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권소망 기자 = 화려한 여배우의 그림자, 7살 아역배우부터 50대 여배우까지 시공간을 넘나드는 여배우의 이야기가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일본 극작가 시미즈 쿠니오가 쓴 ‘분장실’이 한국적 정서를 담은 작품으로 찾아왔다. 기존에 올려졌던 연극 ‘분장실’은 모두, 일본 작품을 그대로 번역해서 올린 번역극이었다. 그러나 조영호 연출은 우리나라 상황에 맞게 ‘분장실’을 직접 번안해 기존의 연극 ‘분장실’과 차별화했다.

각각 4명의 여배우 캐릭터를 일본 원작의 그로테스크한 이미지에서 한국현재의배경에맞는사실적인캐릭터로각색됐는데, 태평양 전쟁에서 죽은 일본여배우는 6.25전쟁에서 피폭된 여배우로 교체됐고, 남자친구 때문에 자살한 여배우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하다 죽은 남자친구를 따라, 자살한 여배우로 교체됐다.

안톤 체홉의 ‘갈매기’에서 니나역을 맡은 주연 여배우C는 가진 것을 지키려는 자의 상징으로, 프롬프터 전문 여배우D는 빼앗으려는 자의 상징으로 재탄생했다. 또한 7세부터 50세까지의 다양한 여배우들의 출연과, 생음악이 진행되는 80여 분간의 연극은 우리의 눈과 귀를 쉴 새 없이 즐겁게 만들어 준다.

6.25 전쟁과 5.18 민주화 운동으로 죽은 두 여배우의 영혼은 극장을 떠나지 못하고 분장실에 머물며 둘만의 연극놀이로 울적함을 달랜다. 하지만 결국 단역만 하다 희생양이 된 두 사람의 넋두리는 공허하게 분장실의 허공을 맴돌고, 전쟁통에 죽은 악사귀신과 청년 귀신, 아기귀신까지 슬그머니 등장해 분장실을 채워간다.

한편 안톤 체홉의 ‘갈매기’에서 니나 역을 맡은 주연 배우와 프롬프터 전문 여배우는 역할을 둔 신경전 끝에 돌이킬 수 없는 일까지 벌이고 만다.


 

연극 ‘분장실’의 한 장면 <사진제공=극단 매미들>


지난 10월 대학로에서 공연된 연극 ‘분장실’의 폭발적 반응에 힘입어 2월1일부터 16일까지 국립극장 별오름 극장에서 앙코르 공연이 열린다.

 


 


여배우 역의 배우 고혜란, 김선혜, 이애란, 조영호, 최우인을 비롯해 약 17명이 출연하며, 티켓 가격은 일반 4만원, 중고생 2만원이다.

somang0912@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