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훈 변호사 “폐기물처리업자 등의 권리·의무 승계 여부는 인수의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환경일보와 법무법인(유) 지평 그리고 (사)두루는 기후변화 대응, 지속가능발전, 자원순환 등 환경 분야 제반 이슈에 관한 법‧정책적 대응과 환경 목표 구현을 위해 ‘지평‧두루의 환경이야기’ 연재를 시작한다. 변호사로 구성된 필진은 환경에 관한 법률을 좀 더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분쟁사례, 판례, 법·정책 등 다양한 이슈를 이야기 형식으로 구성해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편집자 주>

송경훈 변호사 khsong@jipyong.com
송경훈 변호사 khsong@jipyong.com

[환경일보] 최근 경매 등 절차에서 폐기물처리시설 중 일부만을 인수한 경우에도 그 인수인이 종전 폐기물처리업자 등의 권리·의무를 승계하는지 여부에 대한 일정한 기준을 밝힌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다(대법원 2021. 8. 26. 선고 2019다226548 판결).

‘폐기물관리법’에 따르면 폐기물처리업자 등으로부터 폐기물처리업 등을 양수하거나 경매 등 절차에 따라 인수하는 경우 해당 양수인 또는 인수인은 일정한 허가를 받아야 하고, 종전 폐기물처리업자 등의 권리·의무를 승계하게 된다(제33조 제1항).  이는 영업을 직접 양도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경매 등 절차에 따라 폐기물처리시설의 소유권이 이전되어 결과적으로 영업주체가 변경되는 때에 폐기물처리업의 허가와 관련하여 형성된 공법상 관리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실무상으로는 경매 등 절차에서 폐기물처리시설 전부가 아니라 일부만 인수되는 경우가 종종 있고, 이 경우에도 인수인이 종전 폐기물처리업자 등의 권리·의무를 승계하는가에 대한 다툼이 있었다. 위 대법원 판결의 사안에서도 피고는 폐기물전처리시설(투입슈트 1식, 투입컨베이어 1식, 파쇄기 1식, 이송컨베이어 5식, 트럼별선별기 1식, 자력선별기 1식, 파·분쇄기 1식), 콤푸레샤 1식, 집진기 1식, 계근대 1식 중 일부인 투입슈트 1식, 투입컨베이어 1식, 이송컨베이어 2식, 자력선별기 1식만을 경매를 통해 인수했다.

대법원은 위와 같이 인수한 일부 시설만으로는 폐기물처리업의 허가기준과 폐기물처리시설의 설치기준 및 관리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폐기물처리업의 영업 실질이 존재한다고 평가하기도 어려운 정도라고 보고, 그 시설의 인수인인 피고가 폐기물처리업 허가에 따른 권리·의무 승계의 전제조건이 되는 구 폐기물관리법 제33조 제2항의 ‘폐기물처리시설 등을 인수한 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과 다른 결론을 내린 하급심에서는 폐기물처리업의 허가와 관련한 관리체계의 일관성에 중점을 두었을 수 있다. 일부라고 하더라도 폐기물처리시설을 경매절차를 통해 매수한 이상 권리·의무의 승계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았을 여지도 있다. 그러나 실상 폐기물처리업을 도저히 영위할 수 없는 수준의 시설을 매수한 것이라면, 이러한 경우까지 이 사건과 같이 인수인에게 예측할 수 없었던 구상책임을 부담하게 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위 대법원 판결은 이러한 사정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겠지만, 그 자체로 민사집행법에 따른 경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른 환가(換價)나 국세징수법, 관세법 또는 지방세징수법에 따른 압류재산의 매각,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절차에 따라 폐기물처리시설을 인수하는 경우 권리·의무 승계 여부에 대한 일응의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서 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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