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가 최근 5차 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가 이대로 진행되면 식량생산 감소, 홍수로 인한 토지 유실 등 인간의 삶 전반에 위험성이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기후변화 적응은 먼 미래가 아닌 당장의 현실이 되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식량 문제는 농림부, 해양생태계는 해수부, 수자원 관리는 국토부, 생물다양성 측면은 환경부가 맡는 등 부문별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부처별 전문성을 높이는 작업과 함께 다른 부처와의 협업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0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가 개최한 포럼에서도 기후변화로 인한 부문별 전망과 함께 정부의 대응책이 소개됐다.


기후변화에 따른 잦은 기상재해는 지구촌 전체를 위협하고있다.. 태풍 하이옌이 덮친 필리핀.

<사진=세이브더칠드런>



기후변화는 위기이자 기회


이날 포럼에서 환경부 정연만 차관은 “인류의 재앙이 핵전쟁이 아니라 기후변화에 따른 새로운 질병, 생태적 변화로 올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라며 “기후변화의 큰 흐름을 막기는 당장 어렵다. 따라서 적응이 중요하며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또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이병욱 원장은 “기후변화 적응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며 비즈니스와도 연결된다”라며 “한국이 기후변화 적응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로 뻗어나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스캇 와이트만(Scott Wightman) 주한영국대사는 “기후변화는 위험인 동시에 성장과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큰 기회다. 영국의 저탄소 산업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며 100만에 가까운 일자리를 창출했다”라며 “박근혜 대통령 역시 저탄소 산업을 창조경제 핵심으로 생각하기 바라며 이 분야에서 영국과 한국과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선진·개도국 간 갈등 심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이병욱 원장

기후변화 문제에 있어 전 세계적인 협력은 필수다. 그러나 선진국과 개도국 간 입장차 역시 여전하다. 개도국으로서는 기후변화를 일으킨 선진국의 책임을 강조하며 지원을 요구하고 있고 선진국은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위험사례와 수치 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도 국제무대에서 개도국, 최빈국들의 기후변화 대응 지원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며 한국 입장에서는 GCF 기금 조성 논의 및 개도국 적응 ODA 활성화에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개도국 적응사업은 국내 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한편 IPCC 5차보고서는 정부로 하여금 기존의 대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들었다. 특히 이상기후와 기상재해는 식량 생산을 감소하게 만들 위험이 매우 높다. 작물과 식량 생산에서 기후변화 영향은 세계적으로 여러 지역에서 증거가 발견됐다.

온도의 상승은 작물 재배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기후와 CO₂ 증가는 농업경제학적으로 중요한 잡초와 침입 잡초의 분포를 확산시키고 경쟁을 증가시켰다.

CO₂ 효과를 제외해도 온도와 강수량이 변화하면 2050년까지 식량가격이 최고 84%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기후변화는 농업뿐 아니라 수산업 양식, 가축 생산 등 모든 부문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식품 가공, 포장, 운송, 보관 및 무역 등은 연구가 부족해 전망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농업기술 개발에 대한 중장기 계획(2014~2023)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농업 생산량의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도록 ▷농업환경요소의 변동분석 ▷농업생태계의 생물다양성 변동 예측 및 보전 ▷기후적응형 新농법 창출 ▷이상기상 피해 방지 강화 ▷저탄소농업 실현 등을 추진하고 있다.

식량가격 최고 84% 상승

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방출하는 산림 분야의 기후변화 적응도 중요하다. 적극적인 산림 관리는 기후변화 저감에 기여할 수 있다. 새로운 조림 대상지가 거의 없는 우리나라는 숲 가꾸기를 통한 탄소흡수원 확대가 중요한 과제다.

여기에 산림은 화석연료 대체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목재 4톤은 바이오에너지로 변해 펠릿 2톤, 원유 1톤에 해당하며 3톤의 CO₂를 감축할 수 있다. 아울러 경제적으로는 산림 탄소배출권을 통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

해양수산부의 미래 핵심기술 11개 가운데 8개가 기후변화 적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자료제공=해양수산부>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변화는 서식 어류의 변화를 불러와 난류성 어류인 고등어, 멸치, 살오징어 등은 1980년대에 비해 어획량이 2~3배 증가했다.

반면 한류성 어종인 명태는 1980년대 10만톤 가까이 잡히던 것이 현재는 1~2톤에 불과하다. 임연수어 역시 최고 5300톤 어획량에서 차츰 줄어 현재는 1470톤 수준이다. 다만 도루묵은 2000년 1571톤까지 줄었다가 자원회복에 성공하면서 4236톤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해양·수산 분야에서도 기후변화는 매우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지속가능한 수사원 관리 체계 구축과 안전한 수산물 생산 환경 기반 조성을 위해 내세운 핵심기술 11개 가운데 8개가 기후변화 적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해양수산부는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수산자원 확보를 위해 총 315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기후변화가 가장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분야 중 하나인 수자원 관리도 대책이 절실하다. 국토교통부는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기반을 둔 강수량, 하천유량 등 수문량에 대한 재검토를 통한 설계기준의 영향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기준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홍수로 인한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거나 최소화하기 위해 ICT를 접목한 홍수예보시스템 고도화를 추진하고 가뭄 및 갈수예보·관리 체계를 마련하고 지역별 특성에 맞는 다중수원 활용 체계 구축을 통해 물 수급 안정성 강화를 위해 스마트워터그리드를 구축할 예정이다.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

송영일 센터장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해야

정부가 부처별로 대책을 수립하고 있지만 이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는 KEI 산하에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가 있기는 하지만 인력도 지원도 부족하기 때문에 센터를 더욱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자체의 실천 여부에 적응사업 성패가 달렸다는 의견도 있다. 2015년에는 지자체도 기후변화 적응대책을 수립해야 하지만 서울 등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면 연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 송영일 센터장은 “경주 리조트 붕괴 사고를 봐도 안전기준 등이 문제가 됐지만 근본적으로는 기후변화와 그로 인한 기상재해 등을 미리 대비했다면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라며 “중앙정부나 연구기관에서 기후변화 적응 툴을 제시해도 실제 행동에 옮기는 것은 결국 지자체다. 지자체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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