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 초미세먼지(PM2.5)의 대기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녹색당이 4일 최초로 밝힌 전국 초미세먼지 농도를 보면 연평균 26.5㎍/㎥로 나타나 정부의 초미세먼지 정책이 사실상 실패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는 정부가 2015년부터 적용하는 법정 관리기준 25㎍/㎥를 초과하는 수치로, 지금까지의 초미세먼지 대책이 실패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WHO의 권고기준은 한국의 법정 관리기준에 비해 훨씬 낮은 10㎍/㎥에 불과하다. WHO 기준보다 훨씬 낮은 기준을 설정하고도 지키지 못한 것이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하버드대학 다니엘 제이콥(Daniel Jacob)교수 연구팀과 함께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 국내 운영 중인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 물질로 인해 매년 최대 1600명의 조기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녹색당은 4일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초미세먼지 현황을 공개했다. <사진=김경태 기자>



전북·충북 전국 최고 수준


녹색당이 공개한 자료는 전국 지자체를 상대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자료다. 녹색당 관계자는 “각 지자체가 자료를 공개하면서 최종 확정되기 전 자료라는 점을 강조했다”며 “그럼에도 전국 초미세먼지 오염 경향을 파악하는 데 충분한 것으로 판단하고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4일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녹색당은 광역지자체별 초미세먼지 농도도 공개했다. 세종시를 제외한 16개 광역지자체 중 10개 지역이 정부 관리기준을 초과했으며 특히 전북과 충북은 30㎍/㎥를 초과해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녹색당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전북 34㎍/㎥ ▷충북 32.9㎍/㎥ ▷경북·경기·인천 29㎍/㎥ ▷대구 27.1㎍/㎥ ▷강원 26.5㎍/㎥ ▷대전 26㎍/㎥ ▷부산 25.7㎍/㎥ ▷경남 25.4㎍/㎥로 나타나 정부 관리기준을 초과했다.

의외로 서울은 전국평균에 비해 낮은 23.24㎍/㎥로 나타나 전국 평균인 26.5㎍/㎥에 비해 낮은 수치를 기록했고 공업도시인 울산 역시 24.8㎍/㎥를 기록했으며 전남 22.5㎍/㎥, 제주 20㎍/㎥ 순으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서울의 초미세먼지 수준이 양호한 것은 아니다. 서울시 대기환경정보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서울에는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총 6회(13일) 발령됐고 초미세먼지 주의보 예비단계는 총 14회(27일) 발령됐다.

 

연중 초미세먼지의 순간 농도는 시간당 최대 112㎍/㎥를 기록했는데,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초미세먼지 일일 평균 권고 기준인 25㎍/㎥의 4.5배에 달하는 수치였다. 전국적으로 초미세먼지 수준이 심각하지만 그중 서울이 조금 나은 정도에 불과하다.

전국 초미세먼지 현황을 파악한 결과 전북과 충북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고 의외로 서울은 전국 평균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자료제공=녹색당>



다만 2015년 전 기간 측정이 이뤄지지 않은 충북도와 측정소가 적었던 경북의 경우 재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광역지자체의 초미세먼지 측정소가 매우 부족하다는 점도 드러났다. 특히 광범위한 면적을 갖고 있는 충남(1개), 전남(4개), 경북(4개)에 극소수 측정소만이 운영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전국 초미세먼지 정보를 공개한 녹색당은 정부의 초미세먼지 대책이 초보적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여전히 중국 탓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11월 일명 미세먼지방지법(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장거리이동대기오염물질 정의 신설, 기존 종합대책 및 위원회 확대 개편 등 일면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초미세먼지의 50~70%가 중국에서 날아온 것이 아닌 국내에서 발생한 것임에도 여전히 중국 탓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환경부의 미세먼지 대책은 수도권 대기오염 총량관리사업장 확대, 노후 차량 교체와 함께 중국과의 공동저감사업 추진이다. 그러나 중국의 막대한 미세먼지 발생량을 감안하면 150억원 규모(2015년)의 사업으로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미지수다.

녹색당은 정부의 초미세먼지 관리기준인 25㎍/㎥을 WHO 권고기준인 10㎍/㎥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탄소차협력금제 전면 시행해야


녹색당은 지금까지 수차례 개최한 정책간담회와 전문가 조언을 바탕으로 초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보완대책을 내놨다.

대책을 살펴보면 먼저 대기환경보전법상 초미세먼지 관리기준을 현재의 25㎍/㎥에서 WHO 권고기준인 10㎍/㎥로 낮추고 145개에 불과한 초미세먼지 측정소를 계속 확충하며 특히 10m 이상 높이에 설치돼 실효성이 없는 측정소 위치도 조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또한 자동차의 초미세먼지 배출을 줄이기 위해 현재 2021년 이후로 연기된 저탄소차협력금제(경차에 보조금을 주고 중형차에는 부담금 부과) 전면 실시를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자동차 외 비도로오염원(건설장비, 발전기, 선박 등) 규제 강화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건설장비 배출가스 기준 및 검사방법을 신속하게 정하고 사업장에서 운행하는 장비에서 배출되는 초미세먼지 관리를 위해 대기환경보전법상의 ‘비산먼지’에 준해 다뤄야 한다고 제언했다.

문제는 이러한 대책을 시행해도 앞으로 대폭 늘어날 초미세먼지 배출원이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정부는 앞으로 24기 이상의 화력발전소를 증설할 계획이며 경제성 등을 이유로 제외된 삼척지역 발전소 2기의 경우 지역 내 유치위원회가 꾸려지는 등 앞으로 더 늘어날 여지도 있다.

 

화력발전소는 초미세먼지뿐 아니라 온실가스 및 전구물질인 질소산화물(NOx)을 대량으로 배출하고 전력공급 과잉으로 에너지 낭비를 부추길 우려도 있다.

 

앞서 언급했던 하버드대 연구팀은 정부 계획대로 2021년까지 24기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증설한다면 조기사망자 피해가 매년 최대 2800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의 약 2배에 달하는 조기사망자가 석탄화력발전소 증설로 인해 발생하는 셈이다.

 

한국과는 반대로 미국은 2010년부터 187기의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했고 앞으로도 2020년까지 27% 이상의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할 계획이다. 유럽연합(EU) 역시 10년 내 최대 1/3의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할 예정이다. 중국조차 석탄소비량을 줄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만이 온실가스 및 초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전 세계적인 석탄화력 폐쇄 정책과 정반대의 길을 택하고 있다.


녹색당 측은 “초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되면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을 중지하고 LNG 발전소로 대체 발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긴급조치로 차량 2부제 실시해 추가적인 배출을 줄이고 시민 불편을 고려, 대중교통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김법정 기후대기정책과장은 “WHO가 제시한 4개의 기준 가운데 10㎍/㎥는 달성해야 할 목표 수치다. 우리 역시 앞으로 높여 나갈 예정”이라며 “2014년 미세먼지 예보를 시작했음에도 불구 적중률이 74%에서 88%로 많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수도권에 비해 지방에 측정소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측정소가 있음에도 PM2.5 측정기가 없는 것이 더 시급한 문제다. 계속 확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앞다퉈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원외정당이기는 하지만 유일하게 녹색당이 시민생활과 밀접한 환경에 대한 문제 제기에 나서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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