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소설처럼 증거의 연관성 추적 흥미로워

이 책은 한 과학자가 8년간 추적해 광우병의 진실을 파헤친 한 편의 다큐멘터리다.

다큐멘터리의 첫 화면은 예리한 수술도구로 장기가 도륙된 채 발견된 한 마리의 소의 모습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주변에서는 도살당한 어떤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로부터 6개월 후 미국에서 공식적으로 첫 번째 광우병 소가 발견된 사실이 발표된다.

이 다큐멘터리는 이어서 2003년 광우병 소가 미국에서 발견될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 이유와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195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당시 식인풍습으로 유명한 파푸아뉴기니의 포레부족을 화면에 포착한다. 이렇게 195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 이야기는 2004년 최신의 연구성과에 이르기까지 ‘탐정소설처럼 사건들을 나열한 후, 그동안 발표된 많은 증거들을 통해 이들 사이의 연관성을 추적하는’ 매우 흥미로운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독자들은 마치 광우병이라는 거대한 미스터리 사건을 풀어내듯 각 사건의 연결고리들을 하나씩 맞춰나가며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또한 많은 과학적 사실들을 일반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서술함으로써 의학적 지식이 없어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총 22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내로라하는 출연 과학자들만 100여 명에 이르고 참고문헌만도 수백 편에 이른다. 또 원저자인 켈러허 박사는 세포학과 분자생물학을 20여 년간 연구해오던 과학자로 가축도륙 사건을 접하면서 프라이온에 관심을 갖게 된 후 8년간 추적한 놀라운 사실과 그 뒤에 숨은 무서운 음모를 밝히고 있다.

한국은 결코 광우병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80년대 영국에서 광우병이 맹위를 떨치고 있을 때 미국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며 미국의 소들은 안전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2003년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됐다. 우리가 미국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켈러허 박사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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