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환경일보】정종현 기자 = 정말 요즘 ‘환경’이 대세는 대세인 모양이다. 최근 모 방송사에서는 ‘환경 버라이어티’가 탄생했다. 아이돌 스타로 구성된 G(Green)4가 친환경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환경문제를 해결한다는 포맷이다.

 

그동안 NGO 등을 주체로 한 ‘운동’으로만 여겨졌던 환경문제가 이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변화가 일어난 데에는 앞선 환경운동가들의 꾸준한 활동도 큰 역할을 했겠지만 그보다 더 이상 환경문제를 그냥 덮어둘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자각이 더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한층 뜨거워진 여름과 미지근해진 겨울을 나면서 사람들은 어린 시절 경험하지 못했던 기후에 당황하고 우려를 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카트리나, 쓰나미 등 강력한 자연재해로 많은 사람이 죽고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보고 들으면서 이런 우려는 두려움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병든 지구에서는 인간도 행복하게 살 수 없다는 교과서적인 이야기가 현실로 체감되기에 이른 것이다.

 

이렇게 대부분의 사람들은 크든 작든 자신이 직접 피해를 입었을 때에야 문제에 관심을 갖는다. 실제로 문제가 발생했어도 나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면 그것은 그저 뉴스에나 나오는 얘기일 뿐이다.

 

이런 이유로 학자들은 지구온난화 문제를 윤리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구온난화를 유발한 지역은 대부분 북유럽과 동아시아 북미권 등이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로 인해 직격탄을 맞는 것은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이거나 가난한 아프리카 지역 등이다. 또한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키는 사회구조와 생활패턴을 가지고 있는 것은 오늘을 사는 ‘나’이지만 이로 인해 큰 타격을 입는 것은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은 내 아이들이다.

 

내가 벌인 일이지만 내가 입는 피해가 미미하기 때문에 윤리적인 시각이 아니라면 지구온난화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 내가 매일 대기 중으로 날려 보내는 온실가스로 인해 누군가 심각한 피해를 입거나 죽을 수도 있다는 윤리적 자각이 없다면 지구온난화는 머리만 키울 뿐 가슴과 손발을 움직일 수는 없을 것이다.

 

지난 6월 기상청 주최로 열린 ‘기후변화와 윤리 포럼’에 주강사였던 도널드 브라운 펜실배니아주립대 교수는 “의심할 여지없이 기후변화는 어떤 이들에게는 재앙과 같은 영향을 미치며, 윤리적 책임은 흔히 해당 행위가 야기한 피해의 양에 비례한다”고 말했다. 이 한마디의 말은 짧지만 우리에게 긴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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