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이연주 기자 = 철거 촌의 한 가족이 고군분투하며 지켜왔던 방들이 허물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 주인공 모자는 우스꽝스럽게 하루를 보내며 그들을 짓누르고 있던 삶의 무게를 조금 덜어내기 위해 응봉동 사모님과 그의 아들 코스프레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들은 “까짓것 마카오에 호텔도 좀 사고 브라질에 별장도 좀 짓자”며 큰소리를 치는 등 고통스러운 현실을 망각한 채, 한 번쯤 누려 보고 싶었던 상류층 생활을 만끽하는 중이다. 

모자가 중산층 생활을 즐기는 사이 그들이 사는 좁은 골목길 바닥에 화석처럼 찍힌 그들의 발자국은 어느새 시멘트로 덧발라지고 있다.

 

철거 촌 단칸방 평상 위에서 벌이는 주인공들의 부자 코스프레는 웃기면서도 슬프다. 주인공들은 현실을 망각한 채 한 번쯤은 누려 보고 싶었던 상류층의 생활을 코스프레를 하며 행복을 꿈꾼다. 또한 그들은 행복을 향한 처절한 몸부림을 웃기고 또한 슬프게 그려낼 예정이다.

이 작품은 우리 사회의 밑바닥 삶을 사는 이들이 견뎌야 하는 날들, 누추한 한 칸 방마저도 타의에 의해 사라지는 상황 속 다시 어디론가 떠나야 하는 비극적 현실을 그린다. 이 작품은 ‘2‘012 희곡아 솟아라’에서 최우수 희곡으로 선정된 신예작가 윤미현의 작품이다. 

윤미현 작가가 집필한 연극 ‘평상’은 “현실의 부조리함을 연극적으로 극명하게 표현하고, 무대를 활용하는 연극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동시에 희곡의 구성과 대사의 힘이 좋다“는 평이다. 또한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뛰어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윤 작가는 앞으로 연극계를 짊어질 뛰어난 극작가로서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으며 인간존재의 숙명적 비루함을 예리한 시선으로 날카롭게 파고든 신예작가로, 이번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창작공동체 아르케의 연극 ‘평상’은 오는 4월24일부터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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