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이하 SL공사)의 비리 제보자가 해고되면서 이를 둘러싸고 국회와 SL공사가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의원들은 송재용 사장의 부당한 개입과 전횡이라고 비난하고 있지만 SL공사 측은 정당한 해임조치였다며 맞서고 있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비리 제보와 인사보복을 넘어 정권의 거듭된 낙하산 인사로 인해 누적된 SL공사의 기강 해이가 이번에 터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도권매립지의 매립기한이 2016년 종료된다. 대책 마련은커녕 비리 제보와 인사보복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매립기한 종료가 코 앞인데…

 

국정감사를 앞두고 수도권매립지에 대한 관심은 2016년 매립기한 종료 이후 대책에 쏠렸었다. 인천시가 완강하게 기한연장을 거부하고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고 보니 국감 전 불거진 송 사장의 업무추진비 유용과 인사개입, 비리제보자 해고 문제로 시끄러웠다.

16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SL공사 송재용 사장의 업무추진비 유용 문제와 함께 이를 제보한 직원의 해고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새정치민주연합 한정애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한정애 의원은 “SL공사 송재용 사장의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비리의혹을 제기한 공사간부를 내부인사들로만 구성한 인사위원회에서 전원 찬성으로 제보자를 해고시켰다”라고 비판했다.

문제의 SL공사 간부 A씨는 지난 7월 공사 간부들의 비리와 함께 조직 내부에서 벌어진 이권다툼 등의 의혹을 철저히 조사해 달라는 내용의 제보 메일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보좌관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제보 다음날 공사 내부에서 열린 긴급회의에서 A씨의 메일이 공개되면서 신분이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제보자 A씨가 메일이 해킹됐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결국 무혐의 처리됐다.

SL공사 역시 “이메일을 해킹한 것이 아니라 A씨가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신분이 노출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신분이 노출됐기 때문에 고소장을 접수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환경부, 솜방망이 처벌로 면죄부

이처럼 비리 제보와 경찰조사 등으로 문제가 확대되면서 환경부가 조사에 나서는 등 조치를 취했지만 솜방망이 처벌이 오히려 면죄부를 준 꼴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환경부는 자체조사를 벌여 SL공사가 2013년 5월부터 8월까지 3개월간 1회 30만원~50만원씩 총 9회에 걸쳐 지역축제 및 행사에 사용하는 것처럼 398만원을 현금으로 인출해 회계담당자의 개인통장으로 입금한 후, 송사장의 지인 축의금이나 종친회 족보구입 등에 사적으로 유용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6건의 지적사항에 대해 시정, 경고 등의 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인천연대는 “공익제보자는 신분노출로 인해 해고됐고 송 사장의 업무추진비 부정사용 관련 감사는 환경부 자체 감사로 대부분 경고조치에 그쳤다”라며 “환경부 주요 요직을 지낸 SL공사 사장을 환경부가 감사한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겨”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SL공사 측은 “A씨의 해임은 제보 때문이 아니라 이메일 해킹과 관련해 공사의 위신을 손상시켰기 때문”이라며 “의원실에서도 A씨의 신분을 알려준 사실이 없다”라고 해명했다.

 

SL공사 송재용 사장

아울러 족보 구입에 대해서는 “송씨 종친회에서 족보를 일방적으로 보내온 후 입금을 독촉해 비서실 직원이 독단적으로 업무추진비 담당자에게 비용을 지급했지만 사실 확인 후 족보를 돌려보내고 비용은 환불받았다”라고 밝혔다.

또한 “경조사비는 조직을 대표해 축·조의금을 기타운영비에서 집행하는 것으로 문제가 없고 외부행사 지원은 기관장이 개인용도가 아닌 대표로서 성의를 표시하는 것으로, 공공기관 지침에 맞게 사용했고 사용내역도 공개하고 있다”라고 해명했다.
국정감사에서 답변에 나선 송재용 사장 역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서는 송구스럽게 생각하지만 해임된 직원 A씨가 64차례에 걸쳐 지역 언론에 노이즈 마케팅을 하고 회사가 하지 않은 해킹을 했다고 경찰에 고소하는 등 명예를 실추시켰기 때문”이라고 해고 사유를 밝혔다.

수상쩍은 홍보비 지출

SL공사의 해명에도 불구 석연치 않은 점이 여전히 남아 있다. 한정애 의원은 “송 사장은 지난 5월 지역 특정언론에서 개최한 행사에 3000만원을 지출하는 등 지나치게 많은 홍보비를 지출해 환경부로부터 지적을 받았고 한 일간지로부터 ‘2014년 창조경영’을 받은 후 해당언론사에 1500만원의 홍보비를 지출해 대가성 의혹을 불러 일으켰다”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SL공사는 송 사장의 비리의혹이 알려진 직후 이메일 추적시스템 등 일련의 보안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개인 이메일을 포함해 직원이 회사 PC를 통해서 한 모든 행위를 추적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 의원은 “보안성이 가장 요구되는 국립환경과학원도 갖추지 않은 시스템을 왜 수도권매립지에서 필요로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따져 물었지만 SL공사 측은 적법한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낙하산 인사가 기강 해이 불러

 

일각에서는 이 문제가 단순한 비리 제보와 보복인사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곪을 데로 곪은 내부 문제가 이제야 터졌다는 시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SL공사 한 간부는 “공사 설립 초기부터 있던 실세파, 사장이 바뀔 때마다 외부에서 들어온 영입파, 환경부에서 들어온 관료파, 여기에 강력한 노조 등 조직 내 계파와 지역주민 등이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곳이 수도권매립지”라며 “조직 문화 자체가 사장 지시를 따르기보다 실세들의 눈치를 보며 줄서기를 하고 있다”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국회에서도 감지된다. 환경노동위원회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SL공사 노조에서 환노위 의원과 보좌관을 상대로 압력을 가하면 노동문제에 민감한 환노위 분위기상 노조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라고 귀띔했다. 

아울러 다른 한편에서는 SL공사의 기강 해이가 전적으로 정부 때문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퇴직한 전임 사장을 지근거리에서 봐왔던 한 인사는 사견임을 전제로 “전문성이 없는 사람을 낙하산으로 사장 자리에 앉혀놓으니 결국 사장은 허수아비 취급하고 실세들이 좌지우지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라며 “그러니 환경부 출신의 새로운 사장을 용납하게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수도권매립지는 쓰레기 반입 과정에서 수수료를 받아 이를 기반으로 사업을 하기 때문에 환경부 입김이 덜 하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라며 “매립기한 연장 문제를 놓고 서울시와 인천시, 환경부가 신경전을 벌이는 사이 SL공사만 중간에서 눈치를 살피며 제몫 챙기기에 혈안이 된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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