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내 개봉으로 주목됐던 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의 볼거리 중 마을에 날아드는 흙 폭풍이 있었다. 시도 때도 없이 하늘을 덮는 흙먼지가 엄습하면 경고음이 울리고 사람들은 그저 문 닫고 숨을 뿐이었다. 최근 상황을 보면 남의 일이 아닌듯하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월22일 서울에 첫 황사주의보가 내려졌고, 이어 23일엔 서울과 경기, 인천에 황사경보가 내려졌다. 2월에 서울에서 황사 경보가 발령된 것은 2009년 2월20일 이후 처음이다. 또 전국에 황사특보가 발효된 것도 3년9개월여 만이다. 기상청은 서울의 1시간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1008㎍/㎥로 전국 최고라고 발표했다.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는 계절에 상관없이 증가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대기오염과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미세먼지는 주로 자동차 배출가스 등을 통해 배출되며, 초미세먼지 입자로 바뀌기도 한다. 초미세먼지의 경우 폐에서도 걸러지지 않고 호흡기 내부로 유입돼 호흡기와 심혈관 질환 및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미세먼지는 국내배출오염물질, 국외오염물질 유입, 계절적 요인, 기상여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세먼지 발생은 중국의 영향을 약 40%로 가장 높게 보고 있다. 국내 자동차 매연의 영향은 20%∼25% 정도, 노천 소각, 쓰레기 소각, 가정 주방용, 숯불구이 등 연소도 20%, 나머지는 건설현장과 도로 등에서 오는 흙먼지, 기타의 이유라 한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명료하다.

중국의 석탄연료 사용이 증가하면 스모그가 자주 발생하고, 서풍 또는 북서풍 계열의 바람을 타고 영향을 미친다. 겨울철 스모그에는 황사보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3배 이상 높고 다량의 유독성 화합물과 중금속이 포함돼 있다. 2013년 10월 중국 발 스모그에는 신경계 독성물질인 납이 평소 공기 중 농도의 8배, 비소와 니켈은 4배, 크롬도 5.8ng 검출됐다.

이번에도 납, 비소, 카드뮴, 셀레늄 등 발암물질 농도가 평균보다 2~3배 높았다. 중국의 미세먼지는 해마다 악화돼 2013년 1월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993㎍/㎥를 기록했다.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 25㎍/㎥의 약 40배에 달하는 수치다. 특단의 조치가 절대 필요한 시점이다.

정확한 예·경보를 통해 미세먼지에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책 이지만 미세먼지 전문예보관의 부재와 우리 예측기술 수준으로는 완벽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는 부처 간 미세먼지 관측 자료를 공유하고,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미세먼지 예측에 더 노력해야 한다. 민·관의 다양한 채널을 이용한 국가 간 협력 강화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개인별 노력도 병행돼야 하는데 황사나 미세먼지가 심한 경우 외출을 삼가야 하며, 전용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손을 잘 씻고 실내습도를 유지하고 물을 많이 마시는 등 개인건강수칙도 지켜야한다. 인터넷 사용의 일반화로 ‘원격근무제’가 확대되는 것을 그래도 다행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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