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환경일보] 김태홍 기자 = 세계자연유산이 저가 입장료로 3류급 저가 관광지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대두됐다.

이와 관련, 제주자치도의회 의원연구모임인 제주문화관광포럼(대표 강경식 의원)은 지난 23일 제주도의회 소회의실에서 ‘세계자연유산 입장료 징수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정책토론회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임종덕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은 “한라산인 경우 입장료를 징수하지 않고, 성산일출봉과 만장굴 등은 성인 2000원의 요금을 받고 있다”며 “이는 스스로의 가치를 깎아먹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 연구관은 “2011년도 기준 중국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입장료는 평균 2만7000원 정도다. 사천성의 판다보호구역은 5만7000원에 달한다”며 “만장굴이나 성산일출봉에 비해 10배 이상 높은 금액”이라고 말했다.

임 연구관은 “입장료를 올리면 관광객이 감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지난해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이 기존 입장료 3000원에서 6000원으로 올렸다. 현재 6개월이 지났는데 관광객 숫자는 오히려 늘었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제주관광협회 고승철 부회장은 “(제주도는)식물자원 보호, 미래관광 자원을 보호해야 하는 시점에서 한라수목원, 절물휴양림, 주상절리 사려니숲길 등 전체적으로 입장료 인상을 통해서라도 관광객을 줄이는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산일출봉 성인 개인 2000원, 학생 단체 800원이다. 제주자연사박물관은 학생 단체가 300원이다. 아이스크림이 2500원인 세상 아닌가”라며 “칠레의 자연사박물관 입장료는 3만5000원이다. 중국 자금성은 일일 입장객을 제한하는데, 올해 못 왔으면 다음에 다시 오라는 것이다. 이런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고 부회장은 “(제주도는)누구나, 아무데나 갈 수 없는 명품으로서의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며 “사설관광지인 미천굴은 9000원 받는데, 일출봉이나 만장굴은 1만원은 받아야 하지 않겠나. 왜 저가에 판매해야 하는가”라고 주장했다.

오석삼 제주도산악연맹회장은 “현재 한라산의 입장객은 120만명이다. 한라산이 갈수록 황폐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한라산에 가보면 관목식물이 다 훼손되고 암벽만 드러나 있다. 돈을 벌겠다는 것이 아니라 입장료를 걷어 한라산의 파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 이영웅 사무국장 “세계자연유산이 3류급 저가 관광지로 활용되고 있다. 한라산은 시간 때우기 관광지로 가다가 잠깐 들러서 풀어놓는 식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입장료를 징수해야 하는지에 대한 타당성이 확실히 정립돼야 하고 논리가 있어야 하지만 제주도가 정책적으로 세계자연유산지구 정체성 확립을 제대로 못했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앞으로는 이곳을 관광지가 아니라 보호지역이기 때문에 보전 중심의 이용을 하겠다는 취지에서 입장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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