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살자 OECD 평균보다 2.4배, 일본보다 1.5배 이상 높아
자살예방 법적‧인프라 미비‧‧‧ “지자체 중심 정책 수립‧시행 필요”

우리나라는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003년부터 2022년까지 한 해를 제외하고 19년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한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사진=환경일보 DB 
우리나라는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003년부터 2022년까지 한 해를 제외하고 19년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한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사진=환경일보 DB 

[국회=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지금 우리 사회는 여전히 ‘자살’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는 매년 약 1만3000명을 자살로 잃고 있다. 이는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보다도 더 많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사망원인통계결과를 보면, 국내 자살 사망자 수가 하루 35명이 넘는다. 우리나라는 OECD 표준인구 10만명당 22.6명으로 OECD 평균 자살사망자 수 10.6명보다 월등히 높다고 할 수 있다.

한국사회의 자살현상은 외환위기 전 1995년에는 11.8명대의 자살률을 보이다 급격히 상승해 2009년 33.8명 정점에 이르렀다가 2022년 25.2명으로 다소 감소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003년부터 2022년까지 한 해를 제외하고 19년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표준인구 기준으로는 2020년 24.1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 10.6명에 비해 2.4배 높고 일본의 15.4명에 비해서도 1.5배 이상 높다.

한국의 2022년 자살사망자는 1만2727명으로 정신과적 문제 5011명(39.4%), 가정문제 685명(5.4%), 경제생활 문제 2868명(22.5%), 남녀문제 256명(2%), 사별문제 105명(0.8%), 육체적 질병문제 2238명(17.6%), 직장 또는 업무상 문제 404명(3.2%), 기타 377명(3%), 미상 377명(6.2%)이다.

자살 문제, 개인적‧사회적 결합 작용의 결과

2021년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전국 자살사망 분석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자살사망자 6만4134명의 자살 주원인은 정신건강문제, 경제문제, 신체건강문제, 가족관계 문제, 직업문제 순으로, 이는 조사가 수행된 5개년에 거쳐 일관된 경향으로 확인됐다.

특히 소득은 자살 결정의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며, 나이가 들수록 삶에 대한 기대효용이 낮아지면서 자살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살은 개인적, 사회적 통합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자살은 소외와 단절로 인한 고립, 무망감과 무능감에 대한 인식, 육체적‧심리적 질병이 결합돼 발생한다.

그러므로 효과적인 자살 예방과 그 정책 실현을 위해서는 개인‧조직‧사회‧정책이 유기적으로 연계해 공통되고 통합적인 전략을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적 차원의 자살예방 노력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자치 단체와 비정부기관, 학교 및 사업장 등 여러 조직의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하며 특히, 지역사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제4회 생명존중의날 기념행사 및 지자체 책임자 정책토론회’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0년 내 자살률을 50% 감축시키겠다는 목표를 설정했으며, 자살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신 건강문제를 예방부터 회복까지 전주기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김인성 기자
‘제4회 생명존중의날 기념행사 및 지자체 책임자 정책토론회’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0년 내 자살률을 50% 감축시키겠다는 목표를 설정했으며, 자살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신 건강문제를 예방부터 회복까지 전주기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김인성 기자

지난 25일에는 한국생명운동연대와 강기윤 의원 주최로 열린 ‘제4회 생명존중의날 기념행사 및 지자체 책임자 정책토론회’에서는 자살예방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대처에 대한 방안을 논의했다.

국회보건복지위원회 국민의힘 간사 강기윤 의원은 “국제적으로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세계 부동 1위를 기록할 만큼 이제는 자살 문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로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지만, 자살 예방에 대한 법적, 인프라는 여전히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자살 예방은 자각을 통한 자활 의지 고취, 자살을 부를 수 있는 요인과 유해환경의 제거, 자살 의도자와 시도자에 대한 상담과 지지체계 구축, 서로 의지하며 함께 번영할 수 있는 사회 경제적 환경조성 등의 제반 활동이 조화를 이뤄야만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국생명운동연대 무원 상임공동대표는 사회의 각 구성단위들이 함께 노력하고 극복해 가는 과정에서 예방 효과가 나온다며, “자살의 반대는 자활이다. 절이나 절망, 무력감, 한탄스러움과 같은 한계 상황에서 벗어나도록 힘을 키워주는 것이 절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장관, “올 7월부터 자살예방교육 의무화”

지금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자살예방과 생명존중문화 조성에 관심이 높다. 지난해 4월 국무총리 주재 자살예방정책위원회에서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을 발표했고, 12월에는 역대 정부 최초로 정신건강을 국가 아젠다로 설정한 바 있다.

10년 내 자살률을 50% 감축시키겠다는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했으며, 자살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신 건강문제를 예방부터 회복까지 전주기로 관리할 계획이다. 또 더 쉽게 24시간 자살예방 상담과 함께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자살예방상담전화를 2024년 1월부터 1393에서 109로 개편했다.

아울러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신건강검진을 10년에 한 번에서 2년에 한 번으로 확대했으며, 일상에서 국민이 마음을 돌볼 수 있도록 마음투자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올해 7월부터는 국가, 지자체, 초‧중‧고등학교, 사업장 등에서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자살예방교육이 의무화된다고 밝혔다.

국제적 연구보고에 의하면,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의 약 60%는 도움을 구하지 않고 스스로 처리하려는 성향이 있다. 여기에는 자살을 예방하거나 그가 직면한 문제의 해결을 도와주는 연구 및 지원 기관이 매우 부족한 데에도 원인이 있다. 한국이 대표적인 경우다.

전 교육부총리인 김신일 서울대 명예교수는 각 지자체가 자살예방을 통한 삶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데에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환경일보 DB
전 교육부총리인 김신일 서울대 명예교수는 각 지자체가 자살예방을 통한 삶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데에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환경일보 DB

“각 지자체, 행복지수 상승 정책 수립‧시행해야”

전 교육부총리인 김신일 서울대 명예교수는 각 지자체가 자살예방을 통한 삶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데에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지방분권과 지방재정 확대를 실현하고 중앙정부 주도의 획일성으로부터 각 지자체 중심의 지역밀착형, 지역맞춤형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된다며, 자체의 역할 강화를 통한 ‘자살 없는 사회’ 실현을 위해서는 각성된 시민과 국회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삶을 지원하는 일에는 여러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에 대해 하상훈 생명의전화 원장은 ▷사업화의 어려움 ▷공통이해의 어려움 ▷연계의 어려움 등을 나열했다.

하 원장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살예방의 컨트롤 타워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별도의 자살예방센터를 설치해 자살 예방 전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지방자치단체와 민간단체의 자살예방 활동을 돕는 ‘지역자살대책긴급강화 기금’ 조성 또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범수 동국대 생사문화산업연구소 교수는 지역사회는 중앙정부가 제시하는 자살예방 국가 전략의 목표와 과제들에 관해서도 구체적인 접근법과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추진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만 한다고 분석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특히 지방정부의 리더십과 자체적인 자살예방계획 수립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지역사회야말로 그 지역의 욕구와 우선순위를 파악하고 대응하는 데 가장 적합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양두석 안실련자살예방센터 센터장은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에 관한 법률 중 시행 시 제재조항이 부재하기에 강행 및 제재조항 신설이 필요하다”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자살예방사업을 수행하는 단체에 대해 업무수행에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의무적 조항이 들어가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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