규제의 통일화, 일관성 있는 입법 등을 통해 예측가능성을 높여 PPA 관련 당사자들이 계획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전했다. 특히 “상위법에 없는 계약전력 기준 1MW가 RE100에 참여하고 싶은 중소기업의 장애가 되고 있다”며 정부의 해당 시행령 재검토를 주문했다.

한전에 전력망의 소유와 운영에 대한 독점적인 권한이 부여돼 있는 현시점에서 ‘망 소유자와 관리의 분리’와 ‘망 관리자의 독립성 및 중립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도원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재생에너지 중심의 분산에너지 시스템 활성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직거래를 통한 혁신’을 꼽으며, “망 요금 체계의 일관성‧공정성‧합리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도원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사진=김인성 기자

“대규모 중앙집중형 대신 소규모 분산형 중심 재생E 도입해야”

친환경전기투자 플랫폼 모햇과 가상발전소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H에너지의 함일한 대표이사는 “재생에너지 시장의 수요는 계속 증가하지만 입지 문제로 공급에 한계가 많다”며 “RE100 실행을 위해서는 새만금과 같은 대형발전소 부지 확보보다는 소규모 분산자원이 시장에 빠르게 퍼질 수 있는 구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토론에서 나온 사안들에 대해 이영주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산업정책과 서기관은 “PPA 제도 자체에 대한 문제도 있지만 산업부는 재생에너지 정책에 대한 부분을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면서 발생할 전력계통, 전력시장, 출력감발 문제 등을 해결해 나가면서 안정적 공급 기반을 마련하고, 이와 동시에 PPA 등 신산업에 대해 역동적으로 대응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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