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100만, 번식 절제능력 상실


▲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비둘기로 각 자치구에서도 대책마련에 나선 가운데 유해조류로 분류돼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평화의 상징이었던 비둘기가 세균과 건물 부식의 상징으로 불리게 됐다.

도심 환경에 익숙해지면서 번식에 대한 절제 능력을 잃은 비둘기는 일 년에 많게는 다섯 번씩 알을 낳아 개체수를 증가시키고 있다. 지난해 조사 당시 서울에 서식하는 비둘기는 100만 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고 지금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둘기 개체수의 급증은 여러 가지 문제를 유발한다. 전문가에 따르면, 산성이 강한 배설물은 교량과 건축물을 부식시키고, 비둘기의 날개짓으로 떨어진 분진은 아토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비둘기가 폐결핵 균이 묻어 있는 음식물을 먹고 다시 배설함으로써 다른 인체에 세균을 전염시키는 중간숙주라는 사실도 최근에 밝혀진 바 있다. 환기구나 에어컨 실외기에 알을 낳는 등 주택가 주민들의 피해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한편, 비둘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물리적인 퇴치법들도 사용되고 있지만 실효성을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닥터 배트의 심한철 대리는 “비둘기가 자주 다니는 곳에 설치하는 침선과 와이어, 그물망 등은 외관상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학습능력이 뛰어난 비둘기의 침입을 막을 수 없으며 자기파 퇴치기 역시 효능이 검증되지 않았다”며 “폭음 발생기는 주변의 소음을 유발하는 한계를 안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비둘기의 오감을 자극시켜 비둘기의 서식을 막는 친환경 비둘기 퇴치제가 개발돼 유통 중이다.

대한조류협회 송순창 회장은 “야생성을 잃은 비둘기에 대한 책임은 인간에게 있으며 개체수를 근본적으로 억제시킬 수 있는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현미·정유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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