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2020년 이후를 대비한 신기후체제가 올해 말 COP21 파리 총회에서 결정된다. 이에 세계 각국은 온실가스를 ‘어떠한 방법으로, 얼마나 줄일 것인지’에 대한 감축공약(INDC)을 9월 말까지 제출해야 한다.

현재까지 스위스, EU(28개 회원국 + EC), 노르웨이, 멕시코, 미국, 러시아, 가봉 등 35개 당사국이 INDC를 제출한 가운데 우리나라는 관련 논의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제출된 INDC 가운데 같은 개도국인 멕시코가 참조할 만한 사례이기는 하지만, 멕시코 역시 목표 선정의 투명성, BAU 변경 가능성 등으로 인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가장 먼저 INDC를 제출한 스위스의 경우 2030년까지 1990년에 비해 온실가스를 50% 감축하겠다는 선제적 목표를 제시했다.

EU 역시 2030년까지 최소 40% 감축하겠다고 밝혔으며 특히 국제 탄소크레딧을 포함하지 않았고 토지부문 역시 추후 논의를 전제로 제외시켜 과거 감축목표보다 진일보한 입장이다.

이들 국가의 특징은 탈종조화(decoupling)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EU는 1990년에서 2012년 사이 GDP는 44% 증가한 반면, 온실가스 배출량은 19% 감소했고 1인당 배출량 역시 12톤에서 9톤으로 줄었고 2030년까지 6톤으로 줄일 계획이다.

노르웨이 역시 EU와 비슷한 목표를 제시하고 있으며 특히 파리 총회에서 야심찬 협약이 체결될 경우 이미 제시한 공약보다 목표수준을 높일 수도 있다고 제안하고 있다.

IPCC는 선진국의 경우 2050년까지 40~70% 온실가스를 감축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

대해서도 선진국 수준의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도 온실가스 감축 동참


미국과 러시아는 EU보다 조금 후퇴한 감축안을 제시했다. 미국은 2025년까지 2005년 대비 26~28% 감축하겠다고 밝혔고 러시아는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25~30% 감축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온실가스 감축에 소극적이었던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여러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비슷한 태도를 고수했던 중국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청정대기법’을 통한 자동차 연비 규제 강화와 함께 냉장고, 에어컨 등에 쓰이며 온실가스 집약도가 높은 HFCs(수소불화탄소) 대체물질 개발, 발전부문 감축, ‘에너지자립·안보법’을 통한 건물부문 감축 등을 제시했다.

반면 가봉과 멕시코는 기준년도에 대비 절대량 감축이 아닌 BAU(Business As Usual) 대비 감축방식을 제시했다. 우리나라가 중기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시할 때 사용한 BAU 방식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을 경우 배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온실가스의 양을 가정하고, 이를 일정 비율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예상 배출량을 높게 산정하면 BAU 대비 배출량은 줄었지만, 실제 배출량은 오히려 증가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실제로 멕시코는 무조건부 목표로 2030년까지 BAU 대비 25% 감축목표를 제시했는데, 이렇게 되면 2010년 6억3700만톤에서 2030년 8억3300만톤으로 증가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는 선진국과 달리 아직 개발이 끝나지 않았고 전통적인 에너지 다소비산업에 의존하는 개도국의 특성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다만 멕시코는 국제탄소가격의 보장, 기술협력, 금융지원 등의 조치가 따를 경우 BAU 대비 40%까지 감축할 수 있다는 조건부 목표를 함께 제시했다.

그러나 BAU는 ‘예상치’라는 점에서 한계가 분명하다. 어떻게 가정하느냐에 따라 BAU 산정 결과가 달라지고, 예상한 것보다 경제가 급격히 발전할 경우 BAU를 수정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열린 리마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윤성규 환경부장관. <사진제공=환경부>



‘한국은 선진개도국’ 압력 거세


같은 개도국이라도 멕시코와 달리 한국은 ‘선진개도국’으로 분류돼 더 엄격한 목표를 요구받고 있어 멕시코와 비슷한 수준의 INDC를 제출할 경우 국제사회가 차가운 눈초리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지난 2012년 GDP는 2% 증가한 반면 온실가스는 0.4% 늘어나는데 그쳐, 마침내 탈동조화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기대도 있지만 1~2년 통계만으로는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에 ‘탈동조화’를 선언하려면 2017년은 돼야 한다.

아울러 지난해 열린 리마회의에서 합의한 ‘후퇴 방지 원칙’에 따라 지난 정부에 발표한 ‘2020년 BAU 대비 30% 감축’이라는 중기목표 보다 후퇴한 목표를 수립할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산업계는 BAU을 산정을 다시 해야 한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2020년 이후 감축목표인 INDC 제출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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