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회용 용기·응원 도구 등 도입했지만 경기 후 쓰레기로
다회용기 반납 및 올바른 응원 도구 활용법 등 안내 부족

[환경일보] 지난 4월 4일 야구를 관람하기 위해 KIA 타이거즈와 KT 위즈의 경기가 있는 수원KT위즈파크에 방문했다. 그런데 경기가 끝나고 야구장을 나오는 길에 다회용 응원 도구가 버려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해당 다회용 응원 도구는 친환경 야구를 위해 출시한 페이퍼스틱스라는 응원 도구인데, 다회용 응원 도구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기존 사용하던 응원 도구인 막대풍선에 바람을 넣다 비말 감염 가능성이 있어 여러 구단은 판매를 중단했고, 이의 대안인 다른 응원 도구가 등장했다. 대표적으로 응원 배트가 있는데, 동시에 야구에 불어온 ESG 붐을 바탕으로 이 응원 배트는 큰 인기를 끌었다. 막대풍선과는 다르게 여러 번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막대풍선보다 크기가 작아 휴대하기도 편해져 다회용의 적합한 응원 도구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2020년대 초반, 코로나19 감염 방지와 환경친화적인 야구를 추구하는 태도가 맞물리며 응원 배트는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여러 이유로 2020년대 중반에 들어와서 구단이 하나둘씩 응원 배트 판매를 중단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과거 어릴 적 한 번은 사용해 봤던 흔들면 짝짝 소리가 나는 손바닥 모양의 클래퍼, 종이로 만든 응원봉인 페이퍼스틱스, 경기장 내 모든 관중의 도구가 같은 색으로 변하도록 할 수 있는 중앙 제어형 LED 응원봉 등 여러 다회용 응원 도구가 등장했다.

다회용 응원 도구가 야구장에 버려져 있다. /사진=김태현 객원기자
다회용 응원 도구가 야구장에 버려져 있다. /사진=김태현 객원기자

이 중 페이퍼스틱스는 종이만으로 만든 응원 도구다. 100% 종이로 만들었으며, 하나의 응원봉이 다른 응원봉에 들어가 있어 응원할 때 꺼내는 방식이다. 여러 번 압축해 내구성을 높여 종이임에도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다. 플라스틱을 아예 쓰지 않아 다른 응원 도구보다 더 빨리 분해돼 친환경적이고 칠 때 나는 소리도 커 응원 소리도 유지할 수 있다. 가격은 팀에 따라 5000~6000원으로 차이가 있다. 

그런데, 이 페이퍼스틱스는 소비자들이 쓰는 데 불편을 겪고 있다. 이러한 이유 중 하나는 페이퍼스틱스가 종이로 만들어져 물에 약하기 때문이다. 우천 시 응원봉이 젖어 찢어지는 상황을 쉽게 볼 수 있다. 또한, 이 응원봉을 엑스자로 치면 파손될 수 있는데, 일부 구단의 페이퍼스틱스에는 사용법이 쓰여 있기도 하다. 앞서 언급했듯 페이퍼스틱스는 하나의 봉을 다른 하나의 봉에 넣는 구조인데, 이 때문에 봉의 가장자리 부분은 다른 부분보다 쉽게 손상될 수 있다. 이처럼 페이퍼스틱스는 쉽게 손상되거나 변형되는 특징도 있다.

이러한 불편한 점에 힘입어 매 경기가 끝나고 쓰레기통에 버려진 페이퍼스틱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중에는 찢어져 쓰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멀쩡해 계속 사용할 수 있는 페이퍼스틱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페이퍼스틱스는 다회용 응원 도구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완전한 친환경 응원 도구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응원 도구는 이전 도구의 단점을 하나씩 보완해 나가고 있다. 여러 구단에서 더욱 친환경적인 응원 도구를 내기 위해 노력한다면 응원 도구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량이 더 줄어들 것이다.

또 다른 응원 도구인 LED 응원봉은 가격이 3만~5만원대로 다른 응원봉에 비해 높으나, 소비자는 이에 부담을 느껴 더 오래 사용할 때가 많다. 이 응원봉 역시 손잡이 부분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는 단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쓰레기를 버릴 때 플라스틱은 PET, HDPE, LDPE, PP, PS, PVC를 분리해서 버리며 나머지는 Other로 분류된다. 이 Other는 일반적으로 이외 다른 성분으로 이뤄졌거나 두 종류 이상의 복합 플라스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성분이 불분명하거나 분리가 어려워 대부분 폐기된다. LED 응원봉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Other에 해당하는 복합 플라스틱이라 재활용하기 어렵다. 하지만 오래 사용할 수 있어 다른 플라스틱 응원 도구보다는 친환경적이라고 생각한다.

올바른 응원법이 표시된 페이퍼스틱스 /사진=김태현 객원기자
올바른 응원법이 표시된 페이퍼스틱스 /사진=김태현 객원기자

현재 야구장에서는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매장이 많아지고 있다. 다회용기 사용 매장에서 다회용기와 이에 담긴 음식을 관중에게 제공해 다 먹은 후 구장 내 비치된 다회용기 반납함에 넣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다회용기 반납함도 쓰레기로 가득 차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이는 경기 종료 후 야구장을 치우는 청소 노동자들의 업무만 늘어날 뿐이다.

반대로 다회용기가 다회용기 반납함으로 가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야구장에서 다회용기 반납함은 모든 쓰레기통에 설치돼 있지 않다. 야구 경기가 끝나면 구장 통로가 혼잡해 쓰레기를 버리기조차 쉽지 않은데, 이때 쓰레기를 가장 가까운 쓰레기통에 버릴 때가 많다. 경기 종료 후 청소 노동자가 치우면 원래 상태로 돌릴 수 있지만, 봉지 안에 들어있는 등의 이유로 못 보고 지나친다면 다회용기가 버려지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제작 시 발생하는 온실가스 때문에 다회용 컵이 최소 50번 이상은 쓰여야 일회용 컵을 쓸 때보다 친환경적이다. 이렇게 다회용기 사용이 오히려 환경오염을 초래할 수도 있다. 

실제로 야구장에 들어갈 때 다회용기 반납에 대한 안내가 부족한 편이다. 또 음식이 다회용기에 나오면 다 먹고 남은 다회용기를 어디에 버리는지에 대한 안내도 듣기 어렵다. 시행된 지 얼마 안 된 다회용기 관련 정책에 관중이 잘 스며들 수 있도록 이에 대한 안내가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회용기 반납함에 일회용품을 버리면 안 된다는 문구 역시 더 추가돼 일회용품이 올바른 곳에 버려지는 것도 하나의 숙제다.

지금도 친환경 야구를 만들기 위한 구단과 야구장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매일같이 경기가 끝나고 쓰레기가 쌓여있는 야구장 한쪽의 모습을 보고 놀라거나 인상을 찌푸린다. 현재도 상태가 개선되고 있어 지금처럼 구단과 구장이 지속가능한 야구를 위한 노력을 지속한다면 응원 도구가 버려지고 경기가 끝나고 쓰레기가 쌓여있는 지금의 모습은 과거의 역사로 남을 것이다.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개막전에 전 경기가 매진됐다. 이외에도 매진 관련된 기사가 연이어 나올 정도로 프로야구는 매년 더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버려지는 응원 도구와 쓰레기가 없다면 친환경 야구 경기는 더 큰 상승세로 이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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