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지난 2월27일 경북 경주시 양남면에 위치한 월성 1호기의 ‘계속운전 허가’ 건을 표결에 부쳐 가결시켰다. 이로써 012년 11월 설계수명 30년이 끝나 가동이 중단됐던 월성 1호기는 오는 2022년까지 재가동이 가능해졌다. 그런데 이날 원안위 결정은 절차와 내용 면에서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 채 내려져 향후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우선 원안위가 법적 절차를 위반했는지 여부가 문제다. 지난 1월20일 개정된 원자력안전법에 따르면 방사선영향평가서는 반드시 주민의견수렴 절차를 거치도록 했는데 원안위 사무처는 법률자문 없이 월성1호기가 원자력안전법 개정안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자의적으로 해석했다. 안전성 측면에서 해결되지 않은 내용들도 여럿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술기준에는 ‘격납용기 관통부는 격납구조물과 동등하게 설계돼야 한다’고 명시됐지만 월성1호기는 이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중수로 원전 격납용기에서 가장 취약한 부위인 격리밸브계통의 설비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실수라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민간검증단이 제기한 지진위험 축소평가 문제는 논의조차 못했고, 원안위는 ‘안전’을 주장하지만 관련 서류가 누락되면서 의혹은 여전히 남아있다.

야당과 시민단체 측은 원안위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과 더불어 위원장 사퇴 요구,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원안위 측에서도 하고픈 말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30년 넘은 원전을 수명연장 하면서 이렇게 여러 문제를 흘려 넘기는 것은 적절치 못했다.

여하튼 이번 결정으로 정부가 노후 원전을 연장 가동하는데 힘을 얻게 됐다. 원전이 비록 설계수명을 다했다 해도 철저한 검증을 통해 재가동 여부를 따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 과정은 투명해야 하며, 책임 질 부분도 분명히 해 둬야 한다.

지역주민들의 반발에 대해 한국수력원자력 측은 보상 협의체를 꾸리고 설명회 등을 통해 지역 상생방안을 마련하겠다면서 지역주민들에게 실질적 혜택이 되는 사업을 우선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당장 급한 불을 끄고 보자는 의도로 보이지만 해결방안으로서는 부족해 보인다. 지역의 학생들, 청년들에게 전문교육을 제공하고 원전과 관련된 일자리 창출 등 장기적 차원에서 성의 있는 접근이 더 필요하다.

앞으로 10년 내 고리1호기로부터 한빛1호기까지 국내 원전 6기가 줄줄이 수명 만기시점을 맞게 돼 원전수명연장문제는 더 뜨거운 이슈로 떠오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 월성1호기 수명연장 결정은 과정이 불투명했다는 좋지 못한 선례를 남겼다. 가장 큰 문제는 아무리 연장을 한다 해도 결국은 폐로에 이르게 되는데 이때를 대비한 법적, 기술적 준비가 많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건식방식으로 폐연료봉을 재활용하는 파이로프로세싱 기술도 상용화하기에는 아직 멀었고, 사용후핵연료 같은 고준위폐기물을 처리할 방폐장은 한 곳도 없다. 문제를 제대로 알리고 지혜를 모아가는 사회적공론화와 합의에 정부와 관계기관들은 정말 많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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