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를 가장 많이 발생시킨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가 피해자 보상 및 인도적 기금 출연 의사를 밝혔지만 피해자들의 반발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옥시는 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타 사프달 대표가 직접 보상방안을 제시하며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정부가 인정한 1·2 등급 피해자에게 보상하고 3·4등급 판정을 받은 피해자를 위해서는 기존의 50억원 외에 추가로 50억원의 인도적 기금으로 보상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날 아타 사프달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로 폐 손상을 입으신 모든 피해자와 가족들께 머리 숙여 가슴 깊이 사과드린다”며 “옥시 제품이 이 사건과 관련된 점, 신속히 적절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점에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1·2차 가습기 살균제 피해조사 대상 530명 가운데 옥시 제품만 사용한 피해자는 220명, 옥시와 다른 제품을 함께 사용한 피해자는 184명으로 조사 대상의 80.3%(404명)에 달한다. 1·2등급 판정 피해자 221명 가운데 옥시 제품 사용자는 178명으로 가장 많다.

가습기살균제 사고가 본격적으로 알려진 2011년 이후 피해자들은 일인시위 등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제조업체들은 대형 로펌을 동원해 소송으로 대응했다. 뒤늦게서야

검찰이 수사에 나서자 해당 업체들은 사과와 함께 보상안을 내놔 진정성을 의심 받고

있다. <사진제공=환경보건시민센터>



뒤늦은 옥시의 사과에 피해자들은 분노를 표시했다.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각종 실험결과 조작 의혹으로 전 국민의 공분을 사면서 제품 불매운동으로까지 확대되자 뒤늦게 ‘면피용’ 사과에 나섰다는 것이다.

옥시의 기자회견 2시간 후 피해자가족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 민변환경보건위원회는 옥시 영국본사의 최고경영자 라케쉬 카푸어(Rakesh Kapoor) 등 이사진 8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2001년 한국 옥시를 인수해 PHMG를 넣은 뉴가습기당번을 제조하고 판매하려 할 때 신제품의 안전테스트의 필요성이 검토됐음에도 이를 하지 않았고 이후 11년간 판매과정에서 아무런 안전점검을 하지 않은데 대한 직간접 지휘의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또한 당초 5월30일로 계획된 소장 접수를 2주 앞당겨 5월16일 소장을 제출하며 집단소송을 조기에 시작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피해자가족모임은 옥시가 그간 보여준 태도에서 진정성을 찾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지난 2011년 한국 정부의 역학조사와 동물실험 조사발표 이후 옥시가 정부 조사결과를 재확인한다면서 서울대학교, 호사대학교, 한국건설생활시험연구원 등 대학 및 정부산하 연구기관에 관련 연구를 의뢰한 과정에서 연구진의 실험조작과 은폐 및 연구원 매수 의혹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연일 떠들썩하게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가운데 롯데마트, 홈플러스, 이마트 등 대형 마트에서 별도의 진열대까지 마련해 옥시 제품에 대한 판촉행사를 벌인 사실이 드러나면서 더욱 공분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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