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재계 총수들을 만난 자리에서 고대 로마의 문화번성과 이탈리아 르네상스에서 민간의 선도적 역할을 빗대며 기업인들이 대한민국의 ‘메디치’ 가문이 돼 문화 예술분야에 투자와 지원을 확대해 달라고 주문했다. 기업 메세나를 통해 문화융성과 창조경제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한 것이다.

취임 2주년을 맞은 박 대통령은 청와대 직원 조회에서 새로운 각오로 경제혁신을 이뤄내고 통일기반 마련이라는 막중한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청와대 자체가 국정운영을 위한 태스크포스라는 마음을 가져달라고도 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 2년간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 중 하나가 경제였다. 그만큼 대한민국 경제가 어려운 지경에 있고, 혁신에 혁신을 거듭할 화두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언론 평가는 제각각이다. 경제성장률이 높아졌고, 수출액과 무역흑자, 무역규모가 모두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고, 캐나다, 중국, 호주 등과 FTA 타결로 경제 영토가 넓어졌다는 긍정 일변도의 보도가 있었다.

또 OECD기준 고용률은 사상 처음 65%를 넘었지만 실업률 역시 3.5%로, 청년 실업률은 사상 최고치인 9%까지 치솟았으며, 가계빚은 1000조 원을 넘어 돈이 돌도록 하는 경제정책이 절실하다는 분석도 있었다. 여야 역시 칭찬과 비하로 엇갈린 평가를 내놓는 가운데서 배고픔과 피곤에 지친 국민들은 가시적 성과를 언제쯤 체감할까 기대하고 있다.

3년차를 시작하며 경제혁신에 더 박차를 가하는 박근혜 정부가 먼 미래를 바라보고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반영한 ‘긴 그림(long-term plan)’을 그려주길 바란다. 경제와 사회, 환경은 상호간 영향을 주고받는 필연적 관계로 이해돼야 한다. 경제 살리기를 내세워 사회나 환경을 배제한다면 후폭풍을 맞게 된다. 풀어야 할 규제도 있지만, 반드시 지켜야 할 규제도 있다.

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규제철폐가 무분별하게 진행된다면 국민건강과 안전의 위협이라는 더 큰 복병들을 만날 수 있다. 국제사회가 합의하고 큰 시장창출을 기대하고 있는 ‘지속가능한 발전(SDGs)’은 창조경제를 구체적으로 실천할 노다지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국정운영의 기저로 삼고, 환경경제를 도구로 삼아야 한다. 오염을 딛고 선 경제발전으로부터 ‘환경과의 조화’로 중심을 옮겨야 한다고 강조된 지도 세월이 꽤 지났다.

경제와 환경의 균형 정책에 대해서도 많은 의견들이 제시됐지만, 실제 정책 반영은 조화로워 보이지 않는다. 개발, 산업과 환경 분야의 이해가 상충되고 부처 이기주의도 여전하다. 경제를 우선하면서 환경과 괴리된 반쪽짜리 정책들이 계속되고 있다.

박대통령이 기후변화를 중시하고, 대응과 적응도 미래 성장산업이라고 강조했지만, 실상은 힘없는 환경부에게가 창구를 맡기고 전혀 추진이 되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청와대는 이 점에서 국정운영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산업과 국토교통, 농축산, 해양수산 분야는 물론이고 복지와 안보 차원에서도 ‘지속가능성’을 반영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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