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SL공사)가 폐자원을 자동차연료로 사용하겠다며 야심차게 추진한 바이오가스 자동차연료화시설이 가동하는 날보다 멈춰선 날이 더 많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게다가 하수슬러지 설비는 연간 140억원의 적자를 양산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지난 2011년 54억원을 들여 만든 바이오가스 자동차연료화시설은 음폐수 및 침출수 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를 정제해 자동차연료로 생산·공급함으로써 사회,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고 화석연료 대체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높이기 위해 만들었다. 그러나 당초 취지와 달리 의미 없는 에너지 낭비는 물론 적자만 낳고 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의 에너지화 시설들이 자원 재활용은커녕 부실 설계와 비효율적 운영으로

적자만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사진=환경일보DB>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우원식 의원에 따르면 수도권매립지의 바이오가스 자동차연료화시설을 본격적으로 가동한 2011년 5월부터 2014년 5월까지 전체 가동율은 고작 42%에 불과하다. 가동을 시작한 이후 제대로 가동한 날보다 중지된 날이 훨씬 더 많은 것이다.

가동이 중단된 이유는 대부분 혼합설비 불량, 공급가스 농도 저하 등 기계적 결함에 따른 고장이 대부분이었으며 공급가스가 부족했던 경우 역시 가스 농도가 낮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겨울철에는 가동 자체가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애초부터 설계 또는 시공이 잘못됐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밝힌 하자보수 건을 살펴보면 가스냉각기 설계기준 부적합, 안전밸브(PSV) 전단 차단밸브 미설치, 압력용기 설치기준 부적합, 보조탈황탑 기능 상실 등 설계·시공·운영관리 분야에 총 41건의 총체적 하자가 있었지만 대부분 제대로 처리조차 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시설을 시공한 한라산업개발이 2012년 부도를 내면서 하자보수도 받을 수 없는 형편이다.

 

우원식 의원

우원식 의원은 “54억원을 투입한 시설이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준공처리가 될 수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당시 공사감독을 했던 관계자의 묵인이 아니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하루 8640㎥를 생산하겠다던 당초 계획의 23% 수준인 1973㎥만 생산하고 있으며 사업 초기 예상했던 연간 3억9000만원의 수익은커녕 연간 7700만원의 적자를 내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의 헛발질은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 경기, 인천 3개 시도에서 발생한 하수슬러지를 자원화하겠다며 만든 시설은 30만원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투입해 고작 2만6000원 짜리 고형연료를 생산하는 기형적인 생산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수슬러지자원화 2단계 시설에서 1톤의 고형연료를 생산하기 위해 투입되는 에너지는 전기 369kwh, LNG 298㎥을 사용한다. 이를 석유로 환산하면 0.366TOE에 해당하지만 생산된 고형연료는 0.3TOE로, 에너지효율이 82% 불과하다. 에너지를 생산하는 시설이 아니라 아무 의미 없이 에너지를 낭비하는 시설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경제성 측면에서는 더 심각하다. 고형연료 1톤을 생산하기 위해 투입되는 에너지 비용만 톤당 30만원에 달하지만 생산된 고형연료의 판매단가는 고작 톤당 2만5900원에 불과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사업을 위한 사업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수도권매립지는 하수슬러지를 반입하면서 톤당 6만1832원을 받고 있지만 이를 처리하는 시설은 고화시설, 복토재 생산시설, 고형연료 생산시설 등 3개 시설이며 시설별 처리단가는 각각 5만원, 7만5000원, 9만원이다. 많이 처리할수록 더 큰 손해를 보게 되는 구조다.

이에 따라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의 고형연료생산을 위한 하수슬러지 처리사업은 하루 2900만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운영비 등을 포함해 2013년에만 140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종전의 쓰레기처리장 이미지를 벗고 친환경에너지타운을 만들겠다며 벌인 사업들이 결국 아무 의미 없는 ‘돈 낭비’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수도권매립지에서 벌이는 모든 사업에 대해 원점부터 다시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수도권매립지가 이미지 좀 바꾸자고 수백억원을 쓰고도 적자만 쌓인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폐기물 반입과 처리라는 존재 목적에 충실하지 못하고 왜 수도권매립지가 재생에너지 건설과 골프장 운영 등으로 한눈을 파는지부터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꼬집었다.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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