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이익’ 이유로 무제한 노동 허용, 매달 3.6명 사망

[환경일보] 특례업종 노동자들이 장시간 근로를 견디다 못해 쓰러져 가는 현실이 정부 공식 통계로 처음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2016년 특례업종 종사자의 과로사(뇌심혈관계 질환 사망자) 신청 487건 가운데 129건(승인율 26.5%)이 산재 승인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달 3.6명의 특례업종 노동자가 장시간 노동에 지쳐 목숨을 잃었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정부로부터 과로사로 인정받은 전체 노동자(459명·승인 기준) 중 28.1%가 특례업종 노동자로 드러났다.

특례업종 종사자의 과로사 실태가 정확하게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미가입자는 제외됐다.

공공의 이익이라는 이유로 소수를 '갈아넣는' 일이 구조화 됐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버스·택시 등 육상 운송 및 파이프라인 운송업에서는 3년간 134건의 과로사 산재 신청이 접수됐고, 이 가운데 35건이 인정받았다. 26개의 특례업종 가운데 가장 많은 신청·승인 건수다.

해당 업종의 노동자 과로사 만인율(종사자 1만명당 과로 사망자 수)은 0.77명으로 전체 업종 평균(0.27명)에 비해 3배 가까이 높았다. 다른 업종보다 과로사가 3배나 많았다는 의미다.

간호사·의사 등 보건업 종사자의 과로사 승인 건수는 4건뿐이었지만 신청은 32건이나 됐다. 또 사회복지서비스업도 17건의 산재 신청이 접수돼 1건이 승인됐다.

공영 우편업은 지난해 과로사한 5명이 포함되지 않았음에도 사망만인율이 2.08명으로 업종 평균의 8배나 됐다.

실제 지난 5월 공개된 ‘2017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만545명(간호사 1만6943명)의 응답자 중 57.5%가 최근 3개월간 이직을 고려했는데 주된 이유(40.1%)로 ‘열악한 근무조건·노동강도’를 꼽았다.

주 1회 이상 밥을 거른다고 답한 노동자는 48.7%였고 평균 식사시간은 20분 미만(35.3%)이었다.

이들은 동료에게 업무가 가중될까봐 아이를 갖는 것조차도 고민을 거듭해야 한다. 병원은 여성 노동자 비율이 80% 이상으로 모성 보호가 중요한 사업장이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특례업종은 ‘공중의 편의와 안전을 이유로 특정업종의 노동시간은 별도로 제한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 지정됐다.

하지만 무제한 노동을 국가가 허락한 탓에 버스·택시 기사 등 운수 인력과 간호사·의사 등 보건 인력이 과로하는 탓에 국민 생명과 안전이 되레 위협받는 실정이다.

한정애 의원은 “특례라는 명칭이 무색할 정도로 절반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근로시간 규제를 받지 않는다”며 “특히 보건업, 운수업, 사회복지서비스업 등에서의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 자신의 소중한 생명뿐 아니라 시민들의 안전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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