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문제는 재화(財貨)의 생산, 소비와 관련해 발생한다. 국제무역은 생산과 소비를 변화시키며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국내정책은 관세장벽으로 또는 환경친화적 제품생산과 기술개발의 기회를 제공해 무역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무역규제의 완화 또는 자유무역화가 환경에 영향을 주고, 환경규제의 변화 또한 무역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온실가스 문제를 다루는 기후변화협약은 명시적 무역규제 규정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국내적으로 취하는 조치가 무역차별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세계는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합의했고, 금년 12월 파리에서 개최될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를 두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내면을 보면 실질적인 감축 노력과 더불어 새로운 질서를 만들면서 각국의 이익을 대변하기에 바쁜 모양새다.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인 선진국들은 온실가스감축 조치가 자국의 산업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면서 이를 무역규범 안에 포함시키려 하고 있다.

다자간 통상규범과 기후변화협약은 서로 다른 영역에 속하지만, 기후변화 문제를 포함한 국제환경규제는 세계 공통의 이익을 위해 개별국가의 이익을 제한하고 규제한다. 앞으로 기후변화가 환경규제의 핵심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세계 환경상품시장 교역액은 2012년 1조 9339억 달러에 이르렀다.

기후변화대응 관련 상품들이 Post-2020, 신기후체제와 어떤 방식으로 연계될 것인가 국제사회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산업경쟁력 및 기술 수준을 고려해 LED 조명, 탄소섬유, 가스보일러 등을 포함한 43개 상품을 협상대상품목으로 제안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높은 무역 의존도에 따른 통상 우선의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산업계의 강한 입김에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정책 추진이 어려운 실정이다. 더불어 우리나라의 자동차세는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왜곡된 형태로 만들어졌다는 비판이 높다.

한미 FTA 협상과정에서 대형차를 많이 생산하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배기량 기준방식을 유지하되 세율을 3단계로 간소화하고 2000CC 이상 대형차 세율을 단일화해 결과적으로 조세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다. 저탄소차협력금제 역시 2020년 이후로 연기됐다.

미국과 EU 역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세 또는 배출권거래제 도입 과정에서 경쟁력 저하와 탄소누출 이 우려됐고 수입상품에 대해서도 배출권 제출 의무를 부과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기후변화 대응은 전 세계가 함께 져야 할 공동의 과제다. 눈앞의 이익을 위해 대응을 게을리 한다면 국제적 비난과 더불어 무역보복을 당할 가능성도 있다.

경제만 앞세우지 말고 환경을 동시에 생각하면서 국민 행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국정지표가 수정돼야 한다.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인 선진국을 중심으로 ‘국경조정’ 논의가 활발한 상황에서 국내 산업계가 우는 소리만 해대다간 새로운 무역질서에 편입되지 못하고 뒤처져 더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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