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생물다양성의 보고(寶庫)라 불리는 습지. 환경부는 5월22일 생물다양성의 날과 습지의 날 기념식을 동시에 제주에서 개최하고 관련 유공자에 대한 정부 포상을 수여할 계획이다.

1999년 습지보전법을 제정한 환경부는 2013년 5개년 계획으로 습지보전기본계획을 수립해 습지를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보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정부가 법까지 만들어 보전에 나설 만큼 습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염물질을 정화하고 홍수를 조절하며 기후변화 완화, 여가, 미적 경관적 기능 등 환경적으로나 사회·문화·경제적으로 가치가 매우 높다.

일례로 한강하구습지 버드나무군락에서 연간 정화되는 질소의 양은 탄천하수종말처리장의 60배인 232톤에 달하며 습지는 지상에 존재하는 탄소의 40%를 저장한다.

그렇다면 2015년 현재 한국의 습지는 잘 보전되고 있을까? 몇 가지 사례를 보면 우려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습지는 생물다양성의 보고(寶庫)이며 질소 정화, 탄소 흡수 등 막대한 가치를 갖고 있지만

각종 난개발로 인해 급격하게 사라지고 있다.



질소 정화, 탄소 흡수 등 다양한 기능

세계적으로 희귀한 서해 갯벌은 전체 1만8300㎢ 면적으로 대단히 넓은 면적을 자랑하며 생물다양성이 매우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서해 갯벌은 자연해안선의 길이가 계속 줄고 있으며 지역주민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던 강화갯벌조력 역시 완전히 중단된 것이 아니다.

강화 갯벌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온전하게 보전된 강하구 갯벌로, 국제적으로도 보전가치가 높은 자연유산이며 과거 환경부가 람사르 습지 등록을 추진했던 곳이다. 

MB정부 시절이던 지난 2011년 지식경제부가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이유로 조력발전을 추진했으나 사업이 부동의 됐으며 2012년 다시 추진됐으나 마찬가지로 부동의 위기에 처하자 사업자들이 자진 철회했다.

그러나 산업자원부는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기고 있다. 강화조력은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된 데다, 제7차 계획에서 제외한다는 언급이 없다.

산업부가 밝힌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온실가스 감축, 신재생에너지 활용에 무게를 두고 있어 영흥화력발전을 제외하는 대신 조력발전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유정복 인천시장은 민선 6기 공약사항으로 강화조력 사업을 내걸어 지역사회 반발을 사고 있다.

람사르 습지에 도로 건설

 

강화 갯벌과 가까운 송도 갯벌 역시 파괴될 위험에 처해 있다. 국토교통부가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 송도 갯벌을 관통하는 제2외곽순환도로 건설 계획을 밝힌 것이다.

송도 갯벌은 람사르 습지 지정 당시 향후 보전계획수립이 조건부로 제시된 만큼 이곳에 도로가 건설되면 람사르 등록이 취소될 가능성이 높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추진 중인 도로계획에는 인천대교와 제2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분기점이 습지보호구역 내에 있다.

따라서 두 도로를 연결하는 도로들이 여러 개 설치된다는 의미이며 그렇게 되면 습지보호지역은 사실상 그 기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녹색연합은 “송도갯벌과 세계적 멸종위기조류인 저어새의 마지막 숨통마저 끊어버리는 도로건설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국내법(습지보전법)과 국제협약(람사르 협약)을 무력화시키는 도로계획은 당장 철회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안산-인천 고속도로는 예비타당성 조사 중이며 아직 사업 시행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라며 “사업을 시행할 경우 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환경부, 지자체 등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노선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혀 사업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여의도 17배 면적 습지 사라져

 

대구 달성습지도 위기에 처해 있다. 도로공사는 제4차 대구순환고속도로 공사를 추진하면서 달성습지 제방 위로 지나도록 했다. 제방 위에 1.2m를 성토한 뒤 높이 2m의 방음벽을 설치하면 달성습지 경관은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으며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소음과 불빛은 습지에 사는 야생동물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대구시는 올해 170억원을 들여 훼손된 습지를 복원하고 탐방로를 조성하는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면서도 도로 건설 계획에 대해서는 수수방관하고 있다.

아울러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보’ 논란과 별도로 습지 파괴도 비판의 대상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 따르면 4대강 사업으로 사라진 자연습지의 규모는 총 5041만㎡에 달하며 이는 여의도의 17배에 이르는 면적이다.

정부는 소실된 습지를 대신한 대체습지를 조성했지만 대부분 부실한 상태다. 환경부가 전국의 대체습지 179곳 가운데 147곳을 모니터링한 결과 90%는 제 기능을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습지 조성에만 5400억원을 쏟아 부었지만 명색이 습지이면서도 물이 부족했고 인공적으로 식재한 식물들이 자리를 잡지 못해 죽었으며 외래종만 기승을 부리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2008년 국내에서 람사르총회가 개최되면서 습지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생물다양성총회까지 열리면서 생태계 보전의 중요성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국제 행사와는 별도로 여전히 습지 파괴가 자행되고 있다. 습지가 지니는 생태적 가치뿐만 아니라 경제적 가치를 제대로 환산해 타당성평가에 반영한다면 무분별한 개발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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