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혹한 대응 못하는 기존 공조 한계… 잠열 제어 기술 부상
DX-DOAS·데시컨트·공기-물 히트펌프 등 고효율 기술 경쟁 확대
ZEB 표준 3건 공개… 환기·냉방·산업용 기준 개편 논의 본격화

지난 20일 서울 강남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히트펌프전문위원회가 개최하고 환경일보가 후원한 '히트펌프 전문위원회 강연회 및 단체표준 공천회'가 열렸다. /사진=박준영 기자
지난 20일 서울 강남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히트펌프전문위원회가 개최하고 환경일보가 후원한 '히트펌프 전문위원회 강연회 및 단체표준 공천회'가 열렸다. /사진=박준영 기자

[한국과학기술회관=환경일보] 박준영 기자 = 대한설비공학회 히트펌프전문위원회가 지난 20일 서울 한국과학기술회관 중회의실에서 강연회와 단체표준 공청회를 열고 기후위기 대응과 제로에너지 건축물 보급에 필요한 히트펌프 기술과 규격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이번 행사에는 학회와 업계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했다.

장영수 차기회장은 이제는 히트펌프가 탄소중립 시대를 뒷받침하는 핵심 기기라 강조하며 관련 기술 개발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진=박준영 기자
장영수 차기회장은 이제는 히트펌프가 탄소중립 시대를 뒷받침하는 핵심 기기라 강조하며 관련 기술 개발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진=박준영 기자

장영수 대한설비공학회 차기회장은 환영사에서 국제 기후정책 환경 변화를 언급하며 “2035년까지 온실가스를 53~61% 감축하겠다는 국가 목표와 석탄발전 폐지 흐름은 에너지 시스템의 구조적 변화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고효율 설비 전환의 필수성에 대해 “히트펌프는 이제 탄소중립 시대를 뒷받침하는 핵심 기기”라고 강조하며 기술 개발과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짚었다.

잠열이 좌우하는 ZEB(Zero Energy Building) 환경··· 기존 공조 한계 지적

이대형 휴마스터 대표는 '잠열 중심 히트펌프 기술'을 주제로 기존 공조 방식의 한계를 지적하는 한편, 휴마스터가 개발한 데시컨트 기반 공조기술에 대해 소개했다. /사진=박준영 기자
이대형 휴마스터 대표는 '잠열 중심 히트펌프 기술'을 주제로 기존 공조 방식의 한계를 지적하는 한편, 휴마스터가 개발한 데시컨트 기반 공조기술에 대해 소개했다. /사진=박준영 기자

행사 첫 번째 발표는 이대영 휴마스터 대표가 ‘잠열 중심 히트펌프 기술’을 주제로 기존 공조 방식의 구조적 한계를 설명했다. 이 대표는 “기존 공조는 온도 중심이라 장마철·고습기·저습기 같은 극단적 환경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습기의 에너지적 특성을 설명하며 “절대습도 10g/kg의 차이가 온도 25℃ 변동과 맞먹는 에너지 규모”라고 말했다. 그는 습기 문제가 생활 환경뿐 아니라 산업 공정에서도 결로·부식·정전기 등 다양한 형태로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이 대표는 패시브하우스 기반으로 지어진 ‘람다하우스’ 사례를 언급하며 제로에너지 건축물에서도 여름철 실내 습도가 70~80%까지 치솟는 현상을 지적했다. 그는 “단열·기밀이 강화된 구조에서는 내부에 머무는 습기와 외부에서 유입되는 고습 공기를 제어하지 못하면 곰팡이와 쾌적성 저하를 피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냉방 중심의 기존 히트펌프 제습 방식에 대해 “절대습도는 떨어지지만 상대습도는 더 높아져 제습이 사실상 어렵다”고 말하며 온도와 습도를 분리 제어하는 기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휴마스터가 개발한 데시컨트 기반 공조기술도 소개됐다. 이 대표는 고분자 제습 소재로 제습 효율 3.53L/kWh, 환기효율 70% 이상을 확보한 기술을 제시하며 “흡착열을 난방에 활용하는 방식은 에너지 손실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고, 소재·부품·완제품까지 수직화한 구조가 공조 분야 적용성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DX-DOAS로 제습·환기·냉방 동시 대응··· 폐열 재활용 기술 부각

노진섭 LG전자 책임연구원은 DX-DOAS 기반 시스템 기술에 대해 소개하며 외기전담 환기 시스템의 장점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박준영 기자
노진섭 LG전자 책임연구원은 DX-DOAS 기반 시스템 기술에 대해 소개하며 외기전담 환기 시스템의 장점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박준영 기자

두 번째 발표에서는 LG전자 노진섭 책임연구원이 DX-DOAS(Direct Expansion – Dedicated Outdoor Air System, 직팽식 외기전담 환기시스템) 기반 외기전담 시스템 기술을 소개했다. 그는 “제습·냉방·환기를 동시에 처리하면서 에너지 회수까지 수행하는 DOAS는 탄소중립 건물의 핵심 솔루션”이라고 말했다. 이어 DOAS의 열원 분리형 구조와 공랭·수냉 방식의 차이를 설명하며 “100% 외기를 처리하는 시스템이지만 전열교환기와 리커버리 코일로 배기 잠열·현열을 회수해 실외기 부하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또 핫가스 재열 기술에 대해 “응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활용해 제습 후 공기를 재열하므로 추가 에너지 투입 없이 온습도 동시 제어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패시브형 데시컨트 휠 적용 사례, 증발압력 제어 기반 고정밀 온도 제어, ASHRAE Baseline 대비 53% 에너지 절감 시뮬레이션 결과도 제시됐다. 그는 교육청·명품전시장·물류센터 등 실제 적용 사례를 설명하며 “외기전담 환기 시스템은 ZEB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 장치”라고 발표를 마무리했다.

공기-물 히트펌프가 이끄는 난방 전기화

조일용 수석연구원은 공기-물 히트펌프가 난방 전기화를 이끄는 핵심 기술이라고 설명하며 혹한기 성능·효율·안전성을 강화한 삼성의 기술 전략을 제시했다. /사진=박준영 기자
조일용 수석연구원은 공기-물 히트펌프가 난방 전기화를 이끄는 핵심 기술이라고 설명하며 혹한기 성능·효율·안전성을 강화한 삼성의 기술 전략을 제시했다. /사진=박준영 기자

삼성전자 조일용 수석연구원은 공기-물 히트펌프 기술을 중심으로 글로벌 난방 시장의 전환 흐름을 설명했다. 그는 “가정용 난방과 온수를 책임지는 화석연료 보일러를 히트펌프로 대체하는 흐름이 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각국의 정책을 언급하며 “세액 공제·보급 목표·기술 투자 등이 동시에 추진되는 것은 난방의 전기화가 기후목표 달성의 핵심임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조 수석연구원은 공기-물 히트펌프의 특성으로 “난방용 온수는 상황에 따라 -10℃에서 75℃, 혹한기엔 -25℃에서 65℃ 이상의 고온을 요구해 운전영역 확보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삼성의 핵심 기술로는 플래시 인젝션 기반 저온 난방 성능 향상, 열교환기 면적 확대, 저소음 설계, AI 기반 실사용 전력 저감 기능 등이 소개됐다. 조 연구원은 “저GWP(Global Warming Potential, 지구온난화지수) 냉매 규제로 안전 문제가 최우선이 됐다”며 냉매 누설 방지·감지·배기·점화원 차단 등 5단계 안전기술을 제시했다.

주거 난방 전기화·ZEB 잠열 대응··· 효율 개선 기술 발표

전용석 교수는 공동주택 난방의 전기화가 큰 절감 효과를 낸다고 설명하며 ASHP·ASHP-VI의 에너지·비용 우위를 제시했고, 이상욱 교수는 데시컨트 하이브리드 제습냉방 기술이 ZEB의 잠열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대안이라고 밝혔다. /사진=박준영 기자
전용석 교수는 공동주택 난방의 전기화가 큰 절감 효과를 낸다고 설명하며 ASHP·ASHP-VI의 에너지·비용 우위를 제시했고, 이상욱 교수는 데시컨트 하이브리드 제습냉방 기술이 ZEB의 잠열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대안이라고 밝혔다. /사진=박준영 기자

전용석 아주대 교수는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한 3E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주거부문 난방은 에너지 사용 비중이 크기 때문에 전기화 전환 효과가 크다”고 밝혔다. LH 세종 6-3 생활권 60세대를 기준으로 한 시뮬레이션에서 ASHP(Air-Source Heat Pump) 적용 시 기존 보일러 대비 에너지 소비량이 평균 57.7% 감소했고, 인젝션 사이클 기반 ASHP-VI의 경우 R290 냉매 사용 시 72.4%까지 절감 효과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장기 비용 분석에서는 “초기 비용은 높아도 10~15년이면 투자비 회수가 가능하고 이후는 누적 비용 우위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전력 탄소배출계수가 떨어지면 히트펌프의 탄소 감축 효과는 더 커진다”며 발표를 마쳤다.

이상욱 중앙대 교수는 데시컨트 하이브리드 제습냉방 시스템의 구조와 장점을 설명했다. 그는 “ZEB에서는 잠열부하 비중이 크며 기존 냉방 방식은 과냉각과 재열을 반복해 에너지 손실이 크다”고 말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증발기와 데시컨트 로터가 부하를 분담하고 로터 재생에 응축열과 배기열을 활용해 제습 효율을 높이는 구조를 갖는다. 이상욱 교수는 “현열·잠열을 분리 제어하는 기술은 고온다습 환경 대응을 위해 필수”라고 밝혔다.

ZEB 표준안 3건 공개··· 환기·냉방·산업용 히트펌프 기준 논의

이어진 공청회에서는 환기·냉방·산업용 히트펌프 성능 기준을 다룬 세 건의 단체표준안이 소개되며, ZEB 환기성능 개선·SHR 기반 냉방평가·대온도차 히트펌프 시험기준 등이 논의됐다. /사진=박준영 기자
이어진 공청회에서는 환기·냉방·산업용 히트펌프 성능 기준을 다룬 세 건의 단체표준안이 소개되며, ZEB 환기성능 개선·SHR 기반 냉방평가·대온도차 히트펌프 시험기준 등이 논의됐다. /사진=박준영 기자

이어진 공청회에서는 이동찬 서울시립대 교수가 사회를 맡아 단체표준안 세 건이 소개됐다.

첫 발표에서 세종대 성민기 교수는 제로에너지 건축물 환기성능 기준안을 설명하며 “현행 KS는 현열·전열 중심이라 잠열 교환 능력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현행 시험조건이 고온다습한 국내 여름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설명하며 ISO·JIS 규격과의 엔탈피·습도 조건 차이를 비교했다. 기준안은 냉방 시 전열효율을 45%에서 50% 이상으로 상향하고, 잠열효율 50% 이상을 명시하도록 제안했다.

두 번째 기준안에서는 제로에너지 건물의 냉방성능 평가를 위해 기존 SHR(Sensible Heat Ratio, 현열비) 중심의 평가 방식 개선이 소개됐다. 이상욱 교수는 “ZEB는 낮은 현열비 특성이 있어 제품이 SHR 0.7, 0.5, 0.3 조건을 직접 구현할 수 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SHR 기반 냉방표준능력을 별도로 측정해 제습 대응력을 평가하는 체계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기준안 발표에서 서정식 한국냉동공조시험연구원 본부장은 대온도차 히트펌프의 시험기준 방향을 설명했다. 그는 “산업공정은 온도 범위와 운전 모드가 건물과 완전히 다르다”며 KS B 6270 구조를 유지하되 히트펌프 항목을 확장하는 방식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열원·열침 온도 조건 확장, 혼합 COP(Coefficient of Performance) 도입, 증기 기반 엔탈피법 검증 강화 등이 제안됐다.

행사는 토론과 의견 교환으로 마무리됐다. 전문가들은 ZEB 시대에 맞는 수분·온도 통합 제어 기술과 실사용 환경을 반영한 표준 개정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지난 20일 진행된 히트펌프 전문위원회 강연회 및 단체표준 공청회에 참석한 패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박준영 기자
지난 20일 진행된 히트펌프 전문위원회 강연회 및 단체표준 공청회에 참석한 패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박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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