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제재 지속될수록 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
남북 간 국력의 차가 가장 큰 현재의 상황이 기회

 

한국은행의 최근 통계에 의하면 북한은 경제적으로 우리에게 상대가 되지 않는다. 지난해 북한은 우리보다 명목 국민총소득(GNI)의 경우 1/45, 1인당 GNI는 1/22, 대외교역량은 1/154에 불과했다.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는 북한의 현실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 군사적 도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자명하다.

 

북한체제의 유지, 진실은 자신의 권력 유지다. 군사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긴장상황을 만들어 분단선을 더욱 공고히 하고, 북한에 대한 어떠한 외부의 영향력도 차단한 뒤 자신의 권력 안정과 내부 단속을 위해 마음껏,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사회주의 제1의 경제강국에 살았던 동독의 주민들이 불과 경제적으로 4배밖에 차이가 나지 않은 서독으로 행진했던 사실을 독일통일 직후의 시기에 인접 스위스에서 유학했던 김정은이 모를 리 없다. 북한주민들의 인권상황과 대북 국제제재에 의한 내핍에는 아랑곳없다. 독재체제의 확고한 구축이다. 권력의 2인자라고 하는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도 김정은에게 무릎 꿇고 보고하는 상황을 ‘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표방한 북한에서 만들고 있다.

 

▲통일연구원 손기웅 부원장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우리의 공식적인 통일방안이다. 남북관계를 ‘화해협력’과 ‘남북연합’ 단계를 거쳐 자유민주적 체제로 ‘통일’을 점진적, 단계적으로 진전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유념해야 될 사실은 남북 간 국력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통일도 실현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우리 혹은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서 또는 스스로 노력해서 경제력을 회복하고 안정되게 성장하게 된다면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의 통일이 아니라, 주체사상에 입각한 적화통일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더 클 것이다. 통일 이후 동독의 권력엘리트들이 겪었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을 북한이 먹고 살 만해져서도 자유민주주의체제로의 통일을 원할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현재 북한에 대한 국제제재가 진행되고 중국도 여기에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제재로 어려워진 북한에게 생존의 통로, 생명줄이 될 국가는 중국밖에 없다. 역설적이게도 중국도 함께하는 국제제재의 상황 속에서 제재가 지속될수록 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사드 배치로 인한 한·중, 미·중 간 갈등은 북·중 간의 정치군사적 유대를 더욱 접근시킬 수도 있다.

 

북한이 정치군사, 경제, 사회문화 등 사회 전반적으로 대중국 의존도가 심화되는 가운데 중국의 뒷받침에 의해 체제수명을 연장하고 안정을 찾아간다면 자유, 민주, 인권과 복지로의 북한의 변화,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의 한반도 통일은 먼 훗날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다. 통일이 아니라, 분단관리가 국가정책의 중심에 놓이게 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북한주민에 의한 북한체제의 변화, 북한주민의 결단과 자발적 선택에 의한 자유민주주의체제로의 평화적 합의통일은 남북 간 국력의 차가 가장 큰 현재의 상황이 기회일 수 있다. 경제적으로 상대가 되지 않고 주민들이 자유와 민주, 인권과 복지를 누리지 못하고, 체제가 아직 안착되지 못한 현재의 북한상황이 기회일 수 있다.

 

북한주민들의 눈과 귀를 열어주자. 자유와 민주, 인권과 복지가 무엇인지를 보고 느끼게 하자. 권력의 3대 세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스스로 인식하고 평가하도록 하자. 북한이 아무리 대한민국으로부터 오는 영향력을 차단하려해도 개인의 생각과 판단까지 막을 수는 없다. 군사적 도발에 대응하는 확고한 안보정책과 더불어 북한의 변화, 한반도의 통일을 만들어가는, ‘대북·통일정책’이 아닌 ‘통일·대북정책’을 지금 이 엄중한 시기에도 추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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