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기능성만 강조, 선택기준 왜곡
음식에 담긴 한국의 전통문화 발굴해야

 

[환경일보] 김진호 기자 =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은 언제나 높다. 특히 현대에 이르러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안전하고 몸에 좋은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져 이른바 웰빙 트랜드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넘쳐나는 식품 정보와 광고들은 소비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 <편집자 주>

 

수정인물사진

▲이 교수는 전문가들은 식품의 기능성을 너무

강조해 식품의 의미를 왜곡하고 있어 소비자들은

식품과 약품을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들은 식품 안전에 대해 늘 의심한다. 내 몸에 직접 흡수하는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은 언제나 1순위이지만 정보의 홍수 속에 올바른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소비자와 생산자 간의 괴리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산업화 이전에는 어떻게 먹을거리를 생산하는지를 소비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생산에서 소비까지 이르는 과정이 너무 복잡해져 소비자들은 이를 알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식품에 대한 불안은 우리뿐 아니라 현대사회에서 불가피한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자들이 불신을 가지는 데는 정부의 책임도 있다. 이 교수는 “정부가 생산, 유통에 대해 확실하게 소비자 편에서 감시, 감독하는 것이 보장되지 않았다. 매우 많은 소비자가 ‘정부는 기업 편’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정부가 품질 기준을 마련하는 일에 적극적이지 않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전문가들이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오히려 소비자들의 선택기준을 왜곡시키는 데 일조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새로운 식품을 개발해서 보급하면서 선택한 가장 쉬운 방법이 ‘이 식품은 무엇에 좋다’라며 기능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아주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면 두부는 필수 아미노산이 많고 알파 토코페롤이 있다고 하는데 과연 이것이 두부를 소개하는 정상적인 방법인지 의문이 든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마저 황당무계한 주장

 

이어서 이 교수는 “식품을 소개하는 전문가들의 발언은 꼭 한 가지 이상의 화학물질이 나오고 약효와 생리 효과를 설명한다. 그런데 생리 효과가 황당무계하다. 두부가 치매예방에 좋은지 검토해 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식품을 소개하는 방식이 잘못 정형화돼서 소비자가 식품을 선택하는 기준마저 왜곡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왜곡된 기준은 점차 심화해 이제는 소비자들이 식품과 약품을 구별하지 못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식품은 독성이 없거나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을 정도로 낮아야 하고 특이성이 없어야 한다. 반면 의약품은 맹독성이 있고 특이성이 있다. 그래서 의약품에 제조에 이용되는 식물은 재배·제조 환경이 다르면 효과도 다르고 같은 사람이라도 상태에 따라서 약효가 다르다. 의약품은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처방하지만 식품은 누구나 먹어도 문제가 없어야 한다.

 

수정음식

▲이 교수는 음식도 문화이며 프랑스 음식이 인류

무형문화재로 등록된 이유는 전통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식품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식품의 생리 효능을 강조하면서 ‘무엇에 좋은 식품’이라는 식으로 소비자를 잘못 교육하고 있다. 몸이 나쁘면 의사에게 처방을 받고 약을 먹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 교수는 자연산에 대한 맹목적인 선호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인공식품은 유해하지만 자연산은 안전하다는 인식이 많은데, 자연산에는 독성이 강한 물질이 많다는 것을 알면서도 식품을 대할 때는 이를 간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법의 형평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 교수는 “식품위생법은 식품의 약리 효능을 강조하면 처벌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몇 년 전 농가에서 특용 작물을 재배해서 홈페이지에 효능을 강조하다 모두 벌금을 냈다”라며 “농가의 광고는 처벌하면서 왜 식품광고는 처벌하지 않는지 의문이다. 식품 전문가들은 식품 위생법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의 지적처럼 대부분 식품은 ‘천연물질 A를 포함하고 있어 B에 좋다’는 식의 홍보를 하고 있다. 그러나 두뇌에 포함된 성분을 먹는다고 머리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식품은 약이 아니라 살아가기 위한 에너지원을 얻고 더불어 ‘맛’을 통한 만족을 느끼기 위해서다. 특별한 목적이 없다면 몸에 좋다고 해서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전주비빔밥에는 전통이 담겨 있다

 

이 교수는 음식도 문화이며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프랑스 음식이 인류 무형문화재로 등록된 것은 세상에서 가장 맛이 있다거나 몸에 좋기 때문이 아니다”라며 “프랑스인들은 그들의 음식에 대해 ‘나와 이웃이 인생에서 가장 기념할만한 일을 같이 즐기는 전통이 담긴 음식’이라고 표현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음식을 문화적인 측면에서 접근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한국의 식품전문가들은 이 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서울은 유네스코에 디자인 창의도시로, 전주가 유네스코에 음식 창의도시로 최근 지정됐다. 이 교수는 “전주 음식 중 3가지가 유네스코에 거론되고 있다. 전주 한정식은 조선시대 궁중과 양반가의 음식 전통이 담겨 있고 콩나물 국밥은 개운하고 상큼한 맛이 있고 전주비빔밥은 20여 가지의 재료가 조화와 균형을 이룬다는 점이 이유이다. 전주 음식이 세계적으로 가치가 있는 이유는 건강, 생리 효과가 아니라 전통이 담겨 있고 맛이 훌륭하고 조화와 균형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전통이 중요한 것이지 몸에 좋아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식품의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는 인문학적 소양이 반드시 필요하며 음식을 기능 중심으로 바라보는 것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음식을 진정으로 세계화하려면 ‘불고기가 건강에 좋다’라고 강조할 것이 아니라 음식에 담긴 한국의 문화를 찾아 이를 강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jhocean@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