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시청 고발에도 산림훼손지 3년째 방치, 산사태 등 주민 안전·사고 우려

2019년 A업체는 허가받은 면적외 산림을 훼손한 후 복구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다. /사진=박선영 기자 
2019년 A업체는 허가받은 면적외 산림을 훼손한 후 복구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다. /사진=박선영 기자 

[환경일보] 박선영 기자 = 이천시청은 최근 산림 불법훼손 혐의로 A업체를 고발했다. 문제의 업체는 2019년 사업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산지를 크게 훼손했다.

훼손지는 경사지를 포함하고 있어, 흙무너짐 등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 사고 위험까지 있음에도, 불법훼손지가 3년째 방치된 것이다.   

‘골재(骨材)’란 모르타르 또는 콘크리트의 골재, 즉 뼈대가 되는 재료로, 건설공사에서 쓰이는 자갈이나 모래 등을 가리킨다. 최근 이천시청에 고발당한 A업체는 이런 골재를 채취하거나 선별, 세척, 파쇄하는 업체다.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에 소재한 A업체의 현 대표는 박 모 씨다. 산림 불법훼손으로 문제가 된 땅은 매곡리 산19번지 일대로, 직전 대표인 정 모 씨 소유이며 현대 임대 중인 땅이다.

대지면적은 경기도 부동산포털 기준 19504㎡(약 5906평)이다. A업체에서 제공한 자료상 면적은 19832㎡(약 6005평)이다.

A업체가 훼손한 총 면적은 5,627㎡(약 1,703평)이다.  2018년 나무로 빽빽하던 숲이, 2023년 사막처럼 하얗게 변해버렸다.
A업체가 훼손한 총 면적은 5,627㎡(약 1,703평)이다.  2018년 나무로 빽빽하던 숲이, 2023년 사막처럼 하얗게 변해버렸다.

이중 지반(地盤)을 파내는 작업, 굴착(掘鑿)을 허가받은 면적은 1827㎡(약 553평)에 불과하다. 그러나, A업체가 굴착한 총 면적은 5,627㎡(약 1,703평)이다. 국가가 허가한 면적에서 3800㎡(약 1150평)나 초과해 땅을 파낸 것이다. 그 과정에서 산림과 토양을 훼손해, 이천시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박 모 대표는 “올해 사업 재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산림이 불법훼손된 사실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A업체는 1심에서 12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박 모 대표는 “작업자의 실수로 산림과 토양을 훼손한 것은 잘못”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불법훼손에서 거둔 수익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A업체는 불법 굴착작업으로 산림과 지반을 훼손했으며, 그 과정에서 획득한 표피(흙)를 판매해 수익을 거뒀다. “벌금이 1200만원 나왔는데, 그렇다면 표피를 판매해 얻은 수익은 얼마나 되나”는 기자의 질문에, 박 대표는 대답하지 않았다.

박 대표에 의하면, A업체는 폐기물재활용 허가 후 2020년까지 처리량을 폐기물관리대장 수기로 작성했다. 2020년 12월이 돼서야 문제를 인지하고 2021년 4월부터 전산시스템 입력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산림 추가 훼손에 대해 “토목 작업자의 실수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산림 훼손 건은 현재 이천시청에 고발 조치됐으며, 관할 법원에서 재판 중이다.

박 대표는 “훼손된 지역이 복구 기준에 맞춰 복구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복구 작업은 전문업체에 맡겼다. 복구 현장에 직접 가보지는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박 모 대표의 사무실과 훼손지까지의 거리는 약 50m다.  B물류센터가 한눈에 보이는 거리다. /사진=박선영 기자
 박 모 대표의 사무실과 훼손지까지의 거리는 약 50m다.  B물류센터가 한눈에 보이는 거리다. /사진=박선영 기자

박 모 대표를 만난 직후인 8월24일 기자는 직접 복구 현장을 방문했다. 박 대표는 “훼손지역 식재를 마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훼손지에는 나무 한그루 심어져 있지 않았다. 푸른 나뭇잎 대신 파란 천이 휘날리고 있었다. A업체와 B물류센터를 구분하는 경계지역까지 흙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씌워둔 천이다. 현장은 훼손된 채 그대로 방치되고 있었다.

B물류센터 담당자를 통해 토지 임차인과 통화를 시도했다. 임차인은 전화로 “2019년 당시 상황에 대해 대략 알지만, 피해가 없으니 괜찮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주민들도 괜찮을까?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은, “2019년부터 A업체에서 B물류센터 앞까지 남김 없이 흙을 퍼냈다”며 “그곳에는 경사지가 포함돼 있어 내일이라도 흙이 무너질 것 같다. 사고가 일어날까 주민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기자는 이천시청에 해당 정보 공개를 요청해 개발 전후를 비교했다. 시청에서 공개한 자료 중 2018년과 2023년 훼손지의 항공사진을 보면, 풍경이 완전히 다르다. 2018년에는 나무로 빽빽하던 숲이, 2023년 사막처럼 하얗게 변해버렸다.

A업체에서 B물류센터를 한참 지난 지역까지 수목을 베어낸 것을 알 수 있다. 허가구역을 한참 넘어 산림을 훼손한 것이다.

이렇게 대규모로 공사를 했는데, A업체의 대표인 박모 씨가 그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설혹 몰랐다는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업체 대표라는 위치상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박 대표는 “식재는 한 것으로 안다. 성토(흙쌓음)는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식재는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아울러 박 대표는 “흙은 많이 파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천시청에서 제공한 항공사진과 기자가 직접 목격한 현장을 보면, 언덕 수준으로 낮아진 산부터 B물류센터 펜스 지역까지 엄청난 양의 흙이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

이천시에 신고된 최초 건축허가일은 2013년 2월 15일, 동식물 관련 시설 버섯재배지로 최초 신고된 건축면적은 768㎡이며 2023년 촬영소, 사무소, 소매점 등 방송통신시설로 신고된 최종 건축면적은 1827㎡다.

박 대표는 “이천시 고발 전까지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대표의 사무실과 훼손지까지의 거리는 고작 50m에 불과하다. A업체에서 B물류센터가 한눈에 보이는 거리다.

근무지 바로 앞에서 벌어진 일을, 그것도 작업을 시행한 기업의 대표가 몰랐다는 변명을 납득할 수 있을까?

박 대표는 “수목과 토지를 정리하는 토목업체 작업자의 실수”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착공신고를 하면 벌목 전에 토지경계측량을 해야 한다.

게다가 허가 면적의 3800㎡(약 1150평)을 초과해 파낸 땅의 흙을 판매해 수익을 거둔 일에 대해 “작업자의 단순 실수”라고 넘어가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너무 많다.

A업체의 불법 수목훼손 사건은 올해 이천시청 고발로 알려졌다고 한다. 하지만, 3년 이상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불법훼손된 산지에 대해 이천시가 제대로 확인했는지, 감시가 소홀하지는 않았는지 의구심을 거둘 수 없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박 대표는 “이천시청의 산림 복구 지시가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시청에서 복구를 지시했음에도 해당업체가 이행을 하지 않고 버티는 이유는 무엇일까. 복구명령이 실제로 있기는 했던 것일까? 훼손된 산림에 대한 복구가 이뤄지지 않는 현실을 보면,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고 있지 않다. 

‘산림청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산림의 보호, 단속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보호담당자는 산림사고의 예방 등을 위해 산림보호담당구역을 순찰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박 대표는 “외부업체에 복구를 맡겼으니 이제 그 업체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대표를 맡은 업체에서 불법훼손한 산지가 전혀 복구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 말이다.

전국 곳곳에서 끊이지 않는 산림 훼손

산림청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0조'는 벌채를 하거나 조림지를 훼손한 자는 벌채지나 훼손지에 조림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2항은 제1항에 따라 조림을 하지 않으면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은 조림을 명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벌채를 하거나 조림지를 훼손한 자로서 제1항에 따른 조림을 하지 아니한 자에게 명령해서 복구를 명령해야 해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법률에서 벌채 및 조림지 훼손을 명백히 규제하고 있음에도, 벌채지 과·오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산림청 불법산림훼손 유형별 발생현황을 살펴보면 토석채취로 인한 불법 산지전용은 2018년 60건이 적발된 후 2019년 59건 2020년 58건으로 줄지 않는 추세다.

벌채지 과오벌 역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2018년 45건, 2019년 68건에 이어 2020년에는 84건을 기록했다.

건설업체 등을 비롯한 산업계는 경기 하락과 비용 상승, 각종 규제 등으로 경영이 어렵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강력하게 반대한다. 물론, 기업경영도 중요하다. 하지만, 사람의 목숨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까?

작업자의 목숨을 위협하는 작업장 사고 발생률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특히 채석장 붕괴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 1호 사고다. 3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 사건의 첫 재판은 올해 10월24일 열린다. 내년 1월27일에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다.

처벌도 중요하지만, 사고 예방을 위한 각 기관의 감시가 시급하다.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인명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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