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시민연대 주최로 누진제 개선을 위한 좌담회가 열렸다. <사진=정흥준 기자>




[프란치스코 교육회관=환경일보] 정흥준 기자 = 한국전력 자료에 따르면 6월과 비교해 8월 전기요금이 2배 이상 늘어난 가구가 298만 가구, 5배 이상 늘어난 가구는 24만 가구에 달했다.

올여름 폭염으로 국민들은 누진세 폭탄에 울상인 반면 한전은 작년 약 11조원(자회사 포함)의 영업이익을 거둬 경영실적평가 A등급을 받으면서, 1인당 2000만원의 성과급이 지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누진세로 인해 국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지만 누진제 개선을 위해 구성된 당정 TF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개선안을 내놓지 못 한 채, 연말까지 합리적 개편 방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20대 국회에 제출된 전기요금 관련 개정안 역시 교육 및 농사용 전기요금, 용도별 차등지원 명문화, 사용량 문자 고지 등의 내용이 주를 이룬다. 전문가들은 “전기요금제 개편 논의에 혼란만 가중하는 발의들”이라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가천대 김창섭 교수

이와 관련 에너지시민연대의 누진제 개선 좌담회에서 가천대 김창섭 교수는 “기후변화로 인해 내년에도 폭염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며 “그때마다 누진제에 대한 문제 제기는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누진제 개편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의견이다.

가혹한 누진율, 저소득층 향한 채찍

누진제는 현재 6단계의 전력 사용 구간이 나뉘어 있고, 최저구간과 최고 구간의 KWh당 요금이 11.7배의 차이를 보인다. 미국, 중국 등의 1.1~1.5배와 비교했을 때 지나치게 높은 누진율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누진율에서 100KWh를 사용할 경우 6480원의 요금이 나오지만 500KWh를 사용할 경우 11만4580원이 나온다. 전기사용량이 5배 늘어난 것과 달리 요금은 20배 가까이 증가하는 것이다.

정부는 최근까지도 누진제 완화는 오히려 부자감세가 될 우려가 있다는 황당한 해석을 내놔 빈축을 샀다. 하지만 국회예산정책처의 자료에 따르면 소득이 가장 낮은 4인 가구의 전기요금이 5만4057원인데 비해 고소득층 1인가구가 낸 전기요금은 4만원 남짓이었다. 누진제로 인한 부담이 다가구 저소득층에 전가되고 있는 것이다.


산업용 전기요금 정상? 비정상?

전체 전력소비량에서 주택용은 13%로 산업용 57%에 비하면 훨씬 적다. 따라서 전기요금제 개편에 있어 터무니없이 싼 경부하요금 등 산업용 전기요금이 함께 다뤄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산업계는 오히려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지속가능경영원 노재성 사업전략실장은 “전기요금이 도시가스 요금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며 “또한 산업용 전기요금은 원가 이상 지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속가능경영원 노재성 사업전략실장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이 같은 이유로 올해 초 전기요금 인하를 정부에 요청했다.

 

2014년 이후 연료 가격 하락으로 산업용 전력에 대한 한전의 원가회수율이 100%를 초과한다는 것이다. 최근 산업용 전력의 원가회수율이 109% 달했다는 전경련의 입장 발표도 있었다. 

반면 한전의 입장은 다르다. 2015년 전력 판매량과 판매수입에 대한 한전의 발표에 따르면 가정용은 약 10% 비싸게, 산업용은 약 4% 싸게 판매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전경련과 한전의 발표가 모두 맞다면 결국 산업용 전력요금 원가가 가정용에 비해 낮게 측정돼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최근 더불어민주당 박주원 의원은 “대기업이 지난 3년간 한전의 전기요금 감면 할인을 받은 금액만 3조5천억원에 달한다”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유가 하락으로 전력생산 비용 역시 낮아졌지만 그 이전까지 산업용 전기요금이 원가 이하로 판매됐고 이로 인해 대기업들이 수조원의 전력요금 할인 혜택을 받았다는 것이다.

베일에 싸인 원가 측정 방식

이처럼 전기요금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지만 정작 한전은 원가 측정 방식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다. 적절한 전기요금 산정을 위해서는 생산원가, 감가상각비 등을 공개하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 투명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에도 귀를 닫고 있다.


이에 대해 김창섭 교수는 “전기 요금의 수준 문제와 누진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것은 굉장히 복잡하고 어렵다”며 “전력요금 체계 전체를 한번에 논의하기 보다 당장 시급한 누진제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jhj@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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