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질병에도 쇼 하던 돌고래, 결국 폐사

[환경일보] 지난 2월 한 수족관에서 쇼 돌고래 2마리 ‘줄라이’와 ‘노바’가 죽었다. 해양수산부의 부검 결과에 따르면 이 돌고래들은 장 질환 등의 질병을 겪었으며, 치료를 위해 수차례 투약하면서도, 공연에 투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아픈 몸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눈요깃거리가 되어 동물원에 수익을 올려주던 돌고래는 구토와 설사가 이어져 2월에만 10여 차례 약물을 투여받다가 결국 사망했다.

이 수족관은 돌고래가 적절한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수온 조절기조차 없었다. 열대어를 키우는 가정에서도 물고기를 보호하기 위해 수온 조절기를 달아놓는데, 대형수족관에 그것마저 없었다는 것이다.

서식 환경이 전혀 다른 두 종의 고래를 같은 시설에서 쇼를 시키고, 열악한 사육 환경에 노출된 돌고래들에게 극심한 스트레스와 면역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부검보고서에는 ‘노바’가 폐사 전 수조 내부 시설을 들이받아 부리 끝에 열상이 있었다고 기록됐다. 돌고래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수조로 돌진하는 습성이 있다고 알려졌다.

그리고 돌고래들은 인간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거울을 보고 자신을 인식하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살’을 선택하는 동물이다.

이 수족관은 ‘줄라이’와 ‘노바’를 포함해 2015년부터 2024년까지 14마리의 고래가 폐사했다.

지난해 6월 정부 합동 점검에서도 개체별 스트레스 방지를 위한 운영방식 개선과 질병관리 계획, 비상시 대응 매뉴얼 보완 등의 지적과 권고를 받은 바 있다. 특히 지난해 ‘건강상태 우려’라는 점검 결과를 받았던 고래 ‘에이프릴’은 며칠 뒤 폐사했다.

핫핑크돌핀스는 “거제씨월드는 정부 기관의 예방적 권고도 지키지 않은 채 동물학대를 강행해 또다시 두 큰돌고래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직접적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며 “행정조치 권한을 가진 경상남도청은 두 돌고래 죽음과 관련해 거제씨월드의 영업을 즉각 중단시키고, 이 같은 학대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수족관 허가를 취소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14마리의 돌고래를 폐사시킨 이 수족관은 ‘돌고래와 함께 하는 힐링’이라는 홍보문구를 내걸고 국내에서 유일하게 돌고래쇼를 진행하고 있는 곳이다.

이 수족관의 설명을 보면 ‘대한민국 최대의 돌고래 체험시설로, 체험·교육·휴양·치유 등을 통한 인간과 돌고래 간 상호작용적 체험활동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런 걸 힐링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아픈 돌고래를 매정하게 무대에 내몰아 돈벌이하는 매정한 어른들을 보며, 어린이들에게 자본주의의 매운맛을 가르치는 게 진짜 목적이 아니었을까?

아픈 돌고래를 쇼에 투입해 사망한 것으로 의심을 받고 있지만, 경상남도청과 해양수산부, 환경부는 어떠한 구체적 조치도 내놓지 않고 있다.

과거 인터뷰했던 수많은 환경부 장·관들이 떠오른다. 그들은 한결같이 “말 못 하는 자연이 환경부의 지지자이며 친구”라고 강변했지만, 사실은 수족관에 갇힌 동물조차 보호하지 못하는 게 2024년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사족을 붙이자면, 수족관은 해양수산부 소관이라지만 온갖 잡스러운 전시의 원조는 동물원이고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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