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지난 7일 일어난 기름 유출사고로 인해 특별 재난지역으로 지정된 충남 태안에는 자원봉사의 손길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 방제작업 초기 자원봉사활동은 주로 NGO단체 위주로 진행됐지만 개인 단위의 자원봉사자들도 곳곳에서 보였다. 이 중 우리와 다른 피부색과 머리색을 가진 한 여성이 있었다.

“서해 바다는 한국만의 것이 아니에요. 결국 언젠가는 다른 바다에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죠. 때문에 이번 사고는 전 세계적인 문제라고 생각해요”라고 자신이 이곳에 와 있는 이유를 설명한 카트린(Kartrin)은 캐나다인으로 현재 전남 광주에 살고 있다고 한다. 호남대에 전임강사로 있는 그녀 역시 매체를 통해 소식을 접하고 현장으로 달려온 자원봉사자 중 한 명이다.

점심시간이 한참 흘렀는데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카트린은 11일 내려와 3일 정도 봉사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2]그녀는 “한국 친구들에게 같이 가자고 했더니 숙소문제도 그렇고 옷도 불편하다며 꺼려서 혼자 오게 됐어요”라고 혈혈단신 만리포에 오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더불어 왜 사람들이 이번 사건에 관심을 많이 갖지 않는지 잘 이해가 안 간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카트린은 봉사 첫 날이 이래저래 힘들었다고 한다. “처음 내려와 봉사를 하려고 했지만 자원봉사활동과 관련한 체계가 전혀 없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바로 현장에 투입되지 못하고 대기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 고생했죠”라며 첫 번째 겪었던 고충을 털어놨다.

카트린이 겪은 두 번째는 독한 기름 냄새였다. “5시간쯤 일을 하고 나니 몸이 너무 안 좋아졌어요. 두통이 생기고 등이 너무 아팠어요”라고 기름의 유해 성분과 고된 봉사활동으로 인한 증상들을 나열했다.

하지만 그렇게 고생했다는 그녀의 얼굴은 밝아 보였다.
“흡착포로 기름을 걷어내고 나면 까맣던 모래가 하얗게 변해요. 그걸 보면 행복해져요” 이것이 이런 저런 고생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밝게 웃을 수 있는 이유였다.

그녀는 한국 사회가 태안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이것이 전 세계적인 문제란 인식을 갖고 도움을 요청하는 일에 주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마치고 다시 허리를 숙여 기름을 걷어내기 시작했다.

<김선애ㆍ정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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