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밟히기만 해도 죽는 갯벌 생물들
독일, 미국선 정해진 구역에서 체험활동


우리나라의 갯벌은 세계 5대 갯벌로 불릴 만큼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갯벌이다. 우리나라의 갯벌은 얕은 수심과 매우 큰 조석 차이와 같은 여러 자연 조건이 합쳐져서 드넓은 갯벌이 만들어진 세계적으로 매우 희귀한 장소다.

이런 갯벌은 그저 바다의 정취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다. 우리 식탁에 오르는 해산물의 3분의 2 이상이 갯벌에서 생산되는 것이며, 영양분과 먹이가 풍부하여 어린 생물들에게는 중요한 서식처를 제공해 주는 곳이 바로 갯벌이다.

또한 갯벌은 육지로부터 흘러드는 오염물질이 바다로 흘러들어가기 전에 여과작용을 한다. 일본에서는 10㎢에 달하는 갯벌이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능력이 인구 10만명이 거주하는 도시의 하수 종말처리시설과 맞먹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갯벌의 경제적 가치는 ㎢당 연평균 39억원 정도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나라 갯벌의 총 면적이 2550㎢임을 고려하면 우리는 갯벌로부터 연간 9조9934억원 정도의 혜택을 입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갯벌에 대한 중요성이 점점 부각되면서 과거 무분별하게 갯벌을 매립해왔던 우리 모습을 반성하고 갯벌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이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갯벌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주말이면 가족단위 혹은 직장단위로 갯벌을 찾는 관광객이 매년 증가추세에 있다.

그러나 문제는 갯벌체험활동의 방식이다. 맑고 화장한 여름날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자연체험학습을 보여주기 위해 고사리 손을 잡고 탁 트인 갯벌에 모인 가족들의 특징은 한가지로 묘사된다. 한손에는 비닐주머니와 다른 한손에는 호미.
갯벌체험행사를 한다고 많은 관광객들이 우루루 갯벌로 몰려 들어가 마구잡이식으로 갯벌생물을 채집하고 갯벌에서 체육행사 등을 여는 것은 소중한 갯벌을 훼손하는 일이다.

대게 1㎜ 내외의 아주 작거나 미세한 크기의 저서생물들은 살짝 밟히기만 해도 그대로 죽거나 회복되지 못해 서서히 죽어가는 치명타를 맞는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갯벌에서 약 30분 정도 생물채집활동을 한 경우 1개월 후에 같은 장소에서 갯지렁이와 같은 생물의 밀도가 약 45%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다와 육지의 필터 역할을 하면서 수많은 생명체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갯벌의 생물들. 하지만 마구잡이로 이루어지고 있는 갯벌 체험은 그곳에 살아가는 저서생물 같은 작은 생명에 대한 배려가 없이 행해지고 있다. 저서생물이 사라져가기 시작한 갯벌은 그보다 상위 계층의 먹이사슬이 끊어지면서 점점 황폐해져갈 것이다.

독일이나 미국 등에서의 갯벌체험관광은 우리와 사뭇 다르다. 각 지역에는 해양보호구역 지역자문회 등과 같은 이름의 민간봉사자들이 가이드 역할을 자청하고 있고, 채집이 아니라 주로 관찰위주의 프로그램을 위주로 정해진 길을 따라 이동하고 정해진 구역 내에서 갯벌체험을 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체험활동과 갯벌보호의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도 갯벌체험을 단순히 조개를 잡고 게를 잡기 위해 갯벌을 파헤치며 행하는 것이 아니라 갯벌의 특성을 이해하고 갯벌의 생물들을 관찰하는 갯벌생태체험으로 전환해야 하는 시점에 왔다고 생각한다.

갯벌이 왜 소중한지를 제대로 파악하고 어떻게 소중하게 보호해야 하는 지를 직접 느낄 수 있는 현장체험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방문하고자 하는 갯벌의 특성에 대해 사전에 공부를 하고 갯벌체험활동을 전문적으로 안내하는 갯벌센터 등을 통해서 갯벌을 방문하는 것이 바른 체험이 될 것이다.

올해 8월 경남 창원에서 람사르총회가 열린다. 세계인에게 우리의 갯벌을 자랑 할 수 있기 위해서는 갯벌을 보호하는 친환경적 갯벌체험활동이 정착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겠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