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서효림 기자 =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인문학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문과라서 죄송하다’는 유행어가 퍼지기도 했다.
환경도 위기다. 경제 성장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뒷전으로 밀린 환경은 심각성과는 다르게 설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위기의 환경과 인문학이 찾는 새로운 녹색 발전의 해법을 찾는 국제학술대회가 서울시청에서 열렸다. 두 위기가 만나 새로운 기회를 찾는 과정을 함께 따라가보자. <편집자주>

4일부터 6일까지 서울시청에서 열린 ‘2016 지속가능한 도시 숲과 환경인문학 국제학술대회’는 도시 숲의 발전방안과 녹색복지에 대한 방향을 모색하고, 자연과 생태의 위기를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서울특별시, 동국대학교, 문학과 환경학회 등 자연과 생태환경에 관심 있는 3개 기관이 뜻을 모아 다양한 시각에서 위기극복의 대안을 찾아보고, 세계적인 석학들을 모시고 지혜를 나누는 담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준비됐다.

5일 오전 9시 시청 3층 대목적홀에서는 영국 바스 스파대학교의 캐서린 엘리자베스 릭비 (Catherine Elizabeth Rigby) 교수의 기조강연 <세속 너머 세계에서의 환경 인문학 : 세계적 관점, 지역적 실행(Environmental Humanities in a More- than-Secular World: Global Perspectives, Local Practices)>과 서울문화재단의 주철환 대표이사의 기조강연 <행복한 도시, 서울을 위한 남산의 역할과 비전>이 이뤄졌다.

환경과 문화·종교 협력 통해 삶에 기여


릭비교수는 환경인문학 개척자로 유명하다. 그는 이번 기조연설을 통해 “종교는 심성을 강화 시키는데 기여하는 것 뿐 아니라 환경과 종교의 결합이 사회문제를 지적하고 해결책을 찾는데 공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종교에 소속돼있지 않는 사람을 세계적으로 감소 추세이며 종교와 생태학에 대한 연구가 환경인문학을 확대하는데 지대한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종교적 생각과 믿음 그리고 그 가치들은 노래나 서사, 이미지로 전달되며, 이들이 의식을 행하고 사회적 실천으로 확대될 때 활기가 생기기 때문에, 텍스트 분석에 전문지식이 있는 환경문학과 문화연구자들이 역사학자와 철학자, 인문 지리학자, 사회학자 간 협력을 통해 연구분야에 기여할 일이 많이 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가격 없는 가치 가진 모두의 남산

두 번째 기조연설에 나선 주철환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는 ‘행복한 도시, 서울을 위한 남산의 역할과 비전’에 대해 발표했다. 주 대표는 남산의 이미지를 설명하며 “남산은 이야기와 역사(Story & History)”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의 심장인 남산은 치유와 문화의 산실이라고 설명하며 “지금 대한민국의 문제는 권력을 가진 이들의 독점욕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주 대표는 “문화는 독점하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하며 “문화를 즐길 권리는 특정한 계층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이라 강조했다. 그는 감정이 없는 알파고보다 의지를 가진 인간이 더 소중한 존재라고 하며 의지를 통해 만들 수 있는 미래에서 자연과 함께 한다는 공존의 마음을 가지고 보이는 것보다 중요한 비전을 좇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속가능한 도시 숲과 남산의 미래비전은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서비스 분야와 역사적 가치로 나뉘어 각 주제에 따른 발표로 이어졌다.

도시 숲으로의 기능 뿐 아니라 문화 서비스 제공

남산의 생태계서비스 증진에 대해 발표한 오충현 동국대학교 교수는 “남산은 도시숲으로서 생태계 서비스가 가지는 공급, 조절, 문화, 지원서비스를 고루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남산의 주요 수목은 소나무였다. 이후 일제시대와 6·25를 거치면서 소나무이외에도 신갈나무, 산벚나무, 아가시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자라는 숲이 됐다. 반면 다양한 계곡과 약수터 등의 명소도 있었으나 지금은 도시화 과정에서 3개의 터널이 관통하면서 수자원은 빈약하게 됐다.
대표적인 도시 숲으로 도시열섬저감, 습도 유지, 대기정화의 역할을 하는 남산은 작지만 우리민족의 슬픔과 영광을 담고 있는 소중한 도시 숲이라는 것이 오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생태계서비스 뿐 아니라 한양성곽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는 문화서비스 지역으로 문화적 효용을 증진 시키고 생물다양성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교육과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치유의 숲으로 발전 가능성 내포

김주연 충북대학교 교수는 양재시민의 숲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예로 들어 남산을 ‘치유의 숲’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양재시민의 숲 산림치유 프로그램은 갱년기 여성을 대상으로 공원 안에서 가장 인적 드믄 장소를 선정해 진행됐으며 가을의 빛과 색을 치유자원으로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그 결과 초겨울에도 멜라토닌 농도 수치가 높아지는 것과 갱년기 증세 완화 및 대인예민·강박·우울·불안·편집증·정싱증 증상 회복의 결과를 가져왔다.
김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남산은 서울시의 녹지공간으로 가치가 크고 대표 경관으로서 갖는 상징성과 문화와 정치, 유산의 가치는 치유적 스토리텔링으로 재창조가 가능한 우수한 산림치유자원이다. 그는 “수자원 부족으로 인한 생명 에너지의 부족을 해결하고 무분별한 접근을 피하고 독립적 공간의 치유숲으로 조성된다면 남산의 녹색 복지는 충분한 성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각국의 특성 반영한 다양한 주제 논의

이번 학술대회는 총 10개국의 전문가들이 초빙돼 각국의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주제발표가 이어졌다.
중국과학원의 진영환 교수는 ‘중국의 자연보호구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서비스’에 대한 주제발표를 통해 중국의 상황을 설명했다.
중국은 각종 유형의 다양한 생태계를 보호하고 있으며 특히 담수생태계는 복잡·다양하다. 자연습지에는 소택습지, 근해와 해안습지, 하천습지와 호수습지 등 4개 유형이 포함되며 농림 생태계, 인공림생태계, 인공습지생태계 등 다양한 인공생태가 분포하고 있다.
중국의 자연보호구는 생물다양성 보호의 역할을 함과 동시에 자연유적지 보호의 역할도 함께 하고 있다.

친근하고 독특한 소재 ‘개’로 사회적 문제 설명하기도

릴리 첸 홍 상하이대학교 교수는 ‘개’를 주제로 한 중국의 다양한 장르의 서사를 비교 연구해 중국의 근대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순에 대해 발표해 소재의 독특함으로 눈길을 끌었다. 첸 홍 교수에 따르면 중국은 도시를 중심으로 애완용 동물 관련 산업이 성행했으나 이는 밝고 희망적인 조화로운 미래 라기 보다는 진보된 서양에서 주는 근거 없는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하층에 존재하는 개에 대한 근대화와 도시화는 신화일 뿐이며 외부적이고 내재적인 수준에서 인간과 개들에 관련된 심각한 사회적 불평등에 대해 다큐멘터리나 영화, 문학 작품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인문학과 환경 소통 이어줄 도구 ‘교육’

인문학과 환경과의 소통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교육분야에 대한 생태학적 능력에 대한 고찰도 이뤄졌다. 독일의 밤베르크 교육대학의 아네테 쇼인블룩(Annette Scheunpflug) 교수는 기조강연을 통해 “지속가능성에 도달하기 위해 교사는 전문적인 교과지식만을 다뤄서는 안되며 환경문제에 대한 학습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원양성과정에서의 생태학적 능력(The Ecological Competency in the Teachers Training)’를 주제로 미래에 요구되는 연구 영역에서 지속가능성을 위한 교사교육에 대한 연구기반 모형을 제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우리 주변에서 발생한 자연재해는 우리가 무심코 저질러온 생태계 파괴와 무관하지 않다.”며 “이번 ‘2016 지속가능한 도시 숲과 환경인문학 국제학술대회’를 통해 푸른 도시숲을 가꿔온 서울의 경험을 세계와 나누고, 세계의 훌륭한 지혜를 배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국제학술대회 개최의 중요성을 밝혔으나 정작 토론회에는 참가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shr8212@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