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서울과 경기도에 위치한 12개 주요 대형병원에서 석면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환자입원실과 어린이병동에까지 석면이 사용되는 등 종합병원조차 1급 발암물질인 석면 관리에 허술함을 드러냈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서울대보건대학원과 함께 우리 사회 곳곳에서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관리는 소홀한 석면사용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12개 주요 병원에 대해 조사한 결과 천장재를 포함한 건축자재에서 기준치를 최대 50배 초과한 석면이 검출됐다.

12개 주요 병원의 석면사용자재가 파손된 모습. <자료제공=환경보건시민센터>



12개 병원의 천장에서 검출된 석면은 모두 1급 발암물질인 백석면(chrysotile)이었으며 1개 이상의 고형시료를 채취해 전자현미경으로 분석한 결과 석면농도는 2~5%에 달했다. 이는 석면사용금지 기준 농도인 0.1%를 20~50배 초과한 수치다.

주요 대형병원들은 1~3층 사이 접수창구와 검사실 등 외래환자들이 출입하는 곳 대부분 리모델링을 마쳐 석면이 없는 석고보드, 나무 등으로 교체했지만 복도와 계단 입구, 화장실과 환자입원실 일부에서는 석면이 검출됐다.

특히 병원 대부분이 페인트를 칠해 파손부위가 적었으나 절반 정도는 파손된 부위가 눈에 보일 정도였고 천장에 여러 차례 페인트를 덧칠했음에도 전기, 통신시설 등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파손된 부위가 발견됐다.

서울대병원은 어린이병동에서 석면이 확인됐으며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은 환자입원실에서 석면이 발견됐다. 아울러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은 환자입원실과 어린이병동 모두에서 석면 사용이 확인됐다.

12개 병원 가운데 서울대병원, 을지대학교 을지병원,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등이 석면위해등급이 비교적 높았으며 특히 서울대병원의 경우 석면이 사용된 건축자재 269곳이 파손돼 다른 병원보다 3~4배 많았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위치한 서울대학교병원으로, 이곳에서 근무하는 5948명과 외래·입원환자 279만명을 포함해 최소 연간 300만명 이상이 석면에 노출될 위험에 처한 상태다.

반면 국립암센터, 인하대학교병원, 한양대학교병원 등은 석면위해 등급이 낮았으며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은 파손된 곳이 없이 관리가 잘 되고 있었다.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석면.

병원과 학교 등에서 검출된 석면이 더 위험한 이유는 취약계층이 이용하는 곳이라는 점과 함께 선풍기나 에어컨 등을 설치해 석면이 사방으로 날릴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학교건물에서 실시한 석면비산실험 결과 건축자재가 파손된 상태에서 풍압 5m/sec의 선풍기 바람이 불 경우 기준치의 2배가 넘는 석면이 비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은 에어컨과 환기시설이 24시간 가동되기 때문에 공기 중에 석면이 비산될 가능성이 학교보다 더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처럼 취약계층이 이용하는 시설의 석면 관리가 중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정부는 지난 2012년부터 석면안전관리법을 시행했다. 이에 따라 2012년 4월부터 공공기관, 학교, 다중이용시설 및 의료시설 등은 석면건축자재 여부를 조사하고 석면 위해성이 우려될 경우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병원에 대한 석면조사는 이뤄졌지만 석면지도가 공개되지 않아 일반 시민들은 병원이 석면 노출에 얼마나 취약한지 알 방법이 없다.

환경부는 “지자체로 하여금 병원 등 석면건축물에 대한 점검 및 관리를 강화하도록 조치했으며 이후에도 실효성 있는 건축물 석면안전관리제도가 정착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환경부가 지자체에만 석면 관리를 맡겨둘 것이 아니라 지자체에 대한 감독 강화는 물론, 특별점검을 실시하고 병원 등 다중이용시설의 석면사용 실태를 보여주는 석면지도를 일반 시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해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는 “석면지도가 공개되지 않으면 대중이 이용하는 병원의 석면관리 실태를 시민들이 확인하기 어려워 감시망에서 벗어나게 된다”라며 “병원은 다수의 환자와 가족들이 이용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 더 석면관리에 신경을 써야 하며 가능한 빨리 석면이 포함되지 않은 건축자재료 교체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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