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여름 끝자락에도 남해안에서 가두리 양식장 어류가 집단 폐사하면서 ‘적조 비상’이 걸렸다. 적조는 편모충류 등 플랑크톤의 이상 번식으로 바닷물이 붉게 물들어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적조는 높은 온도와 인, 질소 등 부영양화로 인해 발생한다는 것이 상식이지만, 적조는 바다를 낀 모든 나라뿐만 아니라 남극과 북극 해역에서도 발생한다.

우리나라 역시 코클로디니움 이라는 적조 때문에 해마다 큰 피해를 입어왔다. 2013년에만 2700만 마리의 물고기가 폐사해 수천억원의 경제손실을 입었고, 국민 불안으로 수산물 산업이 타격을 입기도 했다. 금년에도 8월부터 계속된 폭염 때문에 수온이 상승했고 적조가 남해안 연안으로 집중되는 등 해황여건이 좋지 않았다.

경남 거제 남부면 해안 가두리양식장에서는 적조로 수십만 마리의 어류가 집단 폐사해 최초 적조피해로 접수됐다. 적조가 확대되면서 거제~남해 해역에 대규모 인력과 선박, 황토 살포기와 굴착기 등 장비 투입, 1600여 톤의 황토 살포 등 적조 방제 작업도 펼쳤지만 역부족이다.

전라남도부터 경상북도까지의 해역을 중심으로 해양수산부, 국민안전처, 지방자치단체 및 어업인 등 민·관 협력을 통해 최소화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들이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9월 중순까지 적조 생물이 번식하기 좋은 수온이 유지돼 높은 밀도의 적조가 확산되고 강원도 남부해역까지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안타깝게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감시반을 편성하고 육상 및 승선 감시활동을 매일 실시하는 수준이다. 적조경보기, 산소발생장비, 순환펌프, 액화산소 등이 적조대비 시설의 전부다. 전문가들도 워낙 다양한 종류의 적조들을 근본적으로 막는 방법은 없다고 한다.

장소만 다를 뿐 강이나 호수 같은 담수에서 발생하는 녹조 역시 적조의 일종인데, 연안지역은 적절한 온도와 부영양화라는 조건이 갖춰지면 규조류가 대규모로 번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조생물의 정확한 분류 및 생태생리와 발생 메커니즘 규명이 대책이라고 지적한다. 적조발생에 태풍 또한 큰 영향을 미친다.

2012~2014년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준 14개 태풍과 적조의 밀도를 분석한 결과 일일 최대 풍속이 14m/s의 태풍이 오면 적조가 소멸되거나 늦춰졌다. 결국 어떤 종류의 적조가 대규모로 번식하는지는 해양환경에 달려있기 때문에 기온, 강우 등 기상요인들을 분석하면 미리 예측해 피해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정확한 적조예보와 처방을 위해 기상, 해양, 적조의 융합 연구가 필요하며, 그 결과 발생 메커니즘을 파악해 적조발생을 억제할 수 있다. 부득이 발생한다 해도 무해한 적조가 번식하도록 환경을 조성하면 유해한 적조생물은 경쟁에서 탈락해 발생이 억제된다.

매년 반복되는 적조를 그저 어쩔 수 없는 자연현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과학지식과 철저한 대비를 통해 최소화하는데 목표를 두고 새롭게 도전해야겠다. 관련 예산과 조직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내년 여름부터는 좋은 소식이 들리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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