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도 너무 덥다. 사람도 덥고, 가축도 덥고, 작물도 덥고, 온 나라가 덥다.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한 달 이상 지속되면서 국민 건강뿐만 아니라 시설농작물, 밭작물 등에 이르기까지 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폭염으로 식물 생육상 적정온도를 넘어 생육이 멈춘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고온작물인 고추는 수량은 떨어져도 생육은 이어가는 반면, 오이는 착과가 되지 않아 가장 큰 타격을 맞고 피해농가가 속출하고 있다.

논바닥에 물이 말라가는 논들도 늘면서 양수기를 돌려 물을 대봤지만 여의치 않다. 화훼류의 피해도 심각하다. 대표적인 가을꽃 코스모스는 햇살이 짧아져야 개화하는데 장기간 고온으로 생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저기 가로수들도 잎 색깔이 말라가는 등 상황이 심각한데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양식장과 가축 사육장에서의 폐사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폭염이 계속되면서 벌 개체수가 증가해 벌 쏘임 등 안전사고 역시 문제다.

올해는 폭염기간이 예년보다 길어지면서 벌집제거 출동건수가 예년에 비해 50% 이상 증가했다. 기상청은 26일 서울에서 폭염이 완전히 물러날 것으로 전망했지만, 최근 떨어진 신뢰도 때문인지 사람들은 별 기대를 하지 않는다.

유달리 더운 금년 여름동안 반복되는 기상오보는 국민들을 더 지치게 만들었다. 폭염 종료 시점을 하루 더, 하루 더 하면서 고무줄처럼 늘려왔다. 기상청은 여름 폭염이 11∼14일 절정에 이를 것이라고 예보했지만, 이후에도 기온은 더 올라가는 현상이 벌어졌다.

19일에도 전국 상당수 도시 낮 기온이 예보와 달리 금년 최고치를 기록했고, 서울의 경우 폭염이 한풀 꺾이는 날짜가 계속해서 이틀 단위로 늦춰졌다. 더위에 지치고, 오보에 실망한 국민들은 기상청 예보를 불신하는 비난성 반응들을 보이고 있다.

정작 기상청 관계자는 기상예보가 오늘과 내일, 모레 등 단기 3일에 맞춰져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틀릴 수 있다는 의미다. 국민들은 언제쯤이나 무더위가 꺾이고 숨을 고를까 연일 기상청 보도에 주목했지만 폭염이 곧 끝난다는 예보는 오보의 연속이었다.

기대했던 ‘처서(處暑)’를 맞았지만, 무더운 날씨는 여전하고 곳곳에 폭염특보가 이어졌다. 서울과 대전은 36도를 넘는 찜통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폭염이 정확히 언제 끝날지는 하늘만 안다.

비싼 돈 들여 슈퍼컴퓨터 들여왔는데도 속 시원히 알려주지 못하는 심정도 답답하긴 마찬가지겠지만 기상청은 더 노력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내년엔 더 더울 수 있으니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애타게 기다렸던 예보는 그야말로 예보일 뿐, 기온을 내려가게 할 수는 없다. 금년 여름 열대야로 잠 못 이룬 경험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내 집과 주변에 한 그루라도 더 나무를 심어야 한다.

도심에 나무 심는 식목일을 만들자. 나무가 많은 충북 제천 등 중소규모 도시에선 금년 여름 열대야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올해 폭염으로 받고 있는 고통을 잊지 말고 매년 여름 계속될 폭염을 이겨낼 방법을 찾아 실행에 옮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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