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이란 단순한 건물을 넘어 역사적 지리적 측면이 강조돼야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과거에 매달리면 안됩니다. 과거와 현재의 조화보다 주변의 다른 건물과의 조화 속에서 ‘현재’를 건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지난해 이화여대 캠퍼스 센터 현상 설계 공모에 당선돼 국내에서 화제를 몰았던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는 건축에 있어서 ‘현재성’을 강조한다. 이화여대 캠퍼스 센터건 러시아 성 페테스부르크 뉴 마린스키 극장이든 그곳의 정치적 문화적 배경없이 건축 설계가 이루어질 수 없지만 그런 배경에다 현재성이 가장 부각돼야한다고 말한다. 과거에 그랬는데 현재 어떠하느냐는 것이다. 과거와의 조화보다, 현재 주변의 조화 속에 현재를 건축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화여대 캠퍼스센터의 경우도 그는 1백년이 넘는 유서깊은 캠퍼스에 초점을 두기보다 ‘신촌’이라는 생생한 상권이 형성돼있는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캠퍼스에 포인트를 두었다고 설명했다. 2007년 완공되는 그의 ‘캠퍼스 밸리’를 보면 캠퍼스 센터는 건물의 가운데 부분이 계곡처럼 본관 앞까지 길게 가로지르며 지하로 서서히 내려가는 ‘대로형 광장’의 형태를 띠고 있어 지하이면서도 지하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친숙한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
교정 한복판엔 숲으로 우거진 다목적 인공 계곡이 들어선다. 70년 이상된 건물로 비조직화 되어있는 공간이 21세기를 내다보는 새 교육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하도록 포인트를 두었다고 덧붙였다.
이화여대는 캠퍼스 센터가 준공되면서 도심이 캠퍼스로, 캠퍼스가 도심의 생활권으로, 생활속의, 삶속의 캠퍼스로 다시 자리하게 되는 것이다. 매년 축제가 열리는 시기에 사람들은 캠퍼스 센터의 지하통로로 대학의 축제를 엿볼 수 있다. 대학과 신촌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구심지역으로 모두에게 활기찬 활동공간으로 활용된다.
대학 담장 밖 도시 공간을 교정 안으로 끌어들이는 효과가 커 도심 속 캠퍼스로서의 다양한 기능을 할 수 있다. 천장이 뚫린 길 양쪽에는 식당 운동시설 서점 등 4~5층짜리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간다.
그가 현재성과 함께 중시하는 것은 상호관계다. 공원 같은 대학 교정, 도시와 연결된 대학 공원, 여성성과 자연의 결합 등의 설계의 핵심도 현재성 속의 관계를 중시하는 가운데 출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찾는데 인터넷에 의존하는 걸 안타까워했다. 그는 하나의 프로젝트를 만들 때 사람들과의 만남과 관계를 예의주시할 때야 비로소 공감대와 아이디어의 분출이 가능하며 종국에 가치를 갖는다는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많은 아이템과 아이디어를 찾는 거 같아요. 하지만 인터넷이 주는 힌트에는 한계가 있지요. 자칫 배끼게 됩니다.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하고 이전의 것을 조합하며 만족하는 거죠. 하나의 프로젝트를 만드는데 있어서 핵심은 사람들과의 만남, 직접적 관계 속에서 나옵니다.”

그가 설계한 나폴리 광장역은 현재 5개역이 연결돼 있는 허브로 대단한 상권이 형성하고 있지만 그의 손길이 가기 전엔 그야말로 살인사건이 끊이지 않는 폭력이 난무하던 곳이었다. 도시 계획에 따라 광장역이 계획됐지만 하나의 건축물로 인해 발전적인 상권이 이루어지는 변화는 인간 관계를 우선시하면서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연을 하나의 건축의 소재로 사용한다고 소개했다. 주변의 상황과 자연을 하나의 소재로 최대한 살리는 것이다. 자연을 보존해야 한다거나 지켜야할 자연으로 부담을 갖지 않는다고 여유있게 웃으며 덧붙였다.
그러나 그의 설계속에 자연은 그대로 살아있다. 자연에 초점을 두는 게 아니지만 그의 설계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자연스럽다 못해 환희를 주고 있다. 사람들이 그를 '거장'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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