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박미경 기자 =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에 근거해 2012년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후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ETS)가 2015년 1월부터 본격적인 가동을 앞두고 있다. 이미 배출권거래를 위한 할당계획 및 업체 지정, 할당신청서 작성 등 기업에 대한 정부의 할당이 분주히 진행되고 있다. 이와 관련 CDP한국위원회는 배출권거래제 대상 중 51개 기업을 전격 분석해 보고서를 발간했다. <편집자주>

 

2015년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ETS) 시행을 앞두고 개별 기업들에 대한 배출권 할당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의 온실가스 관리와 배출권거래제와 관련한 대응 능력을 파악할 수 있는 보고서가 10월28일 공개됐다.

 

CDP(Carbon Disclosure Project)한국위원회는 배출권거래제를 주요 테마로 해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을 비롯한 탄소경영 능력을 분석, ‘새로운 룰: 저탄소 경쟁의 시작’이라는 부제를 붙인 ‘CDP Korea 250 Climate Change Report’를 발표했다.

 

CDP한국위원회는 CDP를 한국에서 수행하기 위해 2008년 조직됐으며 국내 최대의 사회책임투자자 단체인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이 사무국을 맡고 있다. 2014년에는 시가총액 상위 250개 대상으로 기후변화 관련 경영 정보를 요청했다.

 

배출권거래제 대상 기업 중 ‘CDP 2014’를 통해 금융투자기관으로부터 기후변화 관련 정보공개를 요구받은 기업은 총 91개 기업이 있으며 그 가운데 51개의 기업이 CDP를 통해 정보를 공개했다.

 

CPLI, 긍정적 조치 평가해 점수 산정

 

▲ 배출권거래제 대응 관련 대상기업의 잠재적 능력 분석 예시 <자료제공=CDP한국위원회>

이번 보고서는 탄소경영과 관련해 업종 할당량 및 기업배출량, 기업 원단위 배출량을 분석하는 동시에 경영시스템 유무, 감축활동, Scope 3(외부배출) 관리를 기업이 성공할 수 있는 중요한 능력인 상위 지표로 삼고, 각 상위 지표의 하위 세부 지표에 기업이 얼마나 대응하고 있는지를 정량적으로 공개하는 방식으로 51개 기업을 분석했다.

 

경영시스템의 경우 거버넌스, 인센티브, 기후변화전략, ETS 전략의 유무를 파악했고 감축활동의 경우는 감축비율, 연간 총 감축예상량, 주요 감축활동 당 평균투자액을 분석했다. 이 감축활동의 많고 적음은 감축잠재량의 감소, 온실가스 노하우 축적을 통한 대응 효율성 향상, 조기감축실적 인정을 통한 배출권의 추가할당 등 다양한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Scope 3(외부배출) 관리에는 보고 카테고리 수, 가치사슬 인게이지먼트 활동 여부, 인게이지먼트 협력사 수를 하위 세부지표로 삼고 이를 분석해 보고했다. 이 Scope 3 관리가 우수한 기업은 배출권거래제 하의 외부감축사업을 통한 배출량의 상쇄에 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갖췄다는 것이다.

 

CDP에서 성과밴드 A를 획득해 기업 CPLI(Climate Performance Leadership Index : 기후성과 리더십 지수)에 편입된 기업들은 이러한 탄소경영 능력을 어느 정도 인정받은 기업으로, 배출권거래제에 대한 대응 또한 유리할 전망이다.

 

CPLI는 단순히 정보공개 수준에 대한 평가를 넘어 기업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취한 ‘긍정적(positive) 조치’를 평가해 점수를 산정한다. ‘긍정적 조치’란 기후변화의 완화, 적응, 투명성에 기여한 바를 의미한다. 2009년 파일럿을 거쳐 올해 CDP에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석유화학 CDP 가장 많이 참여하는 업종

실제적인 조치를 평가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경우 그 기업은 ‘기후변화 경영’과 ‘탄소경영’을 잘한다는 평가가 가능해진다. CPLI는 전략, 지배구조,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배출량 감축 목표 달성 등과 관련 실제 조치 정도에 따라 기업의 수준을 A부터 E까지 총 5개의 밴드(band)로 분류하고 있는데, Band A는 기후변화 대응과 목표달성에 있어 높은 수준을 나타낸 기업을 의미한다.

 

▲ 배출권거래제 1차 계획기간 업종별 할당량 비중 <자료제공=CDP한국위원회>

이번 보고서에서 배출권거래제와 관련, 분석대상 개별기업은 51개로, 배출권거래제 전체 대상기업의 약 10% 정도로 많지 않다. 하지만 CDP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시가총액 상위 250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의 비상장 비율이 높은 발전 및 정유 업종을 제외한 나머지 업종의 배출권거래제 대비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CDP에 가장 많은 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업종은 12개 기업이 응답한 석유화학이었으며 철강, 반도체, 통신, 전기전자, 조선업종의 경우 2013년 목표관리제 기준 업종 전체 배출량 가운데 70% 이상이 CDP를 통해 보고됐다.

 

또한 보고서에는 기업들의 배출량을 목표관리제를 기준으로 주요 그룹사별로 배출량 비중을 분석한 결과도 실렸다. 한국전력그룹(한전과 자회사)이 38.9%로 가장 높았고, 포스코그룹이 15.3%로 그 뒤를 이었다. 이 두 그룹사에 속한 기업들의 배출량 비중은 배출권 거래제 대상기업들의 전체 배출량의 54.2%를 차지했다. 이는 기후변화와 배출권거래제라는 규제 위험에 대한 노출도를 나타내주는 동시에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의 크기를 의미한다.

 

SK그룹은 3.7%, 현대자동차그룹이 3.4%로 그 뒤를 이었으며 삼성그룹과 LG그룹은 모두 3.1%로 동일했다. GS그룹은 2.4%, 롯데그룹과 S-Oil은 각각 1.3%였다.

 

금융투자기관 정보 공개 업무 강화 필요

그러나 위험성이 높고 책임성이 큰 만큼 관리방안에 대한 투명성은 그렇게 높지 않은 편으로 조사됐다. 예를 들어 총16개 기업에 비중이 3.7%인 SK그룹의 배출총량 2099만9000톤 중 1667만4000톤은 리스크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를 알 수 없다.

 

배출권거래제 대상기업이자 CDP 정보공개대상인 SK이노베이션, SKC, SK네트웍스는 CDP에 자사의 탄소경영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순한 배출량과 감축량만이 아니라 탄소경영과 관련한 포괄적이고 전문적인 경영정보는 현재 CDP 이외에는 얻을 수 없다.

 

▲ CPLI 국내 편입 기업 <자료제공=CDP한국위원회>

CDP한국위원회 장지인 위원장은 “배출권거래제에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의 탄소경영 능력 파악은 매우 중요하지만 상당수의 기업들이 탄소경영과 관련한 정보가 여전히 불투명하다”며 “기업들이 CDP를 통해 정보를 공개해 이해관계자에 대한 기본적인 책임을 다하고 위험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장 위원장은 “금융투자기관은 이들 기업들이 CDP를 통해 탄소경영 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업무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CDP한국위원회는 10월28일 여의도 63빌딩 3층 주니퍼에서 ‘2014 CDP Korea 250 Report 발간 & 기후변화 대응 우수기업 시상식’을 개최했다. 이 행사에서는 CDP 2014 정보공개대상 250대 기업, CDP 서명 금융기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국내 250대 기업의 기후변화 정보공개 수준과 성과 등이 보고서를 통해 공개됐다.

 

<TIP>
※CDP란 전세계 금융투자기관의 위임을 받아 각국의 주요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기후변화 이슈 대응과 관련한 경영 정보를 요청하는 금융기관 주도의 비영리단체의 명칭이자 글로벌 프로젝트로서 영국에 본부를 두고 있다. 수집된 정보는 매년 보고서로 발표돼 전세계 금융기관의 투자지침서로 활용되고 있다.


glm26@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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