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수급기본계획은 전기사업법 제25조에 의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 2년 단위로 수립․시행한다. 전력수요전망, 수요관리목표, 적정예비율, 전원믹스, 신재생 비중, 발전소 건설계획 등 정책방향을 잡아 목표계획을 세우면 발전사업자는 기본계획상 수급전망 및 설비계획을 바탕으로 발전소 건설사업 추진 실행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런데 기한이었던 2014년을 넘기고도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표류하면서 관계자들의 속도 타들어가고 있다. 제6차 계획이 상위계획인 에너지기본계획을 무시하고 전력수요를 과다하게 예측했다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각계의 관심은 수요예측에 집중되고 있다.

이전과 달리 산업부 단독으로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부처 협의는 물론 공청회까지 거쳐야 하기 때문에 환경부와 국회, 시민단체들도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환경부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최소한 에너지기본계획보다 후퇴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녹색성장기본법상 온실가스 감축목표, Post-2020 목표와 일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6차 계획 수립시 1차 에너지기본계획보다 12.3% 높은 전력수요 전망을 내놔 파문이 컸던 터라 시민단체들은 전력수요 과다 예측을 경계하고 있다. 있다. 최근 전력수요 추세를 보면 2003년부터 2008년까지 4~6% 증가했지만 2012년 이후 전력판매 증가율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고, 2014년에는 불과 0.6% 증가해 정체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업계에 대한 수요관리가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과 더불어 수출증가율이 연평균 12%에서 2012년 이후 2%대로 낮아졌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저성장기가 시작되면서 전력수요 역시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그런데도 정부는 특별한 근거 없이 경제 성장률을 과다 추정하고 있고, 이로 인해 전력수요 역시 과다하게 예측해 국회나 민간연구소가 제시하는 기준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상적인 전력수요공급을 가로막는 왜곡된 전력요금 체계도 개선 대상이다. 우리나라의 전력요금은 물가 안정을 이유로 원가 이하로 유지돼 왔고, 지난 30년간 물가 인상률의 1/3 수준으로 인상됐다.

가장 문제는 피크시 전력수요 집중을 피하려고 야간에 값싼 요금을 부과하는 경부하요금제를 남용하면서 결과적으로 기업의 전력과소비를 부추긴 일이다. 2차 에너지인 전력은 1990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소득 대비 전력소비량을 표시하는 ‘전력원단위’는 OECD의 2배 수준에 도달했다.

가격왜곡과 특정다소비업종의 과잉설비투자를 외면하고 제대로 된 전력수급계획을 논할 수 있을까. 산업부도 고민이 많다. 에너지 효율성 제고, 신재생에너지 보급 등 기후변화대응 차원에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전망치를 넘어 ‘포스트 2020’에 따른 온실가스감축 기본계획을 반영해야 하고 고리 원전 1호기 같은 노후 원전의 수명 재연장 등 6차 계획에서 결정되지 않은 부분도 다뤄야 한다. 어렵지만, 늦었지만, 머리를 맞대고 7차 계획을 제대로 세우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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