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 건설부동산그룹 변호사 한재상

한재상 변호사 jshan@jipy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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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일보] 처리 기준과 방법 또는 재활용 원칙과 준수사항 등에 맞지 않게 처리된 폐기물(부적정처리폐기물)이 발생한 경우, 환경부장관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부적정처리폐기물을 발생시킨 자 등에 대하여 폐기물의 처리방법 변경, 폐기물의 처리 또는 반입 정지 등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폐기물관리법 제48조 제1항). 

이는 폐기물의 부적정 처리 문제에 대한 유효적절한 수단으로, 부적정처리폐기물로 인한 수질오염, 토양오염 등 이차적인 환경오염과 국민들의 건강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항으로 볼 수 있다. 

위 조치명령의 대상자에 관한 규정은, 폐기물관리법이 2019년 11월 26일 개정되기 전에는 모두 3호까지 존재하였으나, 위 개정 후에는 모두 9호까지로 늘어났다.

법률 그 자체에 의하더라도, 특정 부적정처리폐기물과 관련하여 다수의 조치명령 대상자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다수의 조치명령 대상자 전원에 대하여 조치명령을 내려야 하는지 아니면 그중 1인에 대해서만 조치명령을 내려도 되는지, 다수인에 대하여 조치명령을 내릴 경우 대상자들 사이의 법률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예컨대 대상자들은 자신의 책임 영역에 속하는 부분만 이행하면 되는지 아니면 다른 대상자들의 책임 영역에 속하는 부분도 이행하여야 하는지 등과 같은 여러 복잡하고 어려운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아래에서는 이와 관련한 최근 하급심 판례 하나를 살펴보고자 한다. 

A회사는 폐수처리 등을 주된 영업으로 하는 회사이고, B회사는 폐기물을 성토재로 재활용하는 영업을 하는 회사이다. A회사는 B회사에 폐수처리 결과 발생한 폐기물(폐수처리오니)의 처리를 위탁하였다. B회사는 A회사로부터 그 처리를 위탁받은 폐기물과 다른 여러 업체들로부터 그 처리를 위탁받은 폐기물을 사용하여 성토재를 만든 후 이를 익산시에 위치한 어느 폐석산에 매립했는데, 위 매립지에서 침출수가 발생하여 인근 하천으로 유입되는 환경오염이 발생하였다. 

당진시장은, A회사가 폐기물의 처리기준과 방법에 따라 폐기물을 처리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즉 위탁자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채 B회사에 폐기물의 처리를 위탁하였음을 이유로, A회사에 대하여 조치명령을 내렸다. 

위 조치명령의 구체적 내용은 ‘① 위 매립지의 침출수 및 오염된 지하수의 확산 방지 등을 위한 적정 조치를 취하고, ② B회사에 그 처리를 위탁한 폐기물 및 이로 인해 오염된 토사의 제거 등을 위한 적정 조치를 취하라’라는 것이었다. 위 매립지에는 A회사 외에도 32개 업체로부터 그 처리를 위탁받은 폐기물이 불법적으로 매립된 상태였다. 

A회사는 당진시장의 위 조치명령에 대하여 그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A회사의 주장의 요지는 ① 위 조치명령의 내용이 모호하여, A회사의 의무를 특정하거나 이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② 위 환경오염 문제는 A회사의 폐기물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회사들의 폐기물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위 조치명령은 A회사에 연대책임을 부과하는 것으로서 부당하다 등이었다. 

제1심(대전지방법원 2020. 1. 9. 선고 2018구합103975 판결)은 A회사의 위 주장들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특히 위 ② 주장과 관련하여 위 조치명령이 A회사에 연대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맞지만, 이는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① 폐기물관리법 제48조 소정의 조치명령은, 폐기물의 처리나 방치 또는 매립에 일정한 책임이 있는 자들 전부를 대상으로 부과될 수 있는데, 특히 수 개의 폐기물 불법처리에 따른 복수의 책임 귀속 주체가 있고, 불법처리된 폐기물이 누적 혼입되어 그들 각자의 책임에 상응하는 원상회복의무 범위를 정확히 가리기 어렵거나, 이에 대한 조치의무를 수인의 책임귀속 주체에게 각각 나누어 발령하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은 경우에는, 각자에게 동일한 조치명령을 부과함으로써 연대책임을 지우는 것이 합리적인 점, ② 그와 같이 해석하는 것이 ‘원인자가 둘 이상인 경우 어느 원인자에 의하여 환경피해가 발생한 것인지 알 수 없을 때 연대하여 배상’하도록 정한 환경정책기본법 제44조 제2항, ‘토양오염을 발생시킨 자가 둘 이상인 경우에 어느 자에 의하여 피해가 발생한 것인지를 알 수 없을 때에는 각자가 연대하여 배상하고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는 등의 조치를 하여야 할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토양환경보전법 제10조의3 제2항의 입법취지나, 폐기물로 인한 환경오염의 특수성과 심각성, 그에 대한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처의 관점에 비추어 볼 때도 합당하다는 점 등이 그 근거였다. 

폐기물관리법상 다수의 조치명령 대상자가 존재하는 경우, 그들로 하여금 연대하여 그 내용을 이행할 것을 명하는 취지의 조치명령을 내릴 수 있는지와 관련하여, ① 연대책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환경정책기본법 제44조 제2항은 사법상 책임에 관한 규정이지 공법상 책임에 관한 규정으로 보기는 힘들고, 토양환경보전법상 공법상 책임에 관하여 연대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규정에 대해서는 두 차례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바 있으므로, 환경정책기본법과 토양환경보전법을 유추하여 폐기물관리법상 다수의 조치명령 대상자들의 연대책임을 인정해서는 아니 된다라는 견해와, ② 모든 경찰책임자는 위험 전체에 대하여 책임을 지며, 내부적인 이익 조정의 문제는 2차적 영역으로서 다루어져야 하므로, 연대책임을 인정할 수는 있지만, 다수의 조치명령 대상자들에 대하여, 마치 채권자가 연대채무들 중 1인에 대하여 임의로 채무의 이행을 구하듯, 행정청이 임의로 그중 1인을 선택하여 조치명령을 내린다면, 이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행정처분이 될 것이라는 견해 등이 존재한다. 

이러한 쟁점에 대하여 항소심(대전고등법원 2021. 8. 20. 선고 2020누10225 판결)은, 위 조치명령은 폐기물관리법을 위반한 A회사에 개별적으로 내려진 것으로, 그 자체로 다른 위반자들과의 연대책임을 부여한 것이 아니므로, ‘연대책임을 부과한 근거 법령의 부재’를 주장하는 A회사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피지 않는다라고 판단함으로써, 직접적이고 명시적인 판단을 내리지는 않았다. 항소심은 위 조치명령이 가지는 의미를 A회사가 위법하게 처리 위탁을 한 폐수처리오니 및 그로 인한 주변 오염에 대하여 적정조치를 하라는 내용일 뿐, A회사에 조치명령 대상지 내에서, 위법하게 처리 위탁을 한 폐수처리오니를 개별적으로 찾아내어 제거하고 해당 부분의 확산 방지책을 마련할 것을 확정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다소 제한적으로 보았는데, 이러한 판단이 연대책임에 관한 위 판단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비록 위 조치명령이 A회사에 개별적으로 내려진 것이기는 하지만, 그 효과면에서 보면 실질적으로 A회사는 문제의 부적정처리폐기물로 야기된 토양오염 전부에 대하여 적정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간에 걸쳐 누적적으로 발생하는 토양오염의 특성상 그 원인자와 원인자별 책임의 범위를 특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더라도, 적어도 원인자들을 최대한 밝혀내기 위한 조사를 거친 뒤 밝혀진 원인자들 전부에 대하여 조치명령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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