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부터 시행 될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산업계가 기업 부담을 문제 삼아 2020년 이후로 시행 연기를 외치던 중 배출권거래제 도입에 반대했던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취임하면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제도 시행 최소 6개월 전에는 할당량이 정해져야 하지만 기재부는 배출권 할당위원회 회의를 3차례나 연기하며 시간끌기로 일관하고 있다. 일부 종합지와 경제신문들은 산업계 논리에 힘을 싣고, 환경·시민단체들은 일정대로 시행을 주장하며 과도한 기업 봐주기를 비난하고 있다.

산업계는 모든 기업이 감축과 배출권 확보에 실패해 톤당 10만원의 과징금을 모두 낸다는 비상식적 가정에 근거해 부담액을 6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범부처 공동작업반의 검증 결과 2009년 배출 전망이 현실과 일치한다는 결과를 내놨고 지난 1월 국무회의를 통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로드맵을 확정하고도 정부가 산업계의 억지논리에 밀리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환경부의 대응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제도를 확정하고 추진해 갈 때만 해도 소신을 갖고 뛰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눈치 보기 시작하더니 최근엔 기재부 2중대 같은 모양새다. 환경부 할당계획에도 배출권거래제 대상 업체에 감축률을 10% 낮췄으며, 수출주력업종과 에너지집약업종은 배출권 100% 무상할당을 유지한다는 계획으로 이미 기업 편의 봐주기로 가득하다. ‘절대불가’를 외치던 환경부가 이제는 ‘산업계 의견을 토대로.. 논의 중..’이라고 중심축을 바꾸고 있다.

대통령과 총리, 경제부총리눈치를 보던 윤성규 환경부장관이 결국 소신을 버린 듯이 보인다다. 환경부 실무자들 사이에서도 배출권거래제 시행이 연기되거나 반쪽짜리 제도가 되는 것 아니냐며 비판의 말들이 나오고 있다.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먼 미래까지 바라보면서 지금 해야 할 것을 신념을 갖고 실천하는 것이 환경부 역할인데 이럴 바엔 큰 조직을 유지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국토교통부나 산업통상자원부에 친환경국 정도 만들어서 적당히 조정하면 충분할 텐데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작년 12월 GCF(녹색기후기금) 사무국 출범식에서 목표이행노력을 공언했고, 금년 9월엔 유엔기후변화 정상회의 참석을 약속했다. 그래놓고 우리나라가 내년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지 않겠다고 태도를 바꾼다면 국제 사회도 우리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12월 페루 리마에서 열리는 제2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0)에서도 한국의 입지가 대폭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미래를 보고 지난 수년간 뿌려 놓은 씨앗들을 우리 스스로 짓밟는 꼴이 될 수 있다. 2015~2017년 최대 27조 5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경제단체들의 주장은 공상소설 같다. 정부는 산업계의 ‘쇼’에 더 이상 현혹되지 말고 즉각 할당계획을 수립하고 내년 초 배출권거래제 시행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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