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설 연휴, 국민들은 끔찍한 사고 소식을 들었다. 명절을 맞아 노부모를 뵈러 온 30대 형제가 40대 이웃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한순간에 운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이런 참혹한 일이 벌어진 원인은 바로 층간소음이었는데 이웃이 시끄럽게 군다고 해서 살인까지 일어날 수 있느냐며 충격을 금치 못했다. 또 한편 유사 사례가 끊이지 않는 데는 부실시공도 문제지만, 분노를 참지 못하는 개인과 사회 역시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었다.

주거문화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층간소음의 주된 원인으로 아이가 뛰는 소리, 어른 발소리가 80%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우리 국민 65%가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에서 생활하고 있고, 91%가 인구 밀집 도시에서 살고 있다. 대부분 입주자들이 소음을 겪으며 살고 있다는 의미다. 과거뿐 아니라 표준바닥구조가 적용된 준공년도 2009년 이후에 지어진 아파트에서도 끊임없이 민원이 제기되고 있는 형편이다.

최근 층간소음에 대해 정부가 최저기준을 설정했다. 이 기준은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이 일어나면 배상과 화해의 기준이 되며, 앞으로는 강화된 소음기준에 맞춰 공동주택을 건설해야 한다. 환경부와 국토교통부는 ‘소음·진동관리법’ 개정과 ‘주택법’ 개정에 따른 하위법령 위임사항을 규정한 ‘공동주택 층간소음기준에 관한 규칙’ 공동부령을 마련하고 입법예고했다. 이번 령은 공동주택에서 이웃 간 다툼의 원인이 되고 있는 층간소음 기준을 제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 주택이 대상이 된다.

층간소음 대상 범위는 벽, 바닥에 직접충격을 가해 발생하는 직접충격 소음과 텔레비전, 피아노 등의 악기 등에서 발생하는 공기전달 소음이며, 욕실 등에서 발생하는 급배수 소음은 제외된다. 그동안 현장조사에서 파악된 사실을 근거로 윗집과 아랫집뿐만 아니라 옆집도 대상에 포함된다. 층간소음 기준은 1분 등가소음도(Leq)는 주간 43dB(A), 야간 38dB(A)이며 최고소음도(Lmax)는 주간 57dB(A), 야간 52dB(A)로 정했다.

이번에 제정한 기준은 입주자가 실내에서 걷거나 일상생활 행위를 하는 데 지장이 없는 기준이고, 지속적으로 소음을 일으켜 이웃에 피해를 주는 경우를 대상으로 한다. 층간소음기준은 다툼이 생겼을 때 당사자끼리 해결하거나 아파트관리기구 등에서 화해를 위한 기준이 된다. 공동주택관리분쟁조정위원회나 환경분쟁조정위원회 같은 공적기구에서 내리는 화해·조정의 기준도 된다.

층간소음 문제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아픔이 다른 모습으로 투영된 결과로 봐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분노성향, 불평등의식, 지나친 서두름과 조급함 이런 것들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 외국도 층간소음으로 다툼이 많이 있지만, 미리 양해와 협조를 구하고, 서로 미안해하고 감사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한다는 경험자들의 설명이다. 개인의 특성을 존중하고, 토론식 대화, 타인을 배려하는 교육 이런 내용들이 우리 생활에서 문화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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